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5분만에 대출 갈아타기? 인증하다 12분…" 휴대폰 대환대출 첫날 혼선

메일 화면 항목 찾기 어려워…서비스 인증·대출 조회 지연
담보 없는 신용대출로 한정…'갈아탈 상품 없다' 문구 실망

금융권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이 시행된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ATM기와 카카오페이 대출 비교 서비스 '대출 갈아타기' 화면 모습. 이날부터 소비자는 대출 비교 플랫폼, 주요 금융회사 등의 스마트폰 앱을 통해 기존에 받은 신용대출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한 번에 갈아탈 수 있다. 연합뉴스
금융권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이 시행된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ATM기와 카카오페이 대출 비교 서비스 '대출 갈아타기' 화면 모습. 이날부터 소비자는 대출 비교 플랫폼, 주요 금융회사 등의 스마트폰 앱을 통해 기존에 받은 신용대출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한 번에 갈아탈 수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부터 금융사를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하지만 '15분 원스톱'을 슬로건처럼 내세우던 것과 달리 이용절차가 다소 복잡해 금융 시장에서 어느 정도 파괴력을 보여줄지 미지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환대출 서비스에는 은행 19곳, 저축은행 18곳, 카드사 7곳, 캐피탈사 9곳 등 총 53개사가 참여했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기자도 이날 오전 9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모두 입점한 플랫폼인 카카오페이부터 대환대출을 시도했다. '대출 갈아타기' 항목을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메인 화면에서 보이지 않아 화면을 스와이프 해보기도 했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전체 메뉴를 띄웠더니 그제야 나타났다.

이후 서비스 진행은 '인증'의 연속이었다. 우선 카카오 인증서를 통해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는 데 첫번째 인증을 진행했다. 이어 대환대출 서비스를 위해서도 본인인증과 인증서를 통한 인증 등 두 번째 인증을 했다. 보유 자산을 확인하고 대출 조회를 앞두는 데까지만 이미 12분이 걸렸다. 온라인 플랫폼 사용이 미숙한 고령층 등의 이용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대신 보유 자산을 자동으로 끌어와서 보여주는 편리함은 인정할 만했다.

'이제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타기만 하면 되겠구나' 싶었지만,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 없다'는 문구가 떴다. 아뿔싸. 1일 현재 대환이 가능한 상품은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로 한정돼 있음을 깜빡했다. 금융당국은 올 12월에야 주택담보대출로 서비스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다른 이들의 경험담도 들어봤다. 은행원 A씨는 "우선 플랫폼 간의 제휴사 수가 달라 정확한 대환대출이 어렵다고 느꼈다. 게다가 막상 괜찮다 싶은 상품을 터치해 플랫폼에서 해당 금융사로 연결되더라도 실제 심사 결과 금리 등이 달라져 갈아타기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는 "플랫폼 한 곳에서는 대출이 거절됐다. 더 싼 금리 상품이 없는건지, 이미 대출한도가 차서 그런건지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답답함을 느꼈다"면서 "또 다른 플랫폼에서는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을 알려줬지만 현재 이용하는 상품보다 매달 내는 이자가 오히려 더 비쌌다"고 했다.

이용 편의와 별개로 이번 서비스 도입에 따른 금리 인하 경쟁이 벌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을 지원하지 않았을 뿐 기존에도 토스·핀다·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뱅크샐러드 같은 대출비교 플랫폼은 있었고, 여기서 다양한 금융사의 대출 금리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은행권이 서로 눈치 보며 금리를 낮추진 않았다"면서 "일단 추이를 눈여겨보겠지만, 금리라는 건 기준금리에 은행이 돈을 조달하는 데 들어가는 금리까지 더해져서 산출되는 만큼 시장 경쟁에 따라 낮추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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