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 현상이 이어지면서 새해 바닥 경제는 불안하다. 금융기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김태오(69) DGB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상반기 이자를 낼 여력이 없는 한계 기업‧가계가 늘고 자금 조달 위험성이 커지면서 금리 인상 임계점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회장의 생각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엿보였다. 그는 지난해 국내 경제 상황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그림자를 벗어나 일상 회복을 기대했다"며 "하지만 막상 코로나가 끝나니 주요국 통화 긴축에 따른 유동성 축소가 자산 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며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통화 공급과 재정 운영 축소에 따른 '긴축의 시대',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상실의 시대', 미‧중 패권 경쟁과 서방‧러시아가 대립하는 '갈등의 시대'라고도 표현했다. 그리고 올해 "시대적 도전을 헤쳐 나가기 위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계열사 간,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협업을 확대해 더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도 전했다.
DGB금융그룹은 서민, 소상공인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하는 '따뜻한 금융' 기조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썼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립해 국내 은행권 세 번째로 SBTi(과학기반 온실가스 감축목표) 인증을 받았다.
또 지역사회 내 ESG 경영 인식 확산을 위해 경북 중소기업 100여 곳이 참여한 'ESG 경영 아카데미'를 5차례에 걸쳐 운영했다. 비수도권 학생을 디지털 인재로 양성해 채용까지 연계하는 'IT's DGB, IM Challenger' 프로젝트도 개시했다. 올해 본격 운영해 7개 팀 25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 8월에는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취약 차주를 위해 '새희망홀씨대출' 신규 금리를 연말까지 0.50% 인하해 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런 노력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 ESG 평가에서 국내 금융권 최고 등급인 'AA(Leader Group)' 등급 획득 ▷한국경영학회 '최우수 경영 대상'에서 ESG 경영부문 수상 ▷금융감독원 '포용금융 부문 유공자 시상'에서 서민금융 지원 우수기관 선정 등 성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UNGC(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선도기업'으로도 선정됐다. 김 회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역 기업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도록 지방은행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최근 '울트라 스텝(한 번에 기준 금리 1% 포인트 인상)'이 언급될 정도로 금리가 급격히 올랐다.
▶미국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한 14년 동안 위기를 극복하려고 돈을 많이 풀었다.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이 와야 하는데 중국에서 저렴한 제품이 나오다 보니 물가가 안 올랐다. 그래서 통화량을 다시 거둬들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 상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와 돈을 또 풀었다. 팬데믹이 끝날 때쯤 물가가 진짜 오르니 작년에 급하게 금리를 올렸다. 금리를 1년 만에 이렇게 올린 예는 잘 없다.
-신년사에서 재정 긴축과 위기감을 강조했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권에는 예대금리 차로 도움이 될 텐데.
▶금융권이 좋아진다는 건 반대로 기업, 가계의 부실화가 커진다는 의미다. 금리가 오르는 걸 감당하지 못한다는 거다. 올해 상반기 안에 임계점이 올 수도 있다. 이자를 상환하다가 힘에 부쳐 '더 이상 못 하겠다'는 말이 나올 수준에 달하면 금융기관도 제2금융권을 시작으로 제1금융권까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계 기업‧개인이 노출되면서 연체가 발생하고 부실화된다. 지역에서도 조금씩 연체가 늘고 있는데, 연체 기간이 늘어나면 악성화할 수 있다.
특히 걱정되는 건 부동산 분야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받은 사람이 많은데 주택 분양이 안 되면 건설사가 돈을 회수하지 못해 넘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공사나 시행사도 사업 중간에 진행이 안 되면 금융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넘어질 수 있다.
-공공성을 뒤로하고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 대구은행으로선 영업하기에 유리하지 않나.
▶지금 금융권 정기 예금이 엄청나게 늘었다. 고금리를 준다고 하니 전부 주식, 부동산에 투자하던 돈을 예금으로 넣고 있다. 처음에는 은행도 유동성 때문에 금리를 막 줬다. 그런데 예금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가 오르고, 기업대출 금리가 올라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막 오르던 초반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에게 행정지도로 예금 금리를 통제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DGB금융그룹 계열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회사채를 발행했고, 그룹 차원에서 채무보증도 섰다. '아픈 손가락' 같기도 하다.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갑자기 금리가 올라 부동산 시장이 경직되다 보니 시중 자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거다. 자본 증자도 했다. 당분간 유동성 관리에 집중하려 한다. 지금 포트폴리오(자금 투자‧운용)를 재정비하고 있는데, 올해 정비가 끝나면 내년부터 정상화할 거다. 부동산에 영업을 치중하지 않고 다른 분야로 고르게 분산해 균형 잡힌 성장을 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올해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 극복할 방안이 있을까.
▶경기 침체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쯤 되면 금리 상승이 멈추거나, 거꾸로 약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했는데, 미중 또는 서방 국가가 싸우면 서로에게 좋지 않다. 그런 내용이 IMF 보고서에 다 나와 있는데, 그런 방법을 미국이나 중국이 택할까의 문제는 별개다. 조금 더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 경기가 매우 어렵다. 지역 기여도, 친밀도를 높일 방안은.
▶황병우 DGB 대구은행장도 취임사에서 '따뜻한 금융'을 강화한다고 했다. 재무 사항을 보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기업이 지금 어렵지만 이 시기만 넘기면 계속 굴러가도록 지원할 방안을 차주마다 다르게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
지방은행 목적에 맞게 지역에 탄탄하게 뿌리를 내려 지역 기업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특히 지역 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인 만큼 성장할 길을 찾아 컨설팅하면서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서울에 증권‧보험‧캐피탈‧자산운용 등 계열사가 있으니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지역에 환원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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