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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윤정현] 화려한 주가 8000 시대의 그늘, '양극화 모멘텀'을 차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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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처음 8000선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인공지능(AI) 랠리는 한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을 보여준다. 경영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이러한 성과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주가지수의 상승이 국민 다수의 체감 경기 개선으로 곧장 이어지고 있는지는 별도의 질문이다. 실제로 이번 랠리는 소수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된 측면이 크며, 지수의 높이가 생활의 안정성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거리의 현실은 전광판의 숫자만큼 밝지 않다.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고, 전체 폐업률은 9.04%에 이르렀다. 특히 소매업과 음식점업 폐업률은 각각 16% 안팎까지 높아졌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13% 수준에서 움직이며, 일부 비수도권 상권은 공실 부담이 더 크다.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쓰지만, 내수와 골목상권은 여전히 회복의 온기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문제는 "증시가 올랐으니 경제가 좋아졌다"는 단선적 해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 불일치는 단순한 심리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양극화가 주로 소득 격차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첨단 수출 대기업 생태계와 전통 내수·자영업 생태계 사이의 연결 약화가 핵심이다. 반도체 산업은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지만 기술·자본 집약도가 높아 고용과 지역 소비로 확산되는 속도는 제한적이다. 주가 상승의 과실이 자본시장과 일부 고숙련 인력에 집중될수록, 체감 경기와의 괴리는 더 커질 수 있다. 대기업의 호황이 곧바로 동네 식당의 매출, 지역 상가의 임대 안정, 청년의 일자리로 연결되던 과거의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흐름을 방치하면 한국 경제는 한쪽 엔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수출 대기업이 호황일 때는 전체 지표가 개선되지만,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나 AI 투자 사이클 조정이 오면 내수 기반이 완충 장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자영업과 지역 상권이 이미 약해져 있다면 충격 흡수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장기 침체 경험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일부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만으로는 인구 감소, 내수 위축, 자산 격차의 누적을 상쇄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주가 상승을 낮춰보는 냉소가 아니라, 그 성과를 더 넓은 경제 기반으로 연결하는 설계에 있다.

중앙정부는 자본시장 성장의 과실이 내수 경제로 흘러가는 제도적 통로를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의 초과 이익이 국내 협력업체의 연구개발, 생산성 개선, 인력 재교육으로 재투자되도록 세제 인센티브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개인 투자자가 자본시장 성장의 정당한 몫을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자본시장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국민의 장기 자산 형성 수단이 될 때 시장 호황은 소비와 내수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공실 상가를 방치하기보다 청년 창업, 로컬 브랜드, 생활서비스 거점으로 전환하는 실험을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 생산기지와 데이터센터, 첨단산업 시설을 유치할 때도 지역 대학·중소기업과의 협력 조건을 붙여 지역 내 부가가치가 남도록 해야 한다. 단기 보조금만으로는 쇠퇴한 상권의 수요를 되살리기 어렵다. 상권 데이터, 유동인구, 배후 주거지, 지역 대학의 역량을 묶어 업종 전환과 창업 실패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거시적 물길을 낸다면, 지방정부는 그 물길이 현장의 점포와 일자리로 흐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코스피 8000은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러나 그 상징이 지속 가능한 성과가 되려면 반도체의 온기가 골목상권의 매출, 지역의 일자리, 가계의 자산 형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책의 목표는 증시의 열기를 식히는 것이 아니라, 그 열기가 경제 전반의 체온을 높이도록 경로를 넓히는 데 있다. 지수는 경제의 성적표 중 하나일 뿐, 경제 전체의 건강검진 결과는 아니다. 지금은 축제의 순간이면서 동시에 구조적 양극화를 줄일 기회다. 화려한 지표 뒤의 그늘을 직시하고, 성장의 연결망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을 새로운 리더들은 기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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