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핼로윈 앞둔 서울 도심서 빚어진 최악 참사…"살려달라" 아비규환

사망자 153명, 여성이 90명 이상…대부분 10대~20대
윤 대통령 "유가족 각별히 챙겨달라" 당부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 서울 도심에서 153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부상자 103명 가운데 24명이 중상을 입어 추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8년 전인 지난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다.

30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곳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이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세계음식특화거리로 이어진 좁은 골목길이었다. 사고 생존자와 목격자들은 경사진 좁은 골목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순식간에 피해가 확산됐다고 입을 모았다. 몰려드는 인파에 맨 앞에 있는 사람이 도미노처럼 5~6겹으로 쌓였다는 것이다.

◆"살려 달라" 앳되고 어린 학생들

사고가 벌어지자 도로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환자, 시민, 소방관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3년 만의 마스크 없는 축제로 기대감이 높아진 핼러윈이 악몽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사고 현장에 있었다는 한 의사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바닥에 눕혀진 사람들은 얼굴이 질리다 못해 청색증이 온 수준"이라며 "CPR 도중에 코와 입에서 피가 나와서 살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사도 "사진 찍는 사람들 너무 많았다"며 "가망 없는데도 옆에서 친구 좀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난리여서 그만둘 수가 없었다. 자꾸 떠오른다"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CPR을 했던 또 다른 목격자도 "앳되고 어린 학생들이었는데 생각이 나서 잠이 오질 않는다"고 적었다.

사망자 153명 가운데 90명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고 힘이 약한 여성 피해자들이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압력에 더욱 취약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국적의 사망자도 20명으로 확인됐다. 국적은 중국·이란·러시아·미국·프랑스·호주·베트남·우즈베키스탄·노르웨이·카자흐스탄·스리랑카·태국·오스트리아 등이다. 소방당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10대와 20대라고 밝혔다.

◆ 임시 안치소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실종 신고를 받는 한남동 주민센터는 실종된 가족과 친구를 찾으려는 다급한 발길이 이어졌다. 실종된 가족이 병원에 입원한 소식을 접한 이들은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화 3천493건, 방문 87건 등 모두 3천580건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참사 사망자들의 임시 안치소가 차려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도 마찬가지였다. 부모와 지인들이 하나둘 찾아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과거에도 대규모 인파가 몰린 공연장이나 서울역 등에서 압사 사고가 벌어진 적이 있었으나 이처럼 대규모의 피해 사례가 발생한 사건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구경북에선 지난 2005년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11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MBC '가요콘서트' 공개녹화 관중이 한꺼번에 출입문 한 곳으로 입장하다가 벌어진 참사였다. 당시 김근수 상주시장이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해외에선 이달 초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뒤엉키며 132명이 숨지기도 했다.

◆정부, 비상대응 체계…사고 수습 총력

정부는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유가족과 부상자분들을 한 분 한 분 각별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전원이 비상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모든 일정과 국정운영의 순위를 사고 수습에 두고 있다고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모든 발표는 국민께 정확히 전해져야 한다"며 "유가족 마음을 헤아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신속한 신원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이를 언론에 실시간으로 정확히 알리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전담 수사본부를 꾸리고 구체적인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시신이 안치된 병원마다 과학수사팀을 보낸 경찰은 신원을 확인하는대로 유족들에게 연락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 신원 확인과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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