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병우 DGB대구은행장 "지방은행 1호 시중銀 도전…서울서 번 돈 지역으로"

"디스카운트 된 DGB 제값 받기" 전환해도 본점 대구에 머물러
대출 규모 늘면 지역 자산 증대…중기 금융 강점으로 전국 확대
"시중은행 되어도 지역 중기 대출 줄지 않아"

황병우 대구은행장. 대구은행 제공
황병우 대구은행장. 대구은행 제공

1967년 10월 7일. 대한민국 1호 지방은행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 은행이 올해 국내 지방은행으로서는 최초로 시중은행 전환에 도전한다. 바로 DGB대구은행이다.

창립 56년 이래 이만한 변곡점이 있었을까. 그런 만큼 안팎에서 격려와 우려가 뒤섞여 나온다. 이 모든 것을 오롯이 감내해야 할 한 사람, 황병우 대구은행장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했다.

1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9층에서 만난 황 행장은 "대구은행이 타 은행과 비교하면 부산스럽지만, 방향이 딱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어느 은행보다 뛰어나다. 위기 때마다 뚫고 나온 데는 DGB의 이러한 DNA 덕분이라고 믿는다"며 성공을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중은행 전환은 디스카운트 된 DGB의 제값 받기"라고 정의했다.

-시중은행과 본격적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시중은행 고객 1%만 우리 고객으로 만들 수 있으면 우리 자산은 얼마만큼 늘어나는 줄 아느냐. 지금 시중은행이 자산이 300조원이라고 한다. 100조원이라고 해도 1조원이 대구은행 자산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대구은행이 1년에 대출 자산 신규로 늘리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 3조원이다. 시중은행의 1%만 갖고 와도 우리에게는 크다.

우리는 시중은행과 전면전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방은행으로서 가진 강점은 한 지역에서 관계를 잘 가져가면서 고객에게 편리를 제공하고 그분들과 관계를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해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다.

우리가 강원으로 간다면 강원 전역에 출점하는게 아니라 춘천이나 강릉이나 일부 지역에서 우리 관계형 영업을 통해 조금씩 가져오는, 니치 마켓(틈새시장) 전략이다. 시중은행의 박리다매 전략과 완전히 다르다.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처음은 아니다. 동남은행(부산)과 대동은행(대구)도 실패했다.

▶전혀 다른 환경이다. 동남은행이나 대동은행은 신설이다. 은행은 시스템 산업이다. 고정투자가 상당히 이루어진다. 초기에 은행은 그러니까 이제 어느 정도까지 빨리 자산을 늘리지 않으면 지탱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지점도 많아야 하고 건물도 있어야 했다. 대동은행이나 동남은행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 시작하다 보니 자산을 빨리 키우려 했고, 여신 구조가 취약했다.

대구은행은 수도권에서 이미 40년간 영업을 해왔다. 서울에 3개, 인천 1개, 경기도 화성과 평택, 용인, 성남 등지에 4개, 대전 1개, 부산 5개, 경남 3개 등이 나가 있다. 곧 경기도 수원에도 영업점을 낸다. 호남과 강원을 빼고는 우리가 이미 영업을 하는 상태에서 시중은행 전환이 이루어진다.

이미 우리 역량은 대한민국이라는 범위를 넘어섰다. 동남아에서 840명이 대구은행 배지를 달고 있다. 국내에 조금 더 확장하는 것이 리스크는 아니다.

대구은행 제공
대구은행 제공

-시중은행 전환으로 지역사회와 연결고리가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먼저 시중은행 전환을 한다고 해서 은행 본점과 지주사가 대구를 떠날 일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과거 삼성전자가 생산 기지를 외국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 우려가 컸다. 한국에서 삼성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이유였다. 그런데 지금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더 커졌으면 커졌지 작아 지지는 않았다. 삼성이 잘 될수록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진다.

대구은행 자산이 70조원이다. 100조, 200조, 300조원이 되면 대구에서 차지하는 대출 규모도 늘어나지, 대구만 줄어들 수 없다. 대구경북이라는 그릇 안에만 있으면 자산이 더 늘어날 수 없다.

은행은 BIS 비율을 적용받는다. 자본이 커지지 않으면 대출 자산이 커질 수 없다. 자본을 키우려면 이익을 내야 하고, 그 이익을 내려면 현재 구조에서는 대구에서 금리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돈을 벌어 지역으로 갖고 오겠다는 것이다.

-1일부터 지방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의무비율이 50%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 전환 소식이 더해지니 지역 중소기업에서는 앞으로 대출이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대구에 본점을 둔 이상 대구 산업 구조와 우리 대출 포트폴리오는 비슷하게 갈 수밖에 없다.

대구는 중소기업 도시이다. 여기에 본점을 둔 대구은행은 중소기업 금융을 강점으로 성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전국으로 중소기업 금융 영역을 넓혀가면 우리의 노하우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제가 공들이는 부분이 여신 프로세스 선진화이다. 중신용자에 대한 신용평가 모형, 자영업자 신용평가 모형을 업그레이드 하고 심사 프로세스도 고도화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려고 한다.

-리테일 금융은 어떤가? 시중은행이 수도권에서는 입지가 탄탄하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인터넷은행 점유율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시중은행과 경쟁에서 대구은행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은 자기잠식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대구은행은 리테일 금융에 있어 대구경북 고객 점유비가 높다. 수도권, 신규 출점 지역에서 비대면 플랫폼인 iM뱅크에 기반한 공격적 영업을 하더라도 자기잠식이 매우 미미하다. 잃을 게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 과감하게, 더욱 도전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물론 iM뱅크 이용자 수가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핀테크사와 다양한 제휴를 통해 이를 보완해 준(準) 인터넷은행의 면모도 갖추도록 할 것이다.

-DGB금융그룹에 뉴지스탁이라는 핀테크사가 있다. 이를 염두에 뒀나?

▶금융 관련 핀테크 업체를 계열사로 편입하거나 지분을 늘려 가는 모든 것을 다 포함한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전국적으로 인적, 물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이러한 약점을 강화해야 하는데 여기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핀테크 기업과 제휴하는 게 하나 있을 것이고 두 번째는 대구은행이 오랜 시간 준비해온 차별점이다. 제2본점에 가면 대구은행 자체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 '피움랩'(FIUM Lab)이 있다. 거기에 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주관하고 대구은행이 후원하는 '대구연구개발특구 창업캠퍼스'(대구창업캠퍼스)가 있다. 이런 곳을 통해 대구시에서 집중 육성하려는 ABB(AI, 블록체인, 빅데이터), 그중에서도 금융 관련 ABB 기업과 기술을 대구은행과 결합하는 것도 방안이다.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 컨설팅사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했는데 TF 규모와 역할은 어떻게 되나

▶상근 직원을 5명 이내로 두려고 한다. 컨설팅을 붙이면 아마 10명 정도 상근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비상근으로 각 부서 인원이 10명에서 15명 정도 붙으면 아마 25명 내외가 될 것이다. 성공적인 시중은행으로 전환 의지를 보여주고자 은행장 직속 조직으로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이 다룰 업무는 시중은행 전환 신청서에 담길 중장기 전략 마련이다. 금융당국 평가받아야 하는 만큼 구체성을 담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은행 디스카운트'를 없애고, DGB라는 기업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게끔 비전을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여기에 단기 목표라든지 세부 전략은 경영기획본부에서 만드는 투 트랙 전략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컨설팅사는 정해졌나?

▶컨설팅사 입장에서도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컨설팅하는 것은 처음 해보는 일이다. 그래서 몇 가지 역량을 중점으로 보고 접촉 중이다.

대구은행은 관계형 은행으로서 가장 적합한 모델로 검증됐기 때문에 이러한 독특한 모델을 타지에서 오프라인으로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지, 오프라인과 디지털 역량의 콜라보 자문을 잘해줄 수 있는 지 등을 보려 한다. 다른 하나는 대구은행의 약점 극복이다. 지역별로 산업군이 다르다. 대구은행은 지금껏 대구에서 한정된 업종을 심사해왔다. 생소한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을 볼 때 어떡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지 여신 쪽 핵심 프로세스를 고민해본 능력을 갖춘 컨설팅사를 찾고 있다.

대구은행 제공
대구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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