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경북대…대학평의원회마저 거듭된 파행으로 기능 마비

비정규직 교수 의장 선출 이후 잡음 이어져
교수회 추천 평의원 일부 불참, 자료 요청 묵살
이시활 의장 "공신력 있는 법률적 판단 뒤따라야 수긍"
대학본부 "내부 논란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경북대 본관 전경
경북대 본관 전경

경북대 대학평의원회가 거듭된 파행과 내홍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평의원회 내 일부가 의장의 임기와 자격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올 들어 새롭게 시작된 대학평의원회는 두 차례 정기회 등 네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실질적인 기능은 마비된 상태. 일각에서는 학내 구성원 소통과 심의의 최고 기구인 대학평의원회를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이은 교원 채용 비리 및 연구비 횡령 등으로 시끄럽던 경북대가 설상가상 글로컬대학30에서 탈락하고 대학기구 운영 파행까지 나타나면서 학내 소통과 혁신 등을 위한 구조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행 거듭하는 경북대 대학평의원회

5월 31일 있었던 제3차 대학평의원회에서는 현안 대신 의장 자격 여부를 따지는 자리였다.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됐던 학과 신설, 정원 확정 등은 상정되지 못했다.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의장의 임기 관련 문제가 제기된 탓이었다.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김상걸 교수는 "평의원 임기는 2년으로 되어있고, 평의원회 의장 임기는 규정에 정해져 있지 않다. 의장은 4월 29일자로 임기가 만료되고 평의원으로 재추천되었다. 평의원회 규정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불법의 소지가 있다. 의장 선출에 대해 다시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의장의 임기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 비정규직노조가 추천한 평의원의 임기 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올해 2월 27일 있었던 평의원회 의장 선출에서 이시활 현 의장은 재적인원 20명의 평의원회에서 출석투표인원 17명 중 10표를 얻어 당선된 바 있다.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으며 심의 대상으로 예상됐던 주요 사항들이 표류했다. 교수회 등에서는 학과 신설, 정원 확정 등 구조조정과 관련한 결정 사항들이 의결 기구인 교수회를 거칠 경우 입학 업무 등에 지장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등교육법에서 학칙 제·개정은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도록 했다. 2024학년도 입학생 공고부터 학칙에 반영이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제3차 대학평의원회가 파행으로 마무리된 직후 대학본부 측은 6월 23일 이시활 의장에게 자격 상실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다. 의장 지위 승계에 관한 법률자문 결과 이시활 의장의 임기는 이미 만료됐으니 부의장에게 직무를 넘기라는 내용이었다. 의장 관인(官印) 등을 반납하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대학본부 측은 이와 동시에 국립대 재정자원관리시스템에서 이시활 의장의 자격을 정지시켰다.

대학본부 측은 "법률적 판단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에 법률 자문을 받은 것이다. 대학평의원회 내부의 논란을 대학본부 측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며 "다만 논란이 있고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의장 자격을 유지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시활 의장은 "대학평의원회는 대학 행정을 견제하며 또한 함께 보완하여 운영할 독립, 대등한 주체이므로 대학본부가 평의원회 의장의 지위에 대해 판단하고 따지는 것은 부적절하며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본부 측의 의도가 있는 질문에 기초한 법률 자문을 근거로 비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의장 축출을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구성원들이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논리를 펼쳐야 할 것이다. 법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시활 경북대 대학평의원회 의장. 매일신문 DB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시활 경북대 대학평의원회 의장. 매일신문 DB

◆순수한 절차적 논쟁인가

파행은 예견된 것이라는 게 대학 내 중론이다. 역사상 처음 선임된 의장의 자격으로 꼽는 시선도 있다. 의장은 비정규직 교수로 일명 '강사'다. 강사와 교수의 대결에서 강사가 이긴 것이었다. 올 2월 있었던 의장 선출 투표 결과는 10대 7로 강사의 승리였다. 1천300명이 넘는 교수들을 대표하는 교수회에서 의장을 배출하지 못한 것은 전국 최초의 일로 세간에 화제가 된 바 있다.

우려는 첫 회의부터 현실이 됐다. 비정규직교수 노조 위원장 출신, 즉 교수가 아닌 강사인 이시활 의장이 당선된 직후 대학본부 등에서는 강사를 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실제 대학평의원회는 3월 있었던 평의원회부터 파행을 겪었다. 재적 평의원 20명 중 12명이 참석해 정족수를 충족하긴 했지만 교수회가 추천한 평의원 9명 중 2명만 참석했다.

2019년부터 시작한 대학평의원회에 규정이 미비한 부분이 많았지만 기구 운영에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교수회 의장=대학평의원회 의장'이라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었던 터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학평의원회는 상징적인 기구로 삼고 실질적인 의결은 교수회에서 끝내면 되는 일이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올해 1월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홍원화 경북대 총장(당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올해 1월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홍원화 경북대 총장(당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연합뉴스

의장 자격 논란의 시작은 대학본부 측과의 마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시활 의장 체제의 대학평의원회는 태양광전지 설치 등 사업 관련 정보 공개 등 학내에서 관심도가 높은 자료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태양광전지를 교내 32곳의 건물 옥상에 설치한 게 다소 무리한 공사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던 데다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의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탓이었다. 무엇보다 학장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이견이 불거지는 등 학내에서는 태양광전지 사업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던 터였다.

대학평의원회는 이밖에도 ▷우수교원 확보를 위한 방안 ▷경북대 재학생 중도 포기율 자료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 자료 ▷탄소중립 캠퍼스 조성 관련 사업 자료 ▷글로컬대학 추진 관련 대책 및 준비 상황 자료 ▷대학평의원회 법적 취지와 맞지 않는 학칙 개정 관련 방안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학본부 측은 이에 대해 답변을 내놓은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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