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풍 '힌남노'에 부러진 수령 300년 보호수… 주민들 아쉬움 가득

힌남노 비바람 영향으로 유일하게 남은 가지마저 부러져
마을 지켰던 보호수 훼손부터 태풍 대비 미흡했다는 지적도

지난 12일 찾은 대구 북구 연경동 보호수 부지. 좌측의 보호수 느티나무가 지난 6일 힌남노 비바람을 견디지 못해 가지가 부러졌다. 임재환 기자
지난 12일 찾은 대구 북구 연경동 보호수 부지. 좌측의 보호수 느티나무가 지난 6일 힌남노 비바람을 견디지 못해 가지가 부러졌다. 임재환 기자

지난 12일 찾은 대구 북구 연경동 한 보호수 부지. 나무 펜스가 쳐진 이곳엔 사람 키 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자리 잡고 있다. 우측 큰 나무가 웅장한 자태를 보이는 것과 달리 왼쪽의 비교적 작은 나무는 강풍으로 가지가 잘려 나가 앙상한 모습이었다. 찢긴 나무 표피로 들여다보이는 내부 형성층은 태풍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대구 북구에 있는 수령 300여년의 보호수가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보호수 훼손을 예방하기 위해 지자체의 적극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 6일 힌남노의 강풍으로 북구 연경동 소재 보호수 느티나무의 가지가 부러졌다. 가지가 훼손되기 전까지는 높이 12m를 자랑했지만, 이번 태풍으로 반토막 났다.

앞서 이 나무는 지난 1982년 보호수(고유번호 5-1)로 지정됐다. 보호수란 산림보호법에 따라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있는 노목과 거목, 희귀목 등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말한다.

자연재해의 여파로 마을을 지켰던 보호수가 훼손되자 주민들의 아쉬움은 컸다. 특히 이 나무는 지난 2000년 태풍 때도 가지가 부러졌는데, 또 한 번의 수난으로 마지막 가지마저 떨어졌다.

주민 이모(60대) 씨는 "나뭇가지가 다 뜯겨나간 것 같은데 복구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구청을 상대로 보호수 관리에 관한 책임 있는 태도를 주문하기도 했다. 다른 주민 이모(63) 씨는 "다른 지역보다 대구의 태풍 피해는 상대적으로 약했는데도 가지가 부러졌다"며 "구청에서 지주대 하나만 둘 게 아니라 보호수들의 상태를 사전에 점검하는 등 대비를 더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보호수의 가지가 부러진 건 구청에서도 매우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태풍에 앞서 나뭇가지 훼손 조짐은 보이지 않았고, 매년 보호수의 생육환경을 위해 비료 주기와 외과 수술 등을 하고 있다. 연경동 보호수에 대해선 나무의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가지가 자랄 수 있는지를 조사하고, 어렵다면 보호수 지정을 해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대구 북구 연경동 보호수 부지. 사진은 태풍으로 가지가 잘려 나가기 전 촬영된 보호수 모습. 북구청 제공
올해 상반기 대구 북구 연경동 보호수 부지. 사진은 태풍으로 가지가 잘려 나가기 전 촬영된 보호수 모습. 북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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