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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먼저 먹는 게 장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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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먼저 먹는 게 장땡'이란 말이 있다. 장땡은 화투에서 유래된 말로, 섰다에서 10을 두 장 가지고 있으면 장땡이라고 한다. 정말 좋다, 최고다라는 뜻으로 장땡이 쓰였다.

먼저 먹는 게 장땡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일본 패망 후 일제나 일본인 소유의 재산인 적산(敵産)을 두고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졌고, 먼저 차지하는 게 임자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6·25전쟁 와중은 물론 압축적 경제성장을 하는 과정에서도 먼저 먹는 게 장땡이 되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먼저 먹기 위해 온갖 불법이 동원되는 일도 판을 쳤다.

돈은 물론 자리까지, 먼저 먹는 게 장땡이 되는 세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3년간 시민 단체가 수령한 국고보조금 감사 결과 1천865건에서 314억 원의 부정·비리가 확인됐다. 서류를 조작해 보조금을 받은 후 횡령하거나 사적 용도로 쓰는 등의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정부 보조금은 먼저 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시민 단체뿐만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나랏돈은 먼저 먹는 게 임자'라는 생각에서 나랏돈 뜯어먹기에 혈안이다. 오죽하면 '먹지 못하면 바보'라는 말까지 나돌겠는가.

자리도 먼저 차지하는 게 장땡이 되는 시절이다. 어느 기관보다 공정에 목숨을 걸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 전·현직 간부들이 자녀의 특혜 채용 의혹에 휩싸였다. 선관위 정규직이란 좋은 자리를 남 줄 게 아니라 자녀에게 주겠다는 잘못된 심리가 사태의 발단이 됐다. 선관위는 물론 공기업에서도 자녀, 지인들의 부정 채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먹는 게 장땡이라는 적폐를 청산하려면 일벌백계가 최선의 해결책이다.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었다가는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나랏돈을 뜯어먹은 이들에게 수십, 수백 배의 벌금을 물려 재산이 거덜이 나도록 해야 한다. 채용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은 연금 수령 등에서 막대한 불이익을 주는 게 마땅하다.

나랏돈 도둑은 혈세를 갉아먹고, 자리 도둑은 기회의 공정을 무너뜨리는 쥐들이다. '열 명이 도둑 한 명 못 막는다'고 했다. 감시·감독으로는 한계가 있다. 불법을 동원해 마구 먹었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먼저 먹는 게 장땡이란 말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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