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법, ‘미군 기지촌 성매매’ 국가 배상책임 70년 만에 인정

법원 "정부가 전국 기지촌 운영…사실상 성매매 조장"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세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2018년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 앞 삼거리에서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세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2018년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 앞 삼거리에서 '한국 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군 기지 주변의 상업지구(기지촌)에서 주한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던 여성들이 입은 피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지촌을 운영하고 관리한 데 대해 정부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70년 만에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9일 이모 씨 등 미군 기지촌 성매매 여성 9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씨 등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경기 파주·평택시 등 미군 기지 주변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성매매가 용이하게 이뤄지도록 국가가 기지촌을 조성·관리해 피해를 입었다며 2014년 6월 각각 1000만원씩 지금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당시 성병 진단을 받고 강제 수용된 일부 여성들에 대한 정부의 배상 책임만 인정했디. 1977년 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이 생기기 전 수용된 57명에 대해 국가가 5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됐다. 정부가 기지촌을 조성·운영한 데 대해서는 "공익적 목적"이 있었으며,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촉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책임이 없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정부가 전국의 기지촌을 운영하고 관리하며 사실상 성매매를 조장하고 정당화했다고 인정했다. 정부가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외화를 획득하려는 목적으로 기지촌 성매매 여성의 성을 수단화했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정부 책임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 소송을 낸 원고 모두에게 300~7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수긍했다. 대법원은 "국가가 준수해야 할 준칙과 규범을 위반했고, 이로 인해 원고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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