매일신문

[쌀값 폭락] "다 오를 때 쌀값만 폭락"…올 수확기 수매 난항, 농가 피해 현실화?

경북도내 농협·민간 RPC 곳간엔 구곡 가득…소비감소 겹치며 쌀 수매가격↓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 "정부 추가 시장격리로 비축량 늘리고 쌀 소비 확대해야"

처서를 이틀 앞둔 21일 오전 대구 달성군 다사읍 문양리의 한 조생종 벼논에서 쌀 수확이 시작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처서를 이틀 앞둔 21일 오전 대구 달성군 다사읍 문양리의 한 조생종 벼논에서 쌀 수확이 시작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북 안동에서 재배하는 백진주 벼가 황금빛으로 무르익은 모습. 안동농협 제공
경북 안동에서 재배하는 백진주 벼가 황금빛으로 무르익은 모습. 안동농협 제공

전국적으로 쌀 재고는 넘치는데 소비는 급감하면서 올해 수확기 햅쌀 수매에 난항이 예상된다. 저장고 공간이 부족해 햅쌀 매입비가 하락하면 농가 타격도 클 전망이다.

21일 경북농협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도내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 14곳에 4만9천톤(t), DSC(벼 건조 저장시설) 41곳에 2만8천t의 조곡이 저장돼 경북에서만 모두 7만7천t에 이르는 조곡이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의 3만4천t(RPC 2만8천t, DSC 6천t)의 2배 수준이다. 민간 RPC도 포화 상태다.

쌀 생산은 넘쳐나는데 소비는 오히려 줄다보니 쌀값은 크게 떨어졌다. 경북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쌀(80㎏) 산지 가격은 17만5천672원으로 전년 동기(22만3천원)보다 20.5%가량 내렸다.

정부는 시장에 쌀이 너무 많이 풀려 값이 떨어지는 일을 막고자 양곡관리법에 따라 농가와 농협·민간 RPC가 수매해 둔 쌀 등을 정부 주도로 거듭 사들여 비축하는 '공공비축 및 시장격리'를 단행하고 있다.

올해 정부는 2021년산 벼를 3차례(1·2차 각 27만t, 3차 10만t)에 걸쳐 시장격리했다. 그러나 이미 쌀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뒤에 단행한 조치여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마저도 '도별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고수해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미리 광역도별 물량을 배정해 두면 해당 지역 RPC와 농가 등은 수확했거나 수매해 보유하던 쌀의 매입 희망가격을 제시한다. 그러면 정부는 각 지역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안한 곳부터 순서대로 도별 배정 물량을 채울 때까지 낙찰하는 식이다.

농가와 RPC 등 입장에선 기준가격은 없고 쌀은 처분해야 하니 희망가격을 낮춰 부를 수밖에 없어 손해가 컸다.

올해 가을 수확하는 신곡을 추가 저장할 곳이 마땅찮다보니 신곡 수매 가격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경북농협 전망에 따르면 RPC·DSC에서 올해 가을 신곡 수매가는 쌀 40㎏ 한포 기준 5만원 전후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같은 용량 수매가(6만5천원)보다 9.2%가량 내리는 셈이다.

경북농협 한 관계자는 "쌀값 하락세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RPC 등의 수매와 정부 주도 공공격리가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농민들은 매년 쌀농사의 대가를 전년보다 덜 인정받는 끝에 농사를 포기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곳간이 아직 남은 만큼 추가 공공격리를 통해 비축량을 늘리고 쌀 소비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가평)에 따르면 정부 양곡 보관창고 저장률은 지난 2016년 55%에서 올해 33%까지 급감했다. 이미 저장한 물량 98만5천t 외에도 295만2천t의 저장공간이 남아 있어 추가로 196만7천t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정부는 군용, 복지용, 학교급식용뿐 아니라 수출 다각화 등 쌀 소비 확대 대책을 다양화해서 조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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