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vs 안철수, 뼈 아픈 기억 '탄핵 공방' 연일 설전

김 "대선주자 당 대표 불가" 선공…안 "당 분열의 늪으로 몰아" 반격
짧은 선거기간 탓 흠집내기 열중

국민의힘 김기현·천하람·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며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천하람·김기현·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 및 최고위원후보들이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경쟁 국면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김기현·안철수 후보가 '탄핵'을 두고 거친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탄핵 공방은 김 후보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안 후보를 향해 '차기 대선주자 당 대표 불가론'을 강조하면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히면 당이 깨질 수 있다.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발끈했다. 그는 12일 "아무리 패배가 겁난다고 여당 대표를 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

공방은 13일에도 계속됐다. 김 후보는 "당 대표가 되겠다는 분이 없는 말을 자꾸 왜곡하고 곡해하면서 당에 흠집을 내는 모습은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안 후보는 "대통령 탄핵 발언을 하면서 당을 분열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당내에선 윤심을 잡으려는 김 후보와 비윤 표심을 노리는 안 후보가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김 후보는 안 후보에게 '굴러온 돌', '분열주의자', '철수(撤收) 반복 정치인', '여야를 넘나든 모호한 정체성'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시에 "안 후보 역시 김 후보에게 '자력 승리 불가능 후보', '대중적 인지도 낮은 듣도 보도 못한 잡놈',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전형', '공천학살 대리인' 등의 주홍글씨를 찍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짧은 선거기간에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부정적인 홍보 전략이 잘 통하기 때문에 양측이 상대 흠집내기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보수정당으로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시선과 평가를 기준으로 양측 지지자들이 확연히 나뉘는 탓에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공멸 우려에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후보가 기댈 수 있는 당내 세력은 가까스로 이룬 정권교체 후 새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전통적인 당원들이다"며 "가슴 아픈 기억인 탄핵이라는 화두를 던져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안 후보는 대통령의 약점을 보완해야 탄핵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박 전 대통령 탄핵하면 윤 대통령을 떠올리는 당원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탄핵 공방을 통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