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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윤석열 대통령 시정 연설 전면 거부한다"…시정연설 보이콧 공식화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의원총회 모두 발언에서 "야당 당사를 국정감사 중에 침탈한 것은 유례가 없다. 헌정사 초유의 기록을 남기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라며 "윤석열 대통령 시정 연설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이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시정연설에 추가조건이 붙은 적은 헌정사상 없었다'고 말한 점을 언급하면서 "역대 대통령 중 국제 외교현장에서 우리나라 야당을 향해 버젓이 비속어로 공격한 적이 헌정사에 있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제 외교 현장에서 국회를 이XX라고 했고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야당을 향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야당 의원으로서 최소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러 국회에 오기 전에 막말 정쟁에 대해 국민과 국회에 사과하고 매듭 짓길 기대했지만 대통령은 시정연설 조건은 헌정사에서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날리면' 이라고 알아들으라며 국민의 귀를 시험한 억지야말로 근·현대사 통틀어 초유"라며 "종북 주사파를 운운하면서 협치 불가를 선언한 것도 군부독재 시절에도 듣지 못한 일"이라고 맞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과거 국민의힘이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연설을 직접 방해한 점을 끄집어내 "국민의힘이 자유한국당이었던 2017년 6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없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추경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첫 방문했을 때부터 자유한국당은 항의 손팻말, 무박수로 맞았다"고 했다.

이어 "2018년 예산안 시정연설 때는 검은 복장에 근조 리본을 달고 대형 현수막 세개를 내걸고 고성으로 연설을 방해했다"며 "이와 달리 민주당은 지난 5월 윤 대통령 시정연설 때 기립박수로 환영하고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도 선뜻 동의하며 협치 시그널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국민의힘처럼 본회의장에서 직접 방해하는 행위보다 더 엄중하면서도 절제된 방식으로 항의의 뜻을 충분히 표출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정부·여당이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으로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면서 시정연설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는 정상적인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 의지를 드러낸다면 우리는 맞서 싸울 수 밖에 없다.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한다"면서 정부·여당과의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 전원은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 등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야당 의원들이 국무총리 대독 형식의 시정연설에 불참한 적은 있으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시정연설에서 아예 입장조차 하지 않은 채 전면 보이콧하는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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