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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 위기에 금값 고공행진…순금 한 돈에 40만원 갈까

21일 서울 시내 한 귀금속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금 가격이 안전자산 선호로 급등세다. 지난 20일 한국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8만3천원대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시내 한 귀금속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금 가격이 안전자산 선호로 급등세다. 지난 20일 한국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8만3천원대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최근 포항철강산업단지 소재 한 업체 사우회는 고민에 빠졌다. 그간 20년 이상 근속한 동료가 퇴직할 때면 감사패와 함께 금 두 돈을 들여 만든 순금 명함을 전달했는데 너무나 오른 금값 탓에 예산에 구멍이 날 상황을 맞닥뜨려서다.

사우회 집행부는 장고 끝에 퇴직자들과 합의를 봤다. 순금 명함 대신 도금 명함을 주기로. 그 대신 사우회가 종전에 순금 명함을 만드는 데 쓴 비용만큼을 이번 퇴직자들에게는 현금으로 주기로 했다.

사우회 관계자는 "최근 금값이 너무 올라서 '감당이 불감당'이라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변명해보지만, 사실 금은 '함께 일한 동료가 모은 정성'이라는 의미였는데 이렇게 현금을 주고 나니 그 의미가 퇴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글로벌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연달아 나타나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이 치솟고 있다. 더불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이달 들어 4주 연속으로 주간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선물 가격은 24일 트로이온스(약 31.1g)당 1,98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주일 전보다 0.5% 올랐다.

국내 금값도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KRX 금 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이 8만3,49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14년 3월 KRX 금 시장이 개설된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실물 거래가격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한국금거래소에서 순금 한 돈(3.75g)을 살 때 가격이 36만2,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작년 말(32만원)에 비하면 무려 13.1% 올랐다.

이처럼 금값이 치솟는 이유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지목된다.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 독일 최대 상업은행인 도이체방크 위기설까지 글로벌 은행권 불안이 이어지면서 최후의 실물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방증하듯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VB가 파산한 10일부터 23일까지 금 ETF인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는 15.8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삼성 KRX 금 현물 ETN은 16.63%, KB 레버리지 금 선물 ETN(H)는 16.41% 상승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금융권 부실 등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한다면 달러 강세 완화로 연결되면서 국제 금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지정학적 충격이 금 수요를 견인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중국 등 강대국 무역 마찰과 같은 정치적 역학도 금수요를 자극해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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