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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명수 'K-초순수' 구미서 '콸콸'…구미시, 풍부한 용수로 반도체 특화단지 도전

구미시 공업용수 77% 여유…초순수 국산화도 구미서 진행 중
금오산 등에 둘러싸인 분지 지형…반도체 산업 최적 자연환경
반도체 특화단지 최적지 구미 (하)물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낙동강을 기반으로 한 풍부한 공업용수는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도전하고 있는 구미시가 내세우는 최고의 강점 중 하나다. 매일신문DB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낙동강을 기반으로 한 풍부한 공업용수는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도전하고 있는 구미시가 내세우는 최고의 강점 중 하나다. 매일신문DB

공업용수 확보가 반도체 초격차 달성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경북 구미시가 낙동강을 기반으로 한 풍부한 공업용수를 바탕으로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에 도전한다. '반도체 생명수'라 불리는 초순수의 국산화 작업이 국내 최초로 구미에서 성공을 거둬 정식으로 공급되고 있는 점도 구미시의 경쟁력을 입증한다. 구미시는 반도체 산업의 3대 필수요소(전력·부지·물)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특화단지를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각오다.

◆ '반도체 생명수' K-초순수, 구미서 '콸콸'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구미시 임수동 SK실트론 구미 2공장 내 초순수 실증플랜트. 높이 28m, 지상 4층 규모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각종 설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이 24시간 돌아가는 만큼 실증 플랜트 역시 4조 2교대로 24시간 가동 중이었다.

1·2층은 전처리 공정, 3층은 순수 제조 공정, 4층은 초순수 제조 공정으로 이뤄져 있다.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순도를 높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시설은 초순수 국산화를 위해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SK실트론·한성크린텍 등이 협력해 지었다.

초순수는 웨이퍼와 반도체를 씻는 세정이나 웨이퍼를 깎는 공정에 활용되는 용수로, 미생물·전해질·유기물 등 불순물을 거의 '제로' 상태로 제거하는 '극정제화' 작업을 거쳐 생산된다.

권병수 한국수자원공사 초순수운영팀장이 SK실트론 구미2공장 초순수 실증플랜트 내에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규덕 기자
권병수 한국수자원공사 초순수운영팀장이 SK실트론 구미2공장 초순수 실증플랜트 내에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규덕 기자

이곳 실증 플랜트에서는 2025년까지 하루 2천400t 규모의 초순수 생산 설비가 구축될 예정이다. 현재는 그 절반인 1천200t을 생산하는 1단계 구축을 완료, 지난달부터 SK실트론의 150mm 웨이퍼 제조 공정에 공급되고 있다.

권병수 한국수자원공사 초순수운영팀장은 "외산 장비를 이용해 초순수를 생산·공급하는 1단계 목표는 달성했다"며 "2단계는 국산 장비와 우리 기술력을 이용해 초순수를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초순수 시장은 일본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초순수 설비가 고장 나도 일본 기술진이 직접 들어와야 수리가 가능할 만큼 의존도가 매우 높다.

권 팀장은 "국내 기업이 초순수 생산 장비를 주문하면 1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초순수 국산화에 성공하면 단가도 저렴해질 뿐만 아니라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구미에서 초순수 국산화가 이뤄진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현재 환경부는 초순수 국산화 실증화 사업을 하는 '초순수 플랫폼 센터'를 만들려고 계획 중"이라며 "초순수 국산화 작업이 구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사업의 연속성 측면에서 향후 초순수 관련 프로젝트가 추가로 구미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 풍부한 공업용수, 천혜의 자연환경 갖춘 구미

초순수뿐만이 아니다. 구미는 대규모 반도체 기업들이 입주해도 여유롭게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공업용수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구미시는 공업용수 공급 능력(하루 18만8천t) 중 23%인 4만3천t만 사용하고 있다. 또 폐수 처리 가능 용량 53만t 가운데 25만6천t(48%)만 사용할 정도로 폐수처리 여력도 충분하다.

내륙에 입지하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산업에 있어 큰 장점이다. 특히 미세한 먼지도 허용되지 않는 반도체 생산공정에 있어 금오산 등에 의해 둘러싸여 분지 지형의 구미는 중국의 황사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더할나위 없는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에는 무엇보다 양질의 공업용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반도체 공장 건설 시 장애요인이 된다"며 "낙동강은 구미를 첨단산업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반도체 산업에 용수를 공급하며 구미 경제 발전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병수 한국수자원공사 초순수운영팀장이 공기 접촉을 막기 위해 고순도질소가 들어가 있는 샘플링 부스에 손을 집어 넣어 초순수를 물병에 받고 있다. 조규덕 기자
권병수 한국수자원공사 초순수운영팀장이 공기 접촉을 막기 위해 고순도질소가 들어가 있는 샘플링 부스에 손을 집어 넣어 초순수를 물병에 받고 있다. 조규덕 기자

◆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기대효과 '역대급'

풍부한 공업용수를 바탕으로 구미시가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를 유치할 경우 예상되는 기대효과는 엄청나다. 경북도·구미시는 생산유발효과 5조3천여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조8천여억원, 취업유발효과 6천500여명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지역주력 산업과 연계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다. 현재 구미시는 ▷2차전지(제조장비 하이테크롤 기술개발사업·217억원) ▷국방(방산혁신클러스터·499억원) ▷미래차(자율 비자율 주행차량 스마트 커넥트 연구개발 실증사업·250억원) ▷메타버스(XR 디바이스 개발 지원센터·181억원) 분야의 국책 사업을 잇따라 유치했다.

또 ▷로봇(경북 서비스로봇 첨단부품 특화단지·4천117억원) ▷도심항공교통(UAM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2천438억원) 분야 국책사업 유치도 도전하고 있다. LG BCM·포스코퓨처엠(2차전지), 한화시스템·LIG넥스원(국방), LG이노텍(미래차), LG디스플레이(메타버스), LG전자·고스트로보틱스(로봇), 한화시스템·브이스페이스(UAM) 등 관련 기업도 많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시가 반도체 특화단지를 유치할 경우 반도체 산업 확장 및 수요산업 연계를 통해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전후방 연관산업에 반도체 소재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며 "반도체 특화단지로 구미 경제의 돌파구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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