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대한 허술한 대응은 군 난맥상의 '종합판'이라는 지적이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6일 발표한 북한 무인기 대응 전반에 대한 전비태세검열 중간 결과에 따르면, 군은 작전의 기초인 경계부터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北 무인기 사태, 軍 난맥상의 '종합판'
당초 군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25분쯤 무인기를 처음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검열팀이 레이더 영상을 복기해보니 이보다 6분 빠른 10시 19분쯤 군사분계선 이북에 떠있는 무인기를 처음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레이더 운용 요원들이 무인기의 '이상항적'을 뒤늦게 파악한 셈이어서 사실상 1차 경계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군 당국 간 즉각적인 공조가 이뤄지지 않아 무인기 대응 대비태세인 '두루미'는 이로부터 1시간 30분 이상 지난 12시쯤 발령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무인기는 용산 대통령실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을 가로지른 이후였다.
전직 군 관계자는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며 "'설마 무인기가 남하하겠어'라는 안이한 생각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은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 5대 중 단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F-15K·KF-16 등 전투기, KA-1 경공격기 그리고 아파치·코브라 등 공격헬기까지 약 20대의 군용기를 동원해 실사격을 가했으나 격추 또는 포획에 모두 실패했다.
이와 관련, 군은 "민가, 도심지 등 있는 상공이어서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국민 피해를 고려해서 그 지역에서 사격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계 6위 국방력을 자랑하던 우리 군이 고작 2m 크기의 소형 무인기에 '쩔쩔맸다'는 혹평은 피하지 못하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작전 과정에서 공군 KA-1 경공격기 1대가 이륙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월 F-5E 전투기 1대 ▷4월 KT-1 훈련기 2대 ▷8월 F-4E 전투기 1대 ▷11월 KF-16 전투기 1대 등에 이어 지난 한 해에만 다섯 차례 공군 주요 전력이 추락한 것이다.
군의 난맥상은 서울 상공을 휘저은 무인기 1대의 P-73 침입 여부를 두고 절정에 이르고 있다.
앞서 군은 P-73에 북한 무인기가 침범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지난 5일 P-73 북단 일부를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고 번복했다. 무인기의 용산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전직 군 관계자는 "조만간 북한이 무인기로 촬영한 용산 대통령실 사진을 공개하면 전 세계적인 망신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고된 참사…급증하는 軍 사건사고
지난해 4월 육군 특전사 소속 A 대위가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가상화폐를 받고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건은 전국민적 충격을 안겼다.
A 대위는 검거 전까지 북한 수뇌부 제거 작전인 이른바 '참수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에 근무하면서 북한 공작원에게 작전계획과 육군 보안수칙 등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 도박 빚에 시달리던 A 대위는 약4천8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받는 대가로 간첩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져 우리 군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지난 10월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연합훈련 중 우리 군이 발사한 현무-2C 미사일 1발이 전방이 아닌 후방으로 약 1㎞ 비행한 후 강릉공군기지 내 골프장로 떨어지는 낙탄 사고가 발생했다. 함께 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1발도 발사 후 통제를 벗어나 소실됐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울릉도 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자 군은 F-15K·KF-16 등 전투기를 출격시켜 북쪽으로 미사일 대응 사격을 했는데, 2발이 오류로 발사되지 못했다
같은 달 군 자체 유도탄 사격대회에선 천궁 미사일 1발이 비행 중 공중 폭발했고, 패트리엇 미사일 1발은 사격 전 오류가 발생해 발사가 취소되는 굴욕을 겪었다.
KF-16 전투기도 임무 중 경기도 양평에 추락했다. 사고 조사 결과 12년 전 정비과정에서 너트 1개를 체결하지 않은 것이 추락의 핵심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군의 전반적인 전비태세 부실이 총체적이고 뿌리 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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