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전세 포비아' 전세 하락 감당 못한 집주인 빌린 돈 4조7천억

올해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 DSR 규제 안 받아 적극 활용
1~5월 4대 시중은행서만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2조6천억원
5월말 기준 HF 전세반환 특례보금자리론 2조원

경기도 하남 미사호수공원에서 바라본 미사신도시 아파트 전경. 홍준표 기자
경기도 하남 미사호수공원에서 바라본 미사신도시 아파트 전경. 홍준표 기자

올해 집주인들이 시중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서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새로 받은 대출 규모가 4조6천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 문제가 나타나면서 전세 시세 하락분을 감당하지 못해 빚을 낸 집주인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HF에서 신규로 취급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은 약 4조6천9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대 은행이 올해 1∼5월 신규로 취급한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은 2조6천885억원 규모다. 수치상으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천966억원과 비슷하다. 다만 1월 말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수요가 일부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특례보금자리론에서 취급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은 DSR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등 조건이 좋아 수요가 늘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HF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 금액은 2조4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보금자리론 공급액이 8천2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전체 공급액의 약 2.5배 넘는 금액이 올해 5개월 만에 신청된 셈이다. 유효신청액에는 이미 실행된 건과 심사 중인 건이 포함되는데 심사 중인 건의 경우 실행까지 평균 1∼2개월 정도 걸린다.

HF 관계자는 올해 신청액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역전세난에 따라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집주인이 보전용도 특례보금자리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전세금이 떨어진 탓에 집주인이 돈을 빌려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실거래 마이크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51만7천호)에서 지난 4월 52.4%(102만6천호)까지 늘었다.

역전세 문제는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전세가격이 정점이었던 시점이 2021년 11월이었던 만큼 이때 전세 세입자들의 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올 11월에는 역전세 문제가 도드라질 가능성이 큰 것. 여기에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4월 기준 역전세 계약 중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비중은 각각 28.3%, 30.8%에 달한다.

이처럼 올 하반기 주택시장에서 최악의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면서 정부는 7월부터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에 한정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전세금 반환 보증과 관련된 대출에서 선의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차주별 DSR 규제에 묶여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더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며 "DSR 규제가 완화되면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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