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성지 시 골든타임 5, 6분…경사에 인파 몰리며 참사"…전문가 진단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 제보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 제보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참사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원인이 외상성 질식사라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30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참사 현장 지휘를 맡은 노영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망 원인에 대해 "현장 영상을 보면 사람이 사람 위로 깔린 게 보인다"라며 "흉부 압박 때문에 호흡 곤란이 오면서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 투입된 한 의사로부터 사망자 다수에서 복부 팽창이 확인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와 관련, 노 교수는 "압박 증후군 때문일 수 있다"라고 추정했다. 그는 "다리가 압박되면 혈액 순환이 안 되고 근육이 괴사한다"라며 "이때 심장에서 짜는 혈액이 밑으로 못 가고 복부와 얼굴 쪽으로 가면서 그럴 수 있다"라고 했다.

대규모 인파가 한데 몰리면, 그 힘은 강철을 구부릴 수 있을 만큼 강하다고 알려졌다. 65㎏인 성인 100명이 한꺼번에 밀 때 그 압력은 18톤(t)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AP 통신은 "호흡 등 기본적인 신체기능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서서 죽기도 하고, 넘어진 사람은 위에서 압력이 가해져 호흡이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4사고 지점의 경사가 대규모 인명 피해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에 "경사진 곳에서 엉키고 넘어져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되면 도미노처럼 하중은 누적돼 쌓인다. 그 누적된 하중이 인체를 누르면 흉부를 압박한다"며 "흉부가 압도적인 압력으로 눌리면 숨을 쉬어도 흉강이 팽창하지 못한다. 압박에 의한 질식"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장에선 심폐소생술 과정이 지연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노영선 교수는 "심폐소생술을 하려면 구조해 평평한 곳에 눕히고 해야 하는데 사상자들이 쌓이면서 구조하는 과정까지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린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시진 교수도 "5~6분 이내 심폐 소생이 제공돼야 비가역적 손상을 피할 수 있다"며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구출해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자발 순환 회복(심장이 다시 뛰어 혈액이 도는 상태) 가능성이 있는데, 꽉 끼어있고 눌려 있다 보니 구출 작업이 늦어지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예방법 관련, "대중 집회 등에선 이런 사고에 대비하는 계획을 짜게 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인파가 몰리는 장소를 피하라는 것 외에 특별히 예방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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