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연속 금리동결한 한은…"성장세 둔화 지속"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3연속이다. 여전히 물가보다 경기 위축 우려가 큰 탓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런데 이번 동결로 인해 3.50%의 기준금리가 4개월 이상 유지되면서 그간 이어 온 금리 인상 기조가 사실상 끝났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게 됐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의 배경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이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줄어든 것과 경기와 금융 분야에서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0.3%)은 민간소비 덕에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고, 3월 경상수지도 국내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배당에 기대 힘겹게 석 달 연속 적자를 모면했다. 하지만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4월(-26억2천만달러)까지 여전히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내수는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제조업 중심의 경기둔화가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북에서 나오는 표현은 현재 경기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금융시장의 위험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속 금리 인상으로 압박하면 취약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에서부터 부실 문제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금통위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 1.4%로 하향 조정했다. IT 경기 반등 시기, 중국경제 회복의 국내 파급영향 정도, 주요 선진국의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5%를 유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금통위 회의에 앞서 일각에서는 역대 최대 수준(1.75%p)으로 벌어진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를 줄이려고 한국은행이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아직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인상 없이 현재 상황을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6월 기준금리(정책금리) 동결설에 갈수록 힘이 실리면서, 역전 폭 확대에 대한 부담도 다소 줄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