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은 13일 낮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눈물'과 '작심발언'이 뒤섞였던 기자회견을 본 소감 및 이준석 대표에 대한 조언을 밝혔다.
자신의 온라인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을 통해서다.
▶이날 청년의꿈 홈페이지 '홍문청답' 코너에 올린 글에서 홍준표 시장은 "답답한 심정은 잘 안다. 억울한 심정도 잘 안다. 하고 싶은 말 가리지 않고 쏟아낸 젊은 용기도 가상하다"면서도 "그러나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내공이 깊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준석 대표가 처한 상황과 비교할 만한 과거 사례를 들어 물었다.
홍준표 시장은 "탄핵 때 당내 일부 세력들이 민주당과 동조해서 억울하게 쫒겨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정을 생각해 보신 일이 있는가? 바른미래당 시절 손학규 전 대표를 모질게도 쫒아낼 때 손학규 전 대표의 심정을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신 일이 있는가?"라며 "돌고 돌아 업보로 돌아 오는 것이 인간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이 겪었던 사례도 들어 "나는 나와 아무런 관련 없던 디도스 사건으로 당 대표에서 물러날 때 단 한마디 억울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고, 위장평화쇼라고 한 말이 억울하게 막말로 몰릴 때도 단 한마디 변명 없이 물러 났다"고 했다.
둘 다 당 대표 사퇴를 하게 된 '억울한' 배경이다.
홍준표 시장은 2011년 7월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됐으나, 같은해 10·26 재보궐선거에서 패배(박원순 야권 단일화 후보 서울시장 당선)한 데다 이 재보궐선거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 등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발생, 최구식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연루된 것 등을 매개로 한나라당 전체로 부정적 여론이 향하면서, 불과 5개월 만인 그해 12월에 사퇴한 바 있다. 이때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다.
같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이유로 이준석 대표가 14개월은 해보고 자동 해임된 것과 비교하면 더 억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가 임기 중에는 대선과 지선 등 2차례 선거에서 거듭 승리했고, 임기 직전에 그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청년층을 집결시키며 활약한 2021년 4·7 재보궐선거까지 포함해 3연승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반대로 이준석 대표가 더 억울하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


▶홍준표 시장이 또 다른 사례로 언급한 '위장평화쇼'는 그가 또 다른 당 대표 경력인 자유한국당 대표 때 발언한 것이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8년 4월 26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자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잇따라 비판 글을 올렸고, '위장평화쇼'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적은 것' '세 번 속으면 그때는 공범이 된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 되려는지 모르겠다' 등의 신랄한 표현이 주목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한 남북 간 화해 무드 조성은 수년이 지나 보니 결과적으로 실패한 상황이고, 이에 홍준표 시장이 멀리 내다보고 제대로 비판한 셈이었다.
그러나 당시 불과 1개월여 앞두고 있던 6·13 지선에는 여론의 역풍을 만들어 악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지선에 나선 다수 후보들이 홍준표 대표의 유세 지원을 피하는 상황까지 나타났고, 결국 그때 지선에서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의 경우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단 2명만 당선시키는 등 참패했다.
이에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또 다시 임기 2년은커녕 만 1년도 채우지 못하고(2017년 7월 초대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돼 2018년 6월 사퇴)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대표직에서 사퇴하던 때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마지막 막말' 글이 눈길을 끈다. 자신이 1년 남짓한 기간 당 대표로 있으면서 "이런 사람들 속에서 내우외환으로 1년을 보냈다"며 '이런 사람들'을 열거한 것이다.
이번에 이준석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며 권성동·이철규·장제원 의원, 윤핵관 호소인이라며 정진석·김정재·박수영 의원 등 실명을 거론한 것과 닮은 구석이 있다.
비슷한 '뒤끝'이다.
다만 홍준표 시장은 익명으로 열거했다.
다음과 같다.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의총에 술이 취해 들어와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
▷국비로 세계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 하고도 얼굴, 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 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 하는 사람
이어 "이런 사람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한국 보수 정당은 역사 속에 사라질 것"이라며 "가장 본질적인 혁신은 인적 청산이다. 겉으로 잘못을 외쳐본들 떠나간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뼈 있는 충고를 남겼다.
아울러 "나는 이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이 말로 페이스북 정치는 끝낸다"고 했지만 이는 여느 정치인들이 그랬듯이 번복됐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페이스북을 안 하면 정치를 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홍준표 시장은 평생 해 본, 앞으로는 다시 하기 힘든, 2번의 당 대표 모두 역대급 '실패'이자 '좌절' 사례였다. 5개월 짜리 및 뒷자리 올림을 해야 1년 짜리 당 대표 두 차례 임기를 합쳐도 정상적인 당 대표 임기 2년이 안 된다. 물론 이게 14개월을 수행한 이준석 대표보다는 살짝 더 많다.
반대로 이준석 대표는 당 대표 재임 중 선거 승리만 해 본, 다시 말해 선거 패배는 몰랐던, 대한민국 현대정치사에서 손에 꼽을 사례가 됐다.
그러나 홍준표 시장은 두 번의 당 대표 모두 중도사퇴하는 경험을 한 후(그 사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19대 대선 낙선도 있었다) 정계 복귀, 2020년 총선 대구 수성을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 2022년 지선 대구시장 당선 등의 행보를 밟으며 다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운 상황이다.
반대로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비대위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와 경찰 수사 결과 등이 정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기로에 섰다.
이에 홍준표 시장이 쓴 이준석 기자회견 소감문은 '실패한 당 대표'를 더욱 뼈저리게 겪었던 선배의 '찐한' 조언으로 읽힌다.
이어진 홍문청답 글 말미에서 홍준표 시장은 "나는 이준석 대표의 명석함과 도전하는 젊은 패기를 참 좋아한다. 그러나 그게 지나치면 유아독존이 되고,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독선에 휩싸이게 된다. 결과가 어찌됐던 간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것은 한바탕 살풀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준석 대표를 향해 "부디 자중자애(自重自愛, 말·행동·몸가짐 등을 신중히 하다)하시고 좀 더 성숙해서 돌아오시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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