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방신기 이어 엑소까지…전속계약 분쟁 반복 막으려면 제도 개선해야

백현·시우민·첸 측 "노예계약 강요" SM "재계약 서명한 뒤 해지 통보 앞뒤 안 맞아"
전문가들 "연습생→톱스타 성장과정서 입지 변화…관계 역전으로 분쟁 가능성 커"

좌측부터 엑소 시우민, 첸, 백현. 연합뉴스
좌측부터 엑소 시우민, 첸, 백현. 연합뉴스

K팝 3세대 대표 그룹 엑소의 멤버 백현, 시우민, 첸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가요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1일 엑소 백현·시우민·첸과 SM 양측의 입장을 종합하면 문제가 된 부분은 계약 기간과 수익 정산이다.

2012년 데뷔해 11년간 활동해온 멤버들은 2021년 6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논의를 거쳐 지난해 12월 30일 자로 재계약을 맺었다. 양측은 구체적인 재계약 기간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백현·시우민·첸 측이 "SM이 17∼18년의 계약 기간을 주장하려 한다"고 밝힌 점에 비춰보면 재계약 기간은 5∼6년으로 추정된다.

백현·시우민·첸 측은 "적지 않은 연습생 기간까지 포함하면 20여년간 SM이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아티스트에게 이른바 '노예계약'을 맺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M은 그러나 이에 대해 "당사는 아티스트가 충분한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고,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자유 의지로 재계약을 체결하도록 보장하고 있다"며 "실제로 소속 그룹 중 소녀시대와 에프엑스 멤버들은 다른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고, 소녀시대는 멤버 3인이 이적한 이후에도 함께 (15주년) 앨범을 발매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백현·시우민·첸 측은 또한 지난 전속 계약 기간 SM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자료만을 보고 정산금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대리인을 통해 여러 차례 정산 자료와 정산 근거의 사본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SM은 이에 대해서도 멤버들이 매월 정산을 받으면서 내역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SM은 "아티스트가 원하면 얼마든지 내방해 확인하도록 협조했다"며 "이들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재계약 과정에서도 정산 내용이 문제 된 적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SM은 또한 "먼저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합의서를 쓰자던 이들의 대리인은 태도를 바꿔 논의를 중단하고 일방적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당사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SM은 백현·시우민·첸이 불과 반년 전 재계약에 서명하고서 해지를 통보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이들 간의 분쟁은 법정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가수들이 연습생 신분에서 톱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입지 변화'에 따른 분쟁의 소지가 큰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합뉴스를 통해 "아이돌로 막 데뷔하려는 연습생 단계에서는 12∼13년 장기 계약도 수락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흘러 팬덤을 확보해 스타가 된 상황에서는 '관계의 역전'이 일어나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엑소 멤버들은 이미 개인 팬덤을 충분히 갖고 있어 (소속사를 나가도)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결국 비즈니스적으로 공평한 것이 중요하다. 아티스트가 성공을 거둔 만큼 충분히 납득할 만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결국 소속사를 나와 홀로 활동해도 이전보다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에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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