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별빛과 계곡, 자연풍광이 어우러진 경북 영양으로 오세요

아시아 최초 국제밤하늘보호공원 별빛과 반딧불이의 향연
수하·본신·삼의계곡… 여름 물안개 피는 시원한 청정 계곡

아시아 최초로 지정된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위로 우윳빛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영양군 제공
아시아 최초로 지정된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위로 우윳빛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영양군 제공

요즘은 한적하고 오붓하게 즐기는 여행지가 대세다. 경북 영양군이 주목받는 이유다.

청정 자연환경을 갖춘 영양군은 전통을 간직한 마을과 시원하고 깨끗한 계곡, 여름에도 눈이 내린 것처럼 몽환적 풍경을 자랑하는 자작나무숲, 장계향 선생의 음식디미방 조리서를 통해 대를 이어온 음식 등 여행 필수요소인 빼어난 풍광과 볼거리, 먹을거리를 모두 갖춘 곳이다. 야간에는 아시아 최초로 지정된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서 반딧불이와 함께 별빛을 감상하며 아름다운 추억도 쌓을 수 있다.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 여름휴가의 명소

영양군에서 무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하기 좋은 곳은 수하·본신·삼의계곡 등 3곳이다.

백옥같이 맑은 물이 모인 수하계곡은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다른 계곡에 비해 폭이 넓어 피서객에 인기가 많다. 수하계곡은 영양 수비면 수하2리에서 시작해 북쪽의 송방휴양림을 지난 곳에 이르기까지 장수포천을 따라 30여 리 정도 펼쳐져 있다. 장수포천의 맑은 물은 소나무가 무성한 산과 골짜기로 흘러들어 넓적한 화강암과 부딪혀 웅덩이를 만들고, 크고 작은 폭포를 연출한다. 인근에는 울련산의 영천약수, 청소년수련마을, 송방자연휴양림 등의 시설을 갖췄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 본신계곡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영양군 제공
경북 영양군 수비면 본신계곡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영양군 제공

본신계곡은 수하계곡 인근인 본신리에서 신원리로 9㎞가량 이어졌다. 금장산·울련산·검마산·백암산으로 연결되는 태백산맥의 준령 사이에 있다. 소나무, 참나무, 신갈나무, 오리나무, 낙엽송, 자작나무, 고로쇠나무, 떡갈나무 등 60여 종의 다양한 수종이 분포돼 있고 상계폭포가 절경을 자아낸다.

영양 석보면 맹동산(768m)의 깊은 골짜기에서 시작된 삼의계곡은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어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고 차갑다. 울창한 원시림과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인근에는 천주교 성지인 포도산과 야영장, 주차시설, 펜션 등이 있어 사계절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또 삼의계곡은 크고 작은 폭포가 많다. 많은 폭포 중 백미는 물줄기가 사자 입속으로 쏟아지는 형상을 한 높이 7~8m의 사자암 폭포다. 한여름 기온 차이로 깊은 계곡에서 퍼지는 물안개도 큰 볼거리 중 하나다.

우리나라 3대 전통정원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영양 서석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연못 내 각자 이름이 붙여진 돌인 서석군을 찾아보고 있다. 영양군 제공
우리나라 3대 전통정원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영양 서석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연못 내 각자 이름이 붙여진 돌인 서석군을 찾아보고 있다. 영양군 제공

◆하늘의 이치 담은 돌을 품은 '영양 서석지'

국내 3대 민간 정원 중 한 곳으로 불리는 영양 입암면 서석지(국가민속문화재 108호)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조선시대 민간 정원의 백미로 손꼽히는 이곳은 자연과 인간의 합일사상을 토대로 조성된 곳인 만큼 특유의 분위기가 방문객들을 압도한다. 또 연못 주위 사우단에는 사군자인 매화·난초·국화·대나무를 심어 선비의 지조를 담았고,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400년이 넘는 은행나무와 아름답게 조화를 이뤘다. 학계에서도 서석지의 조경학적 가치는 일본의 전통 정원기법인 '임천(林泉) 정원'보다 훨씬 앞선 자연식 정원의 형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서석지 내 연못 안에는 크고 작은 돌 '서석군(瑞石群)'이 존재한다. 서석지라는 이름도 이 특이한 돌들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늘의 이치를 담았다고 전해지는 서석군은 신선이 노는 선유석(僊遊石), 구름 봉우리 모양 상운석(祥雲石) 등 돌 하나하나에 모두 이름이 붙어 있어 방문객들이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연못 좌우로 세워진 정자는 오른쪽이 주일재(主一齋), 왼쪽이 경정(敬亭)으로 불리는 데 이곳을 세운 석문 정영방 선생이 평생을 학문연구에 몰두했던 정취와 분위기가 현대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날씨 좋은 날 경정 대청마루에 오르면 담장 너머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더위를 식힐 수 있다. 또 경정에서 연못을 내려다보면 우리 고유의 자연식 정원의 우수성을 더 잘 느끼게 해준다.

영양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에서는 장계향 선생이 집필한 음식디미방 조리서를 계승하고자
영양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에서는 장계향 선생이 집필한 음식디미방 조리서를 계승하고자 '음식디미방 전문인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영양군 제공

◆전통의 맛을 찾아보는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성별의 굴레를 벗고 '어머니는 위대하다'라는 말을 실현한 장계향 선생의 일생을 돌아볼 수 있는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도 꼭 가볼 만 한 곳이다.

지난 2018년 영양 석보면에 문을 연 체험교육원은 서예가, 화가, 시인, 사상가, 교육자, 과학자, 사회사업가 그리고 어머니까지 하나의 이름으로 담아내기에는 너무 크고 아름다운 일생을 가진 장계향 선생의 일대기를 품고 있다.

체험교육원는 모두 11개 관으로 구성돼 각각 다른 교육이 진행되지만, 사전 예약은 필수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직접 옛 방식대로 음식과 전통주를 만들어 보고, 식사도 할 수 있다. 다도 문화에도 관심이 있다면 전통 예법에 맞춰 체험하고 배울 기회도 제공된다.

유물전시관에서는 장계향 선생과 관련된 당시 복식과 사연도 관람 가능하다. 각종 분야에서 재능을 나타냈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고 10명의 자녀를 모두 훌륭하게 키워내는 데 집중했던 장계향 선생의 다양한 사연들을 접하다 보면 어느새 숙연해지는 마음과 눈시울도 촉촉해진다.

체험교육원과 두들마을 사이에는 크고 많은 장독대와 음식디미방(장계향 선생이 저술한 음식 조리서) 체험관도 자리잡고 있어 자연스럽게 관람을 이어갈 수 있다.

탈무드 이야기 '나무 심는 노인'과 비슷한 일화가 두들마을에서도 벌어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난세를 겪던 시절 장계향 선생은 곳간을 열어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눠줬고, 많은 가족을 먹이고자 도토리나무를 심어 사람들에게 음식을 해줬다고 한다. 때문에 장계향 선생이 조성한 도토리 숲은 '도토리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보전되고 있고 근방에는 도토리로 만든 음식이 아주 유명하다.

영양군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여름철도 눈이 온 것처럼 하얀 세상이 펼쳐져 있다. 100년이 넘은 금강소나무 군락에 둘러싸인 자작나무숲은 꽁꽁 숨겨진 비밀의 세상처럼 조용하게 걷기에 좋은 곳이다. 영양군 제공
영양군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여름철도 눈이 온 것처럼 하얀 세상이 펼쳐져 있다. 100년이 넘은 금강소나무 군락에 둘러싸인 자작나무숲은 꽁꽁 숨겨진 비밀의 세상처럼 조용하게 걷기에 좋은 곳이다. 영양군 제공

◆걷기 좋은 곳… 영양 자작나무 숲

영양 수비면 죽파리에는 국내 최대의 자작나무 숲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작나무 숲이라고 하면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죽파리 자작나무 숲이 더 크다.

죽파리 자작나무 숲은 30.6㏊에 걸쳐 하얀 숲이 빼곡히 펼쳐져 있다. 지난 1993년 처음 식재돼 높이 20m에 30년 수령의 나무들은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솟아 있다.

영양 자자나무 숲을 보려면 차량이 다니지 않는 숲길을 걸어야 한다. 죽파리 마을을 지나 차를 세워두고 검마산자연휴양림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지나 3.2㎞가량을 걸어야만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국가 지정 국유림 명품 숲으로 등재된 이곳은 산책로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마련돼 온전한 휴식과 힐링이 가능하다.

벤치에 앉아 태양과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또렷한 자태와 윤곽을 드러내는 자작나무를 지켜보는 것도 일품이다.

무더운 여름이라도 설국을 연상케 하는 몽환적 분위기와 큰 나무들로 인해 청량함도 감돈다. 새하얀 수피와 푸른 잎들이 하늘빛을 가로막은 오솔길은 2㎞나 펼쳐져 검마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영양의 밤하늘이 보고 싶다면 반딧불이천문대를 목적지로 찾아오면 좋다. 이곳에서는 일반인도 누구나 작품과 같은 밤하늘을 촬영할 수 있다. 영양군 제공
영양의 밤하늘이 보고 싶다면 반딧불이천문대를 목적지로 찾아오면 좋다. 이곳에서는 일반인도 누구나 작품과 같은 밤하늘을 촬영할 수 있다. 영양군 제공

◆별 보기 가장 좋은 곳… 반딧불이와 은하수의 향연

영양 여행에서 밤하늘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지난 2015년 국제밤하늘협회(IDA)는 영양 수비면 수하계곡 왕피천 유역 자연경관보존지구 일부 지역을 포함해 반딧불이생태공원 일대 390만㎡를 국제밤하늘보호공원(IDS Park)으로 지정했다. IDA가 평가하는 '밤하늘 질 측정기 등급기준'에 따라 영양의 밤하늘은 투명도가 뛰어나 은하수, 유성 등 전반적으로 하늘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육안 관측이 가능한 지역으로 육지에서 가장 밝게 볼 수 있는 '은밤(Silver급) 등급'을 받았다.

영양의 밤하늘을 제대로 즐기려면 영양반딧불이천문대를 목적지로 해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천문대는 반딧불이생태체험마을특구 내 장수포천 변에 있다.

이곳에서는 4D 영상을 상영하는 플라네타리움과 다양한 천문체험, 천체 관측이 가능하다. 공원의 중심에 있는 자연생태관리사업소에서는 천문대 관람과 천체 관측, 만들기 체험, 별빛걷기, 별빛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간에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야간에는 은하와 달 등을 관측할 수 있어 낮에 방문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특히, 야간 관측 때 영양의 진가를 만끽한다. 천문대 주변은 큰 가로등 2개와 발목 높이의 이동로 안내등이 전부인데, 그마저 불빛이 바닥을 향한다. 어둠이 사방을 둘러 육안으로 별을 보기에 최적이고, 반딧불이까지 반짝인다. 8월에는 천문대 인근 장수포천과 반딧불이생태공원에서 늦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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