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립 고산도서관이 지난 주말 '제1회 안녕, 동네 책방 축제'를 열었다. 대구시 내 수성구, 중구, 서구, 동구에 소재한 13개 동네 책방 홍보·체험 부스를 비롯해 축하공연, 블라인드 북 교환전, 책 이어쓰기(특정 책을 관람객이 1, 2쪽씩 원고지에 필사) 프로그램 등을 마련한 것이다. 축제에 참여하지 않은 대구시 내 '동네 책방들' 이름과 주소도 축제 리플릿에 담아 안내했다.
'동네 책방'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대형 도서관이나 큰 서점에 비해 규모가 작고, 화려한 간판이나 세간의 이목을 끌 만한 이벤트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 책방을 이용하는 사람들 숫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안녕, 동네 책방' 축제는 우리 동네 작은 책방들이 어디에 있고, 어떤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대형 도서관, 대형 서점은 책의 종류가 많기에 역설적으로 독자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책들만 골라 읽을 가능성이 커진다. '독서 편식'이 강화되는 셈이다. 동네 책방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책 종류도 적다 보니 주인 또는 운영자가 추구하는 가치나 색깔이 진하게 배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단 동네 책방에 들어서면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책방 주인의 메시지와 생각이 담긴 책과 프로그램을 접하게 된다. 설령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내 취향 바깥의 독서를 시작한 것이니 '편식 독서'에 균열은 생기는 셈이다.
'안녕, 동네 책방' 축제 행사 중 하나인 '블라인드 북 교환전' 역시 '독서 편식' 해소를 위한 책 나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참여하고 싶은 시민은 ①자신이 재미있게 읽었던 책(출간 5년 이내 깨끗한 책)을 행사장에 가져온다. ②행사장에 마련된 부스에 마련된 포장지로 포장한다. ③내가 포장한 책을, 다른 사람이 먼저 포장해 내놓은 책과 교환해 가져간다. '블라인드 북 교환전'의 재미와 매력은 포장 겉면에 책 제목도 제공자 이름도 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책이 내 손에 들어올지 모르는 것이다. 내 취향의 책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내게 일독을 권했다는 점, 내게 온 운(運)을 믿고 읽기 시작하는 것이다.
독서의 계절이다. 가까운 동네 책방에 들러 내 인식 세계의 편습(便習)과 편견을 흔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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