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수원 비상발전기, 수차례 점검과 모의훈련에도 힌남노에 10시간 블랙아웃

모의 훈련 때 비상발전기 투입 3분..실제 상황에는 8시간 걸려

8월 29일 한수원 정전대비 모의훈련 보고서. 연합뉴스.
8월 29일 한수원 정전대비 모의훈련 보고서. 연합뉴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약 10시간 정전됐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가 정전 사태 일주일 전 실시한 모의 훈련에서는 정전시 3분 이내 전력 복구가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올해 8월까지 매달 1회씩 8차례 정전 대비 모의 훈련을 한 결과 모두 '이상 무(無)' 판정을 받았다.

훈련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차 평가에서는 2분 33초, 2차 평가에서는 2분 28초 만에 전력 복구가 가능했고, 정전시 매뉴얼 준수와 설비 조작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지난 9월 태풍의 영향으로 한수원 본사 전원 설비에 문제가 생겨 정전되자 전력 복구에 약 10시간 가량 걸렸다.

이 때문에 한수원 사내 정보통신기술(ICT) 센터 가동과 업무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면서 전자 결재와 전자 메일, 내부 행정용 업무시스템이 마비됐다.

한수원은 전력 복구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폭우로 주변 습도가 높아 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설비 점검과 안전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탓에 디젤 비상발전기 투입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9월26일과 10월28일, 11월30일 등 3차례의 정전 대비 모의 훈련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전 8차례 훈련과 동일한 시나리오에서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는 상황을 설정해 모두 3분 이내에 전력 복구가 가능한 것으로 판정했다. 훈련 유형과 평가 항목도 똑같았다.

정일영 의원은 "한수원이 정전 대비 사전 점검을 했음에도 실제 상황에서 비상발전기 투입이 지연된 것은 그간 해온 대비책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의미"라며 "노후화된 한수원의 정전 대비 매뉴얼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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