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금오산 잔디밭 푯말을 뽑으며

김장호 구미시장

김장호 구미시장
김장호 구미시장

항상 의아했다. 공원 잔디밭은 왜 들어갈 수 없는 걸까. 일곱 살 때 대구 달성공원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동물원을 구경하고 잔디밭에 들어갔더니 아저씨가 호루라기를 불며 뛰어왔다. 부모님께도 혼이 났다. 그러고 보니 잔디 둘레로 줄이 쳐져 있었다. 그때는 글자를 몰랐지만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푯말도 세워져 있었다.

그 뒤로 잔디밭은 들어가면 안 되는 금지구역으로 알고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외국에 살다 고국을 방문한 친척분이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푸른 잔디에 누워서 찍은 사진이었다. 낯설고 생경한 그 모습이 어린 눈에도 자유롭게 느껴졌다.

잔디밭은 정말 들어갈 수 없는 곳일까? 그 의문은 공무원이 돼서야 풀렸다. 잔디 보호, 환경 문제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관리비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국민소득 3만5천 달러 시대다. 잔디가 먼저냐 시민이 먼저냐, 도대체 무엇이 중한가 묻고 싶다.

관심 있는 시민들은 금오산 공원 잔디밭의 작은 변화를 알 것이다. 지난해 취임식 후 금오산 잔디밭에서 행사가 있었다. 잔디 보호 푯말과 함께 여지없이 출입 금지를 알리는 줄이 쳐져 있었다.

알고 보니 행사가 열릴 때만 진입을 허락해 준단다. 시대가 얼마나 변했고 소득이 얼마나 늘었는데 아직도 1970, 80년대식의 행정을 하는 걸까. 그 뒤로 구미시의 모든 공공장소 잔디밭에서 경고 푯말을 철거했다.

구미시는 7월 1일부터 금오산도립공원 대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다. 금오산을 찾는 관광객들과 대주차장 내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사정을 알아보니 주차장 연간 수익이 운영 인건비도 되지 않지만 카라반, 캠핑카 등으로 장기 주차하는 일부 얌체족을 막기 위해 주말과 공휴일에 요금을 받아왔던 것이다. 한두 명 때문에 선한 99명의 시민이 불편을 고스란히 떠안아 왔던 셈이다.

이러한 것이 시민을 위한 행정 혁신의 본질이다. 혁신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구미 시민 모두의 편의와 행복, 그리고 공익에 부합하도록 행정이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혁신이다.

지난 1년 필자는 스마트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PC 영상회의, 스탠딩 회의를 통해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회의 문화를 꾀했고, 실국 내 순환 전보 및 장기 근무를 통해 공직의 전문성을 높였다. 매주 아침 7시 30분에 시작되는 '굿모닝 수요 특강'으로 시대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구미를 위해 연중 24시간 순천향대 구미병원에 야간 소아청소년과를 만들어 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했는데, 이러한 곳에 쓰이는 예산이 특혜라는 이야기는 공직 내부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유치하고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에 사활을 걸며 미래 신산업을 확대하고 있는 구미시로서는 낡은 관행을 없애고 새로운 시민들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공직 문화 개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데 경쟁국은 3년, 우리는 8년이 걸리는 점을 지적하며 기존의 관행과 규제의 틀을 과감하게 깨는 정부 개혁을 주문하셨다. 대대적인 개혁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쳐다만 보는 잔디밭의 시대는 끝났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가 아닌 '잔디밭에서 편안하게 쉬다 가세요'로 시민을 위하는 혁신 행정을 도모하자. 혁신 또 혁신을 통해 시민의 삶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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