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 대통령 "우리 정부의 출발점은 과거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

9일 국무회의 주재…'반면교사' 앞세워 지난 정부와의 차별성 강조
한일관계 대해선 "불과 얼마 전까지 상상 못 할 일들 이뤄지고 있어"
"과거 가장 좋았던 시절 넘어 새로운 미래 개척해 나갈 수도"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전날인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반면교사(反面敎師)' 앞세워 지난 정부와의 차별성과 변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 12분이나 할애하며 지난 1년 성과를 정리하고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했다.

취임 1주년인 10일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이날 생중계된 국무회의 발언이 사실상 '대국민 메시지'이자 취임 1주년 담화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지난 1년 간의 성과와 평가, 방향 등을 총정리하다시피 했는데, 그중에서도 지난 정권과의 차별성, 한미·한일관계 복원 및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이슈가 된 전세 사기, 주식과 가상자산에 관한 각종 금융 투자 사기 등과 관련해 '서민과 청년에 대한 사기 행각은 전형적인 약자 대상 범죄'라면서 전 정부의 실정과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윤 대통령은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디"며 "또,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이러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순간이다"며 "그러나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 정상적인 복원까지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이들의 고통은 회복 불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 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다"고 더불어민주당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발언을 통해서도 "우리 정부의 출발점은 과거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한다"며 "문제의식을 정확히 가지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어 "변화를 원하는 국민께서 정권을 교체해준 것"이라며 "평가의 기준은 국익이자 국민의 이익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무너진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재건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우리가 성과를 계량적으로 국민께 보여드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 정부가 어떻게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이걸 변화시켰는지 정확하게 국민께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권이 바뀌었다고 관료 사회에 무작정 불이익을 줘서도 안 되지만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점은 정확히 인식하고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달라"며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수석은 "대통령의 말씀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과거 정부에서 뭘 잘못했는지 명확한 문제 인식을 갖는 데에서 출발한다는 뜻"이라며 "잘한 것은 잘한 것대로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어떻게 고쳐야 할지 그 일하는 마음가짐을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탈원전이나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된 경우'를 예로 들며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조치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강조한 포인트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혹독한 환경에서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기시다 총리의 언급을 거론하며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한일 양국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한일 간에 이뤄지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서로 교류 협력하면서 신뢰를 쌓아간다면 한일관계가 과거 가장 좋았던 시절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관련 한국 전문가 현장 시찰단 파견,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 한일 정상 동행 참배 등 합의도 성과로 꼽았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거둔 성과 공유에도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 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도 없다"며 취임 후 이뤄진 한미·한일 등 정상회담, 해외 순방 등 외교 성과를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빈 방미 계기에 합의한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간에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한 데 이어,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보다 공고하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정상 차원의 합의문서인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통해 미국이 핵무기를 포함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를 약속했고, 미 핵자산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오는 19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인 10일 기자회견이나 간담회 개최 여부에 대해 대통령실은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국민과 함께 소통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전날인 8일에도 대통령실 또 다른 관계자가 "안 한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