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화하는 청송, 도약하는 청송] ②주민이 만드는 문화관광, 지역경제 돈을 돌게 한다

주민들 세계지질공원 문화 해설
왕버들 심어 옛 모습 찾는 주산지
주민이 만든 청송사과축제 ‘초대박’
청송사랑화폐, 지역 경기 회복 일등공신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 중 하나인 청송 주산지. 올해 이곳이 옛 모습을 찾게 된다. 청송군은 조만간 저수지 물을 비우고 주변 왕버들을 호수 가운데 식재할 예정이다. 전종훈 기자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 중 하나인 청송 주산지. 올해 이곳이 옛 모습을 찾게 된다. 청송군은 조만간 저수지 물을 비우고 주변 왕버들을 호수 가운데 식재할 예정이다. 전종훈 기자

한반도 내륙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이름을 올린 곳은 경북 청송군이다. 2017년 5월 1일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승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 이뤄낸 성과였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문화적 가치 등도 함께 평가해 선정된다. 청송은 2010년 8월 세계지질공원 인증 추진 정책을 선언한 뒤 2014년 4월 11일 청송국가지질공원 인증 고시가 났고 3년 뒤 세계지질공원 등재까지 마치며 7년이란 시간과 노력의 결과였다.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에 힘입어 청송군은 관광객 연간 5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경제는 선순환했고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는 올해부터는 해외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다.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해설사는 모두 청송 주민이 맡고 있다. 사진은 홍영숙(가운데) 해설사가 관광객에게 지질명소를 설명하는 모습.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홈페이지 자료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해설사는 모두 청송 주민이 맡고 있다. 사진은 홍영숙(가운데) 해설사가 관광객에게 지질명소를 설명하는 모습.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홈페이지 자료

◆주민이 만들어가는 세계지질공원 관광 문화

세계지질공원의 하위 단계인 국가지질공원 등재에 대부분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추진돼 왔다. 전국에서도 작은 도시에 속하는 청송이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내에서 지역 작은 소도시가 단독으로 지질공원에 등재된 사례는 지금까지 청송밖에 없다. 또한 세계지질공원으로 등록된 면적이 총 845.71㎢로 청송군 전체다. 결국 청송군 전체가 지질공원으로 손색이 없고 청송이란 도시 자체가 보호하고 보존돼야 한다는 것이 유네스코와 세계 지질학계의 견해다.

세계지질공원은 보호만 강조하는 국립공원과 천연기념물, 습지보호지역 등과 달리 보호와 활용을 적절히 조화시킨 공원이다.

지질공원은 지역의 지질과 생물, 고고, 역사, 문화자원 등을 총체적으로 활용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당연히 지역 주민의 재산권 행사에 대한 아무런 제약이 없고 오히려 지역 주민의 재산을 극대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청송 세계지질공원은 유네스코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민이 직접 지역 지질 해설사로 나서기 때문이다. 현재 공식 지질해설사는 17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에서 거주하며 문화와 자연이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를 경험으로 알고 있고 지역에 대해 무엇보다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다.

홍영숙 해설사는 "매일 다니던 주왕산이라도 사계절 다르고, 어떤 날씨에 보는 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관찰된다"며 "우리 해설사는 전문 지질 해설을 바탕으로 대상에 따라, 기호에 따라 해설 주제를 유연하게 유도하면서 조금이라도 청송에 대해 배우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몰려 항상 주차난이 생겼던 청송 주산지 인근에 다양한 부대시설이 생겨난다. 사진은 현재 조성된 주차장 모습. 전종훈 기자
관광객이 몰려 항상 주차난이 생겼던 청송 주산지 인근에 다양한 부대시설이 생겨난다. 사진은 현재 조성된 주차장 모습. 전종훈 기자

◆옛 모습 되찾는 '인생샷 명당' 주산지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 중 하나며 SNS에서 '인생샷 명당'으로 꼽히는 주산지가 최근 변신을 꾀하고 있다. 주민들이 주산지의 옛 모습을 찾길 원했고 그 실행에 청송군이 나선 것이다. 주산지는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 저수지이며 주왕산국립공원 안에 속했기 때문에 각종 환경법과 국립공원법 등에 저촉돼 인위적으로 손을 못 대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식생이 많이 변해 옛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곳이 됐다. 특히 저수지 안에 왕버들이 수십에서 수백년 서식했지만 지금은 몇몇 나무만이 살아 있고 그것조차도 언제 고사할지 모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이에 청송군은 몇년에 걸쳐 환경부와 국립공원 등에 설득과 설명을 통해 올해 드디어 저수지를 비우고 새로운 왕버들을 심게 된다. 청송군은 기존 식생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주산지 인근 왕버들 군락을 찾아 10그루 정도 저수지 안쪽에 심을 계획이다. 청송군은 4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이 완료되는 대로 올해 연말까지 조성사업을 끝낼 계획이다.

주산지의 외연을 갖추는 것과 함께 내실 다지기도 한창 진행 중이다. 그동안 사계절 관광객이 몰려든 이곳에 부족한 부대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그것. 청송군은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자원개발사업이 확정된 이후 주산지 입구에 대형주차장과 함께 오토캠핑장, 야외수영장, 무대 등을 마련하고 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늘 활용할 수 있도록 광장을 만들고 식당과 특산품 판매장도 개설할 예정이다.

최수도 청송군 관광정책과장은 "주산지를 찾는 많은 관광객이 주산지의 독특한 경관을 누릴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의 도입으로 부족한 청송의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이 만들어가는 청송사과축제는 초대박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린 지난해 축제는 전국에서 40만명이 몰려 풍성한 행사가 됐다. 사진은 예전 청송사과축제 모습. 매일신문 DB
주민이 만들어가는 청송사과축제는 초대박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린 지난해 축제는 전국에서 40만명이 몰려 풍성한 행사가 됐다. 사진은 예전 청송사과축제 모습. 매일신문 DB

◆주민이 만든 청송사과축제 '초대박'

코로나19로 지난해 11월 3년 만에 열린 청송사과축제는 역대급 초대박 결과를 낳았다. 청송군 청송읍 용전천 현비암 일원에서 개최된 제16회 청송사과축제에서 5일간 관광객이 무려 40만 명이 다녀갔다.

청송군은 주민으로 구성된 축제추진위원회와 함께 축제를 즐기는 관광객 관점에서 모든 동선과 프로그램 등을 구성했다. 이는 축제 기간 관광객 재방문 유도에 큰 도움이 됐다.

축제의 각종 체험·홍보 부스와 사과 판매 부스, 식당 등은 관광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테마별로 모아 비치했고 판매 상품 역시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성해 호응이 좋았다. 특히 축제장 인근 숙박업소와 식당, 전통시장 등은 관광객의 또 다른 여행코스로 여겨지면서 축제가 원도심의 상권도 기지개를 켜게 했다.

청송군은 이번 청송사과축제 개막에 앞서 시공간 제약이 없는 온라인축제를 먼저 개막했다. 온라인을 통해 축제에 대한 기대와 상세 정보, 알찬 관광정보 등을 사전에 제공하면서 대면 축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디딤돌이 됐다. 온라인축제에는 10만여 명이 참여했고 실제 축제에는 40만여 명이 방문해 온오프라인 축제의 연계 필요성과 시너지 등 대한민국 축제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청송군의 지역화폐인 청송사랑화폐가 지역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청송군은 10%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하고 있고 이를 식당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서 큰 인기다. 사진은 청송영양축협에서 운영하는 청하누 식당 메니저가 당일 들어 온 청송사랑화폐를 보이는 모습. 전종훈 기자
청송군의 지역화폐인 청송사랑화폐가 지역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청송군은 10%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하고 있고 이를 식당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서 큰 인기다. 사진은 청송영양축협에서 운영하는 청하누 식당 메니저가 당일 들어 온 청송사랑화폐를 보이는 모습. 전종훈 기자

◆청송사랑화폐, 지역 경기 회복의 일등 공신

'청송사랑화폐'는 지역소멸도시의 혁신이 됐다. 청송사랑화폐는 2020년 최초 발행 이후 지난해 5월 기준 누계발행액이 1천316억원으로 지역 경기에 순기능을 톡톡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 경제 속에서도 소비 진작에 큰 역할을 했다.

청송군이 청송사랑화폐 발행 이후 2년간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역 가맹점의 평균 매출이 45.3%, 소비 진작 효과가 167.9%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최대 결제 업종은 슈퍼마켓(37억원)이며 최대·최다 결제일은 월요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소비 선호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청송사랑화폐 발행과 함께 지역 카드 결제 금액도 늘어나면서 소비 진작 효과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결제는 주유소가 312억원으로 344%, 일반 한식은 217억원으로 369%, 슈퍼마켓은 76억원으로 22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송군은 최근 청송사랑화폐의 10% 할인보전금 예산 국·도비 35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경북 군 단위 지자체 중 최고 액수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방향에 청송군이 부합한다고 판단해 국비 24억원과 도비 11억원 등 총 35억원을 지원하도록 했다.

청송군은 애초 국비 지원이 없는 상태로 올해 620억원 규모 청송사랑화폐를 10% 할인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일부 할인보전금을 국비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재정적 여유가 생기게 됐다.

이번 행안부 지원은 청송군이 지역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지역 모든 금융기관을 판매대행점으로 계약해 한해 700억원 규모의 화폐 유통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청송군은 올해 청송사랑화폐 발행으로 소비 촉진을 통해 상권 회복과 고물가로 인해 위축된 소비심리를 완화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 관광사업이 지역 경제에 큰 활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청송사과축제에 5일 동안 40만 명이 이곳을 찾아 지역 상가 곳곳이 웃음꽃을 피웠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 모습이며 인기 있는 행사나 판매 부스에 관광객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문화 관광사업이 지역 경제에 큰 활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청송사과축제에 5일 동안 40만 명이 이곳을 찾아 지역 상가 곳곳이 웃음꽃을 피웠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 모습이며 인기 있는 행사나 판매 부스에 관광객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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