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귀국하면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국민의힘은 송 대표와 민주당의 부도덕성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기자들 앞에 선 송 전 대표의 손에 미국의 원자폭탄 제작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평전 '아메리칸프로메테우스'가 들려 있었다. 당에 '핵폭탄급' 악재를 안겼다는 비판에도, 입국장에 선 송 전 대표는 밝은 표정이었다.
당장 송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은 없지만, 의혹은 핵심 인물이 귀국한 만큼 민주당 전현직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명계 의원들은 당의 대응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자체적인 조사와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인천공항에서 "저로 인해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제가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 위중하게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상황을 좀 파악하겠다. 제가 모르는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이)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며 "절대 회피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프랑스 현지 기자회견에서 귀국과 탈당 의사를 밝히면서 "후보가 그런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가 어렵다"며 돈 봉투 의혹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이날 고위전략회의를 여는 등 수습책 마련에 고심 중인 상황이다. 당 일각에선 전당대회 당시 국회의원에게 돈이 전달되게 한 고리인 대의원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당대회 당시 일반 당원에 비해 표의 대표성이 높은 대의원과 선거 운동을 도운 이들을 포섭하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돈이 전달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박성준 대변인은 대의원제 축소나 폐지 여론에 대해 "대의원들은 당에 헌신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제도 변경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날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돈봉투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시행하지 않기로 한 당 지도부에 대해 "그러면 당대표나 지도부는 뭐 하러 있나"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자체 조사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검찰에 수사를 맡기면 검찰이 수사 시점을 고르고, 수사 기간도 '엿가락처럼 늘어질 수 있다"며 "당이 전문가들로 특별조사기구를 마련해 (사건)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의 탈당 선언을 '꼬리 자르기'로 평가하며, 민주당 의원들의 부도덕성을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송 전 대표 입국 후 논평에서 "(송 전 대표 탈당 선언은) 지금의 위기만 벗어나 보겠다는 '눈 가리고 아웅 하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꼬리 자르기', 어떻게든 함께 죽어보자는 '물타기'"라며 "진솔한 반성과 제대로 된 수사 협조로 한때 여당으로서 국민께 최소한의 도의를 다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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