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농어촌이 난방유·선박연료와 전기요금 폭등 부담을 앓고 있다. 유례없는 에너지 비용 지출 속에 생산량과 수요 감소 영향으로 수입마저 줄어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시설오이 전국 생산량 1위인 경북 상주 오이시설하우스 재배 300여 농가들은 올겨울 한파 속 난방유(등유) 폭등과 자재값·인건비 인상, 생산량 감소까지 4중고를 앓고 있다.
지난 3일 상주시 흥각동에서 6천㎡ 규모 오이 시설하우스를 운영하는 이연호(62) 상주원예영농조합 법인 대표는 "올해처럼 악조건이 겹친적은 평생 처음"이라며 "최악의 한파까지 닥쳐 가뜩이나 비싼 기름을 더 많이 썼다"고 한숨 쉬었다.
이 대표는 지난주 영하 10도를 밑도는 맹추위에 지난해 겨울의 2배 수준인 일평균 400ℓ의 난방유를 땠다. 면세유로 공급받는 난방유(등유) 가격은 2021년 겨울 1ℓ당 770원에서 지난 연말 1ℓ당 1천300원으로 69% 뛰었다.
이 대표는 예년의 2배 수준인 월 700만~800만원을 난방비로 지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드센 한파로 난방 효과가 충분치 않았다보니 수확량은 예년의 3분의 2 수준까지 줄어들 판이다.
이 대표는 "나 뿐만 아니라 조합원 92곳 오이 농가가 일제히 시름 속에 있다. 경북도와 상주시 차원에서 한시적으로라도 난방비를 지원해주면 작은 위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북 경산시 하양읍 청천·남하리 일대 200여 농가에서 51ha 깻잎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깻잎은 비닐하우스 지붕 사이 지하수를 뿌려 수막을 만들고 보온 효과를 내는 수막재배를 한다. 올해는 강추위 속 보조난방으로 등유 열풍기를 더 가동해야 했다.
비닐하우스 2개 동(1천200여㎡)에서 깻잎 농사를 짓는 전상호(63) 청천리 이장은 "올겨울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 깻잎 생육이 부진했고, 수확량이 전년 대비 20~30% 줄었다"고 말했다.
전 이장은 "시설 내부 온도가 6~8℃ 이하로 떨어지면 등유 열풍기가 자동 가동하는데 올 겨울은 너무 추웠다보니 등유값이 겨울 이전보다 60% 정도 늘어났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식을 덜 하니 깻잎 수요가 줄어 가격이 들쑥날쑥하다. 생산비만 크게 올라 소득이 없을 전망"이라고 토로했다.
동해안 대표적 어업전진지역인 포항도 면세유 가격과 전기요금이 모두 올라 '에너지 폭탄'을 맞았다.
수협 등에 따르면 어업인 공급용 면세유 가격은 지난 2021년 5월 기준 1ℓ당 700원 선이다가 지난해 5월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한때 약 2천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900원 선까지 내렸다.
냉동창고 운영에 드는 전기요금도 크게 올라 생물을 제외한 과메기나 오징어 등 냉동보관 어종들 유통가격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김재환 구룡포수협 조합장은 "동해안 대표 어종인 대게의 경우 한번에 1주일 간 조업하면 선박 연료로 면세유 30~40드럼을 쓴다. 이게 2천만원 정도 된다"면서 "냉동창고 전기료도 30% 이상 올랐다. 보통 800만~900만원이던 전기세가 올해는 1천만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고 했다.
예천군 농촌가구 대부분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대부분 가정이 기름보일러를 쓰느라 난방비 부담이 배로 늘었다. 고령화 지역이라 겨울철 돈벌이도 없어 더욱 부담이다.
예천군 유천면에 사는 윤모(78) 씨는 "자식들이 주는 돈으로 난방비를 내자니 미안하고 눈치가 보여 최대한 아껴 쓴다. 그럼에도 과거 18만원쯤 들던 난방비가 올해 58만원이나 들었다. 눈치없는 아버지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북도는 우선 정부 특별대책에 따라 가구별 지원금을 도비·시군비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농어가의 재배 및 조업 부담을 파악 중이다. 이후 대책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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