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부산 연제구 <효로인디아트홀>에서 '내면아이에게'라는 주제의 인문학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플루티스트 김혜정. 강연과 연주가 접목된 인문콘서트를 많이 보았지만 만족스런 경우는 드물었다. 책 한 권만 펼치면 다 알 수 있는 단순 정보 전달 수준에 머무르곤 했기 때문. 반면에 김혜정은 달랐다. 스스로 체화시킨 강연은 단순하고 간결했으며, 연주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강약을 조절하며 90분을 끌고 가는 힘이 여간 아니었다. 간만에 신선한 충격이었달까.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 그가 책을 냈다. 클래식 음악 그룹 '참스' 대표로 강연과 연주와 음반을 통해 왕성하게 활동해온 지난 7년을 엮은 것.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토록 예술이 필요한 순간』 이라니, 제목마저 좋다.
김혜정은 오랜 시간 공부하며 가르친 경험과 일상을 예술가의 삶을 경유해 펼친다. 요컨대 『이토록 예술이 필요한 순간』은 적극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기록이자 대중에게 건네는 위로이고, 위대한 음악가로부터 받은 영감 노트인 동시에 흠모하는 예술가를 향한 헌사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 저자의 영업비밀이 담겼다. '렉처 콘서트'를 기획해 강연하고 연주한 기록들,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세부 내용까지 빼곡하다. 강연하는 사람마다 자기 나름의 독보적 콘텐츠가 있기 마련. 어떤 이는 경쟁력이 약해지고 존재감이 흔들리는 걸 우려해 아이디어를 최대한 감추기도 한다. 반면 저자는 영업 노트를 조건 없이 공개하는데(나만 해도 히든카드는 절대 공개하지 않으니까), 그 자신감이 부럽다.
어느 가을밤, 출판기념회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고 관계가 이어져 앨범 'Present'를 헌사하며 당신의 오늘이 선물! 이라고 선언하는 1부. 위대한 음악가의 삶을 추적하면서 외롭고 고통스럽고 상처받은 자아를 위무하는 2부는 '내면아이'로 바라본 예술가의 초상이다. 곧 슈만에서 피아졸라까지, 상처받은 내면이 강건한 자아로 성장하기까지, 다양한 형상을 그려낸다.
팀을 이끌고 무대에 서는 저자의 시간은 환호와 기쁨과 아쉬움으로 점철됐을 터. 만석의 흥분과 호평 일색으로 기억되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관객이 적은 데다 만만치 않은 세상에 대한 깨달음이 겹쳐져 펑펑 울기도 했다고 적는다. 플루트 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악몽 같은 무대를 떠올리면서 음악의 필요와 존재 이유까지 곱씹는 솔직함은 이 책의 매력이다. 어쩌면 그것은 저자가 자기 삶의 궤적을 쫓는 행위였을 것이다.
책을 낸다는 것. 어떤 이에게는 큰 전환점이 되고, 다른 이에겐 커리어 한 줄에 그치기도 한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먹고 살기 퍽 고달파졌거나 혹은 노력에 운이 더해져 형편이 꽤 좋아졌을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예술과 책만은 놓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는 결기가 당차다.
예술과 독서와 글쓰기야말로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도구라면서 "나 역시 늘 예술가로 살며 희로애락의 흔적을 예술적으로 남기겠다는 마음을 놓지 않고 살겠다."고 선언하는 김혜정의 『이토록 예술이 필요한 순간』. 그리하여 만나는 저자의 다짐이자 독자 대중을 향한 간절한 선언 "당신과 나, 우리는 예술이다!" 그렇다, 살다 보면 누구나 '이토록 예술이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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