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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매일신춘문예 시 당선작] 박스에 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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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

〈박스에 든 사람〉

[2023 매일신춘문예 시 당선작] 박스에 든 사람. 일러스트 손노리 작가
[2023 매일신춘문예 시 당선작] 박스에 든 사람. 일러스트 손노리 작가

손을 잡아야 잠을 잘 수 있었다. 방지턱을 넘는 버스. 내 키를 덮는 그림자. 엄마는 보이지 않고 내 손엔 엄마의 검지만 쥐여져 있었다.

눈 뜨면 구석일 때가 많았다.

나는 주문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버지의 면도기와 골프공, 설렁탕을 담는다. 여섯 살 때 내가 잃어버린 휴게소를 클릭한다. 얼굴의 푸른색은 휴대폰에 옮겨둔다.

산소에 간다. 캔커피와 꽃을 산다. 살수록 비굴해진다. 더 비굴해지기로 한다. 그렇게 주문을 건다. 주문은 많은 걸 해결해준다.

써보지 않은 양식의 글을 쓴다. 흰 봉투에 넣어 책상에 올려둔다. 이력서는 모두 폐기한다.

택배는 내가 받고 내역서는 그가 받는다. 방금 도착한 복숭아가 물러 있다. 상처가 잘 보이도록 사진을 찍는다. 스티로폼 박스에 반품이라 쓴다. 뽁뽁이로 싸맨다. 구겨, 몸을 넣는다.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에 아이스팩을 끼운다. 뚜껑을 닫는다.

칼로 뜯지 마세요. 던지지 마세요.

아무도 열어주지 않아 나는 나를 열고 나온다. 뜯긴 머리카락을 털어낸다. 팔과 다리의 얼룩을 눌러본다. 운송장 번호가 없다. 받는 사람이 지워졌다. 상자를 열고 다시 몸을 넣다가,

그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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