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어촌공사 수문 개방, 냉천 범람 부추겼다" 포항 주민들 성토

"오어리 저수지+냉천 부실 관리, 침수 키워" 태풍 피해 포항 주민들 의혹 이어져
고향의강 정비사업으로 물길 흐름 막아…항사댐 대안될까

포항시 남구 오어지에서 이어지는 수로가 태풍
포항시 남구 오어지에서 이어지는 수로가 태풍 '힌남노' 때 불어난 수량으로 인해 망가져 있다. 배형욱 기자

태풍 '힌남노'로 인명사고까지 발생한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범람 사고와 관련해 무분별한 부실 관리가 키운 '인재'라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냉천 상류지역에 있는 오천읍 오어리 저수지(오어지)가 범람을 촉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관리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에 비판의 화살이 향하고 있다.

냉천은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왼쪽에 두고 바다로 흐르는 지방 하천이다. 지난 6일 불어 닥친 '힌남노'로 인해 범람해 인근 A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물이 들이차면서 7명의 주민이 사망하는 등 극심한 피해를 남겼다. 또한 바로 인접한 포항제철소 역시 불어난 물에 고로가 멈추는 등 설비가 망가지며 가동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 냉천의 상류 5㎞쯤에 농업용 저수지인 오어지가 있다. 일부 주민은 "오어지의 수위가 지난 6일 오전 0시부터 4시까지 4시간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오후 6시까지 완만한 수위를 유지했다. 이는 그 사이 예고 없이 수문을 개방해 냉천의 범람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년 전쯤 진행된 오어지 제방 보강공사가 잘못 설계돼 오어사 식당 등 제방 인근 식당 3곳이 수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지역의 한 식당 사장은 "50년간 오어지 인근에서 장사를 해왔어도 이번처럼 물이 식당 쪽으로 들이치기는 처음이다. 제방공사로 오어지 수로와 도로 경계가 역 'ㄱ' 자 형태가 되면서 수로에서 쏟아지는 물이 그대로 식당 쪽으로 덮쳤다"면서 제방공사 이후 물길이 바뀌었다고 했다.

현장에선 오어지에서 수로를 타고 막대한 양의 물이 쏟아져 내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제방 옹벽이 하천으로 쓸려나와 기울어져 있고, 도로는 절반이 파여 긴급 복구 작업이 이뤄지는 중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현재 SNS 등을 통해 포항지역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오어지 관리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 포항지사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태풍 당일에 조작실의 1/3이 잠기는 등 저수지 자체가 위험했다. 밤새 수위를 조절하고 관리하지 않았으면 댐 자체가 무너져 더 큰 피해를 양산했을 수도 있다"며 "태풍 직전까지 오어지의 수량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산에서 한꺼번에 물길이 몰리며 412만t 용량의 저수지가 급속도로 차올랐는데 사람의 손으로 더 이상 뭘 어떻게 할 수가 있겠나"고 하소연했다.

15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의 복구 현장. 태풍
15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의 복구 현장. 태풍 '힌남노'로 범람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재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신동우 기자

이처럼 태풍 초기부터 냉천을 둘러싼 의혹과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지방하천인 냉천은 지난 1970년대 포항제철소 부지 확보를 위해 기존의 직선에 가까웠던 물길을 틀어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친 역 'ㄱ'자 형태로 정비됐다. 이후 포항시는 2012년 국토교통부의 지원을 받아 264억원을 들여 '냉천 고향의강' 사업을 벌인 바 있다. 냉천의 깊이를 늘리고 주변을 수변공원화시키는 것이 사업의 골자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연속된 냉천 정비가 물길을 막고 하류의 폭을 줄여 이번 침수피해를 촉발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2017년 추진하다가 철회했던 냉천 상류지역 항사댐을 재추진해 사고 재발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항사댐은 오어지보다 상류에 높이 52m·길이 140m·총저수량 530만t 규모로 구상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주민분들의 오해와는 다르게 고향의강 사업을 통해 밑으로 더 깊게 수로를 파는 등 저협수로(낮고 좁은 수로)를 보강해 기본계획상 홍수량을 기존 580t에서 오히려 665t으로 늘렸다"며 "80년 빈도로 상정해 시간당 77㎜의 한계 수량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100㎜ 넘는 비에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