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 게임이란 게 있다. A에게 일정 금액을 주고 그중 얼마를 B와 나누라고 한다. B가 A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A, B 모두 돈을 갖는다. B가 거부하면 둘 다 돈을 얻지 못한다. A가 100달러를 받아 그중 5달러를 B에게 줬다고 해보자. B 입장에선 A가 1달러를 준다 해도 공짜 이익이 생기는 거니 넙죽 받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현실에서 사람들은 이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뇌과학자는 이를 대뇌가 느끼는 이득의 가치가 현저히 차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득의 가치는 '내 이득-계수×(남의 이득-내 이득))'이란 공식으로 계산된다. 여기서 계수는 전체 액수 분의 내 이득. 이를 위 상황에 대입해보면 '5달러-5/100×(95달러-5달러)'로, 내 이득의 가치는 0.5달러란 계산이 나온다. 5달러를 받아도 뇌의 신경계는 그것의 가치를 0.5달러로 판단해 B는 A가 주는 금액을 거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합리주의적으로만 보면 A가 어떤 불공평한 제안을 해도 B는 그것이 100:0이 아닌 한 어쨌든 받아들이는 게 맞다. 제안을 거부하면 한 푼도 얻을 수 없으나 제안을 수락하면 조금이나마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A가 99:1을 제안하는 슈퍼 갑질을 한다고 해도, B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얼씨구나 하며 "콜!"을 외쳐야 한다. 어쨌건 푼돈이나마 공돈이 생기는 일이니 명백히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아니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혼소송에서 어느 쪽이 유책배우자인지는 쌍방 이혼 의사가 있는 경우 위자료 액수만을 결정할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는 재산분할금액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돈에 이름표가 붙어있는 것은 아니므로, 위자료이든 재산분할이든 총액이 얼마인지를 따지면 될 일이다.
상대방이 유책배우자이며 자신은 오롯이 피해자라는 그 또는 그녀의 이야기는 혼인생활이 3개월이든 30년이든 적어도 그 분량에 있어서만큼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물론 그와 그녀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협의이혼 의사확인을 법원에서는 속칭 '이혼주례'라고 하는데, 이혼 의사를 정한 당사자의 의사확인 절차라는 점에서 혼인 의사를 정한 당사자를 주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 것이다.
이때 법원은 판단하지 않고 그저 확인할 뿐이다. 그러나 이혼 법정은 들어주고 공감하고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 때로는 더 강하게 유책배우자인 상대방을 공격하는 서면에 당장은 속이 후련하고 진정한 자신의 소송대리인이라고 환호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서는 상대방을 유책배우자로 강하게 비난하면 할수록 각자의 이익이 아니라 상대방의 손실, 아니 정확하게는 상대방에 대한 타격으로 다툼의 본질이 변모되고 만다. 소송은 점점 길어지고 상대방에게 가하는 타격 못지않게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피해도 커진다.
상대방 예금 잔액을 1원까지 그대로 분할대상 재산에 넣어야 한다거나 폐차 비용이 더 들 것 같은 차량이, 오래전 예물로 주고받았을 귀금속이 재산목록에서 빠졌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외치는 당사자 앞에서 합리적인 법적 조력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만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A가 최소 금액을 제안하고, 전체 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려 한다면 B는 이를 거절할 것이고 결국 A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합리적인 A라면 B가 거절하지 않을 금액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가장 흔한 제안은 50%, 즉 공평한 분할이다. 제안 규모와 거절 비율은 사회마다 다르고, 선물 증여가 활발한 문화에서는 특별히 관대한 제안이 관찰된다고 한다.
이혼소송에서 쌍방이 각자 대리인을 선임하여 서로의 재산을 조회하고 분할대상 재산이 무엇이며 그중 특유재산이 무엇인지 등 법적인 쟁점을 모두 다툰 뒤에 돌연 이혼하지 않겠다고 쌍방이 소 취하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각자의 변호사에게 줄 성공보수를 자신들이 나눠 가지자는 합의가 있었고 쌍방 변호사가 정리한 재산분할에 서로가 어느 정도 양보하면서 협의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진정한 게이머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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