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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죽음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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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지금 우주 어디메쯤에서/ 한 마리의 벌레가 죽어 가고 있다/ 예수도 그곳으로 갔다/ 마호멧도 그곳으로 갔다/ 석가모니도 그곳으로 갔다/ 지구는 지금 텅 빈 자리/ 그곳에 캄캄히 내가 누워 있다/ 이승을 바라보며."

고 조병화 선생의 시, '입원일기'이다. 시인이 1986년 수술을 받은 뒤 병실에서 쓴 시로 알려져 있다. 시인은 예수, 마호메트, 석가모니 같은 성인도 죽는다고 했다. 그러니, '한 마리 벌레'에 불과한 시적자아(詩的自我)의 죽음은 당연한 일. 시인은 닥쳐올 죽음을 시적공간(詩的空間)에서 체험한 것이다.

부고(訃告)가 많았던 이번 겨울. 장례식장에서 국밥 한 술 뜨며 죽음을 생각했다. 소주 한잔 털어넣으며 웰다잉(well-dying·좋은 죽음)을 떠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죽음이 음지에 묻혀 있다. 죽음을 터놓고 얘기하길 꺼린다. 동네에 장례식장이 들어서려 하면, '결사 반대'이다. 죽음은 저 멀리 있고, 두렵고, 불편하다. 웰다잉이라고 하면 연명의료 결정, 호스피스 등 의료적 수단을 먼저 연상한다.

죽음과 삶을 사유하도록 돕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 죽음 교육은 노년층을 위한 복지관 프로그램 정도로 여겨진다. 내용을 보면 ▷죽음의 이해 ▷자신의 삶 돌아보기 ▷웰다잉 유형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및 유언장 작성 등이다. 노년 세대의 죽음 준비를 돕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죽음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치원에서 죽음을 가르치는 나라도 있다. 유럽에서는 공동묘지가 시민 쉼터로 쓰인다. 삶 속에 죽음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을 일상에서 차단한다. 장례식장에 아이들을 데려가지 않으려 한다.

죽음은 삶과 맞닿아 있다. '어떻게 죽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와 연결된다. 우리는 죽음을 배운 적도, 공부한 경험도 없다.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죽음의 문제를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죽음학의 창시자로 꼽힌다. 그는 말년에 쓴 자서전 '생의 수레바퀴'에서 "30년 이상을 죽음을 연구했기에 사람들은 나를 죽음 전문가로 여기는데, 내 연구의 핵심은 삶의 의미를 밝히는 일에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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