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신 이 정도면 학종 가능?"…'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흔한 오해들

학종 경쟁력이 내신성적과 직결되는 건 아니야
진로 관련 활동을 단지 "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학종은 무조건 상향 지원이 답일까?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지난해 12월 9일 대구 중구 경북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신의 수능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기사와는 상관없는 이미지.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지난해 12월 9일 대구 중구 경북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신의 수능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기사와는 상관없는 이미지.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많은 수험생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중심으로 학업능력과 전공적합성, 인성 등을 종합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한다. 지역 대학들이 학생부교과 전형을 통해 많은 인원을 선발한다면, 수험생 선호가 높은 서울 주요 대학들은 상당수를 학종으로 뽑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 역시 정성평가라는 특성 상 수험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학종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학종이 '대세 전형'인만큼 잘못 인식되고 있는 부분도 많다. 이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학종에 대해 쉽게 오해하는 몇 가지를 진학사와 함께 살펴봤다.

◆내신성적이 O.O등급인데 어디 쓸 수 있나요?

학종은 학생부 '교과' 전형이 아니라 학생부 '종합' 전형임을 명심해야 한다. 학종 경쟁력이 내신성적과 직결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학종은 정성평가로 이뤄지는 전형이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내신만을 잣대로 내세워 합불을 판가름하려 한다. 물론, 내신 성적이 학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대학 교육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수학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려 하기 때문에 내신성적이 1차적인 평가 자료가 될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내신성적, 특히 등급 자체가 학업역량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학은 교과 성적에 대해 등급뿐 아니라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 석차등급, 수강자수, 이수 단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학업성취도를 평가한다. 여기에 학업태도, 탐구력 등을 함께 파악해 학업역량을 충분히 갖췄는지를 판단하며, 이외에 진로역량, 공동체역량 등 다른 요소들까지 종합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내신등급이 합불을 결정하는 절대적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학생부를 거의 전공 관련 내용으로 채웠으니 경쟁력 있지 않을까요?

단순히 전공 관련 내용이 많다 해서 전공 역량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건 아니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학생부에 지원 전공과 연관된 내용이 많아야 좋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희망 전공과 크게 관련이 없는 교과목의 세특('세부능력'과 '특기사항'의 줄임말, 학생부 상에서 학생의 교과목 성적 외의 다른 사항을 적은 기록)에서도 억지로 해당 전공과 연결 지으려는 듯한 내용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관련 내용이 많다고 전공적합성이 좋게 평가되는 건 아니다. 심지어 많은 대학들이 전공적합성이 아닌 계열적합성에 초점을 둬 평가하고 있으며,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평가요소에 전공적합성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건국대,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의 5개 대학은 공동연구를 통해 2024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요소 중 '전공적합성'을 '진로역량'으로 변경하면서 "희망 전공(계열)과 관련이 있든 그렇지 않든 학교 교육에서 자신의 관심 분야나 흥미와 관련한 무슨 활동을 하더라도 경험을 통해 시각을 넓혔는지,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진로 관련 활동을 단지 "했다"는 사실보다는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학생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학생부에 한 줄이라도 더 쓰려면 활동을 많이 하는 게 좋겠죠?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는 글자 수는 '진로활동'이 연간 700자, '교과세특(과목당)'을 비롯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모두 500자밖에 안 된다. 단순히 활동을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것보다 꼭 필요한 활동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역량이 드러나지 않은 단순 참여 사실이 여러 개 나열된 학생부는 결코 좋은 학생부라고 할 수 없다. 자기소개서도 폐지된 상황에 학생부만으로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려면 하나의 활동이라도 학생의 우수성이 드러나도록 기록돼야 할 것이다. 어떠한 활동을 하겠다고 결정하기 전에, 자신이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성장할 수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 활동을 하겠다는 판단이 섰다면 열의를 가지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때 교사와의 소통, 활동 후 기록 남기기는 필수이다.

◆ 학종은 상향으로 지원하는 게 좋지 않나요?

우선 자신의 경쟁력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도 학종에 합격하는 사례가 있다 보니 학종에 대한 학생들의 눈높이가 높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종 경쟁률이 결코 낮지 않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6장의 수시 원서를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자신의 학생부 경쟁력을 냉정히 판단해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업역량, 진로역량 등 학종에서 중요시하는 요소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데도 학종으로 상향 지원한다면 아까운 원서 카드만 날리게 된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내신 성적이 기반이 되는 교과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보다 막연히 상향 지원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종을 노리는 학생이 많다"며 "남들이 다 준비하니 자신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 당장 자신의 학생부부터 점검해야 한다. 의외로 자신이 학종보다 교과전형 등 다른 전형에서 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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