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호강 르네상스 좌담회] 전문가들이 바라본 금호강 개발안은?

"신천대로로 단절돼…시민이 쉽게 접근하는 거대녹지로"
김수봉 대구그린트러스트 대표, 이제화 한국조경협회 대구경북시도회 명예회장 좌담회
"대구시 개발방안, 구체성 떨어지고 시민과 소통 과정 없어…어떤 콘셉트인지 확실히해야"

대구 동구 상공에서 바라본 금호강 모습. 대구시는 지난 9월 시민 이용 중심의 금호강으로 탈바꿈시키고자 열린, 활기찬, 지속가능한 등 금호강 3대 목표가 포함된
대구 동구 상공에서 바라본 금호강 모습. 대구시는 지난 9월 시민 이용 중심의 금호강으로 탈바꿈시키고자 열린, 활기찬, 지속가능한 등 금호강 3대 목표가 포함된 '금호강 마스터플랜'을 공개했다.매일신문DB

대구 도심을 감싸며 흐르는 금호강이 부활할까. 한 때는 산업화로 '죽음의 강'이라는 오명까지 안았다. 영천댐 준공 이후 유량이 줄면서 오염은 더욱 심화됐고 도시 외곽의 성장 한계 지역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오명을 안고 흘렀던 금호강을 시민 이용 중심의 도심하천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움직임이 인다. 지난달 금호강을 시민 이용 중심의 도심하천으로 탈바꿈시킬 대구시의 '금호강 르네상스' 마스터 플랜이 공개됐다. 금호강에 레저공간과 생태 거점을 마련해 대구를 '글로벌 내륙수변도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총 사업비 5천400억원을 투입해 수변 공간에 공원, 야생 정원, 물놀이장, 캠핑장, 생물 서식 공간 등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일부 지역 환경단체들은 "자연 파괴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자연과 생명에 대한 배려 없는 사업을 철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단순한 시민 중심 개발을 넘어서 금호강의 생태계 보존은 물론 역사와 문화까지 아우를 수 있는 개발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근 도로 건설을 지양해 시민 접근성을 높이고 금호강의 자연경관과 인근 안성습지, 달성습지와 어우러지는 콘셉트를 구상해 하나의 '거대 정원'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매일신문이 주최한 금호강 르네상스 좌담회는 14일 매일신문 3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전문가들의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진단과 보완 방안을 간담회 형태로 정리했다.

<사회자>

-석민 매일신문 디지털논설위원실 실장

<패널>

-김수봉 (사)대구그린트러스트 대표

-이제화 (사)한국조경협회 대구경북시도회 명예회장

14일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회의실에서 금호강 르네상스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4일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회의실에서 금호강 르네상스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석민= 대구시가 민선 8기 출범을 맞아 '금호강 르네상스'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시의 금호강 르네상스 마스터 플랜 발표에 대한 평가를 해본다면?

이제화(사)한국조경협회 대구경북시도회 명예회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제화(사)한국조경협회 대구경북시도회 명예회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제화= 금호강은 대구의 핵심 수변 공간이다. 물을 이용한 공간을 필요로 하는 요즘 시대에 맞춰 금호강 개혁방안이 발표된 건 상당히 좋은 기회다. 금호강 개발이 대구 미래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발표된 대구시의 개발 내용은 금호강 제방 내를 중심으로 단편적인 시설 유치에 그치고 있어 아쉽다. 출발단계인 만큼 여러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세부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

김수봉(사)대구그린트러스트 대표.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김수봉(사)대구그린트러스트 대표.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김수봉= 금호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에 대해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맥락이 부족하다. 시장은 영화감독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로맨틱, 코미디 등 장르를 정하는 만큼 시장 또한 대구시 전체 발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금호강의 역할을 제시해야 하는데 뜬금없이 금호강 사업만 던져진 느낌이다. 맥락 없는 사업 제시는 시민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시민설명회 등 사업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석민=일부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금호강 르네상스 구상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금호강 르네상스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측에서는 금호강 자전거 도로나 둔치 야구장 등 각종 체육시설은 물론 주차장, 물놀이 시설까지 있으면서 이미 시민들이 편의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반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제화=지금까지 금호강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매력적인 요인들이 부족했다. 물론 체육시설이 있으면서 운동을 좋아하는 시민들이 활용은 하고 있었지만 대구시민 모두가 찾고 싶은 금호강은 아니었다. 그런데 개발 방안에 체육시설, 물놀이 등 기존과 비슷한 시설을 많이 넣으면 개발이 되도 모든 시민을 위한 공간이 아니게 돼 버린다. 다수의 시민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요인들이 더 필요하다.

▷김수봉= 시민단체의 반발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만큼 대구시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구시에서도 금호강 수질과 생태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았겠느냐. 그렇다면 금호강 구역별 생태 환경에 따른 적합한 개발 방식을 제시해야하는데 모두 개발한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와 버리니 반발은 당연하다. 환경을 개발하면서 훼손된 자연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지 '탄력회복성'의 방안까지 제시했다면 시민들 설득이 더 쉬웠을 것이다.

금호강 생태계는 보존돼야 한다. 개발구역은 개발하되 보존구역은 보존한다는 개념이 필요하고 사회 형평성의 원칙에서 금호강 개발이 잘 이루어지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대구 신천에 조성된 파크골프장 등 일부 사람들만 이용한다.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발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석민=금호강을 이 상태로 두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에 공감을 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대구는 신천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대구 중심인 금호강이 소외되면서 대구 공간 전체가 분절되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전문가 입장은?

▷이제화=강의 공간적 측면으로 보면 가치를 다섯 가지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 대규모의 개방적인 공공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 둘째 쾌적한 환경과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한다는 점, 셋째 도시공간에서 선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 넷째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수변공간의 지속성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역사적 장소성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다섯가지 가치를 기본으로 두고 접근을 해야 한다.

금호강 내부만 가지고 개발 이야기를 하다보면 당연히 자연 훼손 이야기가 나온다. 대구 방천 매립지 녹지 면적과 신천 고수부지 등과 연결하는, 즉 자연성은 자연성대로 살리고 그 안에서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식의 거대한 수변 공간 개발로 접근 해야한다.

◆석민=금호강은 옛날부터 대구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대구 10경에도 금호강 풍경이 다수 포함돼 있다. 금호강 주변에는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정자 등 문화 유산과 역사가 숨쉬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전통 문화 유산 및 역사의 계승과 연계돼야 하지 않겠나?

▷김수봉=금호강은 바람이 불면 강변의 갈대밭에서 비파 소리가 나고 호수처럼 물이 맑고 잔잔하다고 '금호(琴湖)'라는 명칭이 붙었다. 르네상스라고 하면 고대의 문화를 회복시키겠다는 개념인데, '금호강 르네상스'는 과거의 어떤 시점과 어떤 모습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에 대한 계획이 없다. 르네상스라는 개념이 도시 재개발하는 쪽으로 쓰이는 것 같아 사업 명칭을 바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제화=금호강은 예부터 역사와 문화가 있는 수변공간이었다. 강변에 정자가 지어졌고 선비들이 강을 누비며 시를 읊고 강과 교감 해왔다. 이런 역사문화를 재조명해 녹여야 한다. 금호강 주변은 절벽, 산, 들, 숲 등 다양한 공간과 접하고 있다. 주변경관을 잘 살려 어우러지는 개발이 필요한데 이런 방안은 없다. 강이 풍치가 있어야 사람이 오게 된다.

▷김수봉=대구 신천은 예전에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일대 건물의 창문이 신천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등 건물이 등을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지어지는 건물들은 신천을 바라보는 식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다. 개발이 도시 풍경을 바꾸는 셈이다. 금호강도 도시 그림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소재다.

대구의 공원녹지분야는 죽었다. 모두 울산이나 순천을 찾는다. 동구 안심습지부터 북구 하중도, 달성습지 전체를 엮는 '그랜드 가든'이라는 개념으로 개발하면 좋겠다. 이미 안심습지, 달성습지 등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옛날의 정원은 담을 쌓지만 요즘 정원은 담을 허무는 추세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공정원 측면으로 접근하면 좋겠다.

◆석민=금호강 경관적 특성에 대한 연구 없는 획일적인 개발은 오히려 금호강을 망칠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금호강변에 도로를 건설할 경우 수변공간을 단절시킨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설명 부탁드린다.

▷이제화=서울 한강변 인근에도 올림픽대로 등 도로가 있듯, 도로가 도시 기능적으로 필요할 수는 있지만 도로로 인해 수변공간과 도심이 단절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금호강 개발에 도로 건설은 지양해야 한다. 도로 건설이 불가피하다면 지하도로 등을 검토해야 한다.

▷김수봉=서울의 경우 강남 가로수길 끝으로 가면 한강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 시민들은 쇼핑한 뒤 한강으로 놀러간다. 반면 대구는 하천에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뒀다. 대구시는 어떻게 하면 하천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한다. 접근성이 떨어지면 개발을 해도 시민들이 가지를 못한다. 또 금호강의 수량이 지속적으로 보존될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이제화= 침산교에서 팔달교까지 신천대로가 지나고 있으면서 하중도도 신천대로로 인해 단절돼 있다. 이 도로를 지하화하게 되면 금호강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새로운 녹지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석민=앞으로 시민단체 반발은 강해질 것 같다. 갈등을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하나.

▷김수봉=개발 계획이 어떤 과정에서 나왔는지 친절한 설명이 많으면 좋겠다. 전체 도시 개발 방향을 이렇게 잡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금호강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식의 설명이다. 칠곡과 대구의 중심이 멀어진 상탠데 강으로 인해서 강북과 강남이 가까워질 수 있기도 하다. 이런 폭 넓은 이야기에 대해서 시민과 소통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이제화= 금호강만 바라볼 게 아니라 팔공산을 넘어 앞산까지 연결시켜 거대한 녹지를 만든다는 구상까지 나아가야 한다. 금호강 외부에 있는 공간도 확보해 숲을 만드는 등 자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인간을 위한 공간개발로 몰고 가니 거부감이 크다. 자연에 의존하면서 인간이 이용하는 콘셉트로 가면 된다. 대구의 기본 골격을 바꿀 정도의 중요한 사업이다. 토목, 건설 분야를 넘어서 역사, 문화, 산업 측면까지 가미될 수 있는 민관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석민=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수봉=금호강 르네상스. 옛모습 회복하겠다는 건데 강에서 난다는 비파소리, 잔잔한 모습 그 풍경을 재연하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데 초점을 두면 좋겠다. 가장 기본이 되는 콘셉트가 전혀 없다.

▷이제화=금호강이 대구 시민만 이용하게 하는 건 너무 아깝다. 세계적인 아름다운 강이라는 생각을 갖고 국가정원으로 지정받는 것까지 나아가면 좋겠다. 국가정원이 되면 정원 박람회를 통해 수십만들의 시민들이 찾게 되고, 금호강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높아진다. 쉽지는 않겠지만 의지를 갖고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