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국학자료, K콘텐츠 기반되다

박나연 한국국학진흥원 전임연구원

박나연 한국국학진흥원 전임연구원
박나연 한국국학진흥원 전임연구원

역사 콘텐츠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뜨겁다. 올해 7월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은 관객수 7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개봉한 '올빼미' '탄생' 등 역사 소재 영화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TV와 OTT 드라마에서도 역사 소재를 활용한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또, 음악계에서도 BTS 멤버 슈가의 믹스 테이프 '대취타'와 블랙핑크의 'Pink Venom'은 국악을 활용한 곡들로 공개 직후 빌보드 핫100 싱글 차트를 휩쓸었다.

한마디로 '전통 소재가 한국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역사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가는 지금, 옛 기록이 가지는 콘텐츠로서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옛 기록에서 찾아낸 K콘텐츠의 가치는 바로 시대를 뛰어넘는 유대감이다. 과거의 어느 일상을 기록한 한 줄의 기록에서 우리는 그들과의 동질감을 느끼고 용기와 위로도 얻는다.

특히 민간의 기록인 선인들의 일기는 사적 기록인 동시에 시대의 내밀한 생활상과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자료이다.

한류 드라마의 서막을 연 '대장금'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 한 줄에서 시작되었고, 전 세계를 사로잡은 '킹덤'도 조선왕조실록 중 "괴질에 걸려 몇천, 몇만 명의 백성들이 죽었다"는 문구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K콘텐츠의 성공은 옛 기록의 한 줄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극의 전반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시대에 대한 고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해답 역시 옛 기록이다.

민간의 국학 자료를 기탁받아 관리하고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은 국내 최초로 60만 점을 돌파했다. 대부분 조선 시대 민간 생활상을 살필 수 있는 일기류·고문서 등이다.

이 같은 민간에서 기록한 자료는 관찬 사료에서는 보지 못하는 드라마보다 생생한 현장을 담고 있다. 이 기록의 힘은 수백 년을 건너뛰어 생생하게 살아나고, 일상을 통해 시대를 바라볼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콘텐츠 창작자들은 전통 기록 자료에 대해 어떻게 다가갈까? 우리 옛 문헌은 한문으로 기록된 탓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국학 자료를 창작자의 영감을 얻는 텍스트로 쇄신시키기 위해 여러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 대중들이 손쉽게 옛 기록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 '스토리테마파크'가 주목받는다. 선인들의 일기에서 찾아낸 흥미로운 이야기를 사건 중심으로 풀어내고, 창작자들이 창작 모티프를 얻거나 단위 장면들의 세밀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창작자들이 발굴한 이야기 소재는 시나리오·만화·교양서 등으로 재탄생되었다. 전통 기록 자료를 활용한 대학생 콘텐츠 공모전과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을 통해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창작자들에게 역사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 개봉한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탄생'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역사 자문을 제공하였다.

오늘의 삶을 써 내려간 선인들의 일기는 우리의 일상과도 같은 모습이다. 과거와의 동질감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며, 비단 한국인만이 아니라 세계인들까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옛 기록이 만들어내는 스토리 창작의 무한한 힘은 바로 빼곡하게 써 내려간 기록의 힘, 우리만이 갖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이다.

엄재진 기자 jin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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