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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13> 심사정이 마음껏 아름답게 그린 ‘연지쌍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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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구자

심사정(1707-1769),
심사정(1707-1769), '연지쌍압(蓮池雙鴨)', 1760년(54세), 종이에 채색, 142.3×72.5㎝,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라니! 농채도 담채도 아닌 화사한 색채, 망설임 없는 상쾌한 붓질, 세련된 묘사, 대담하고 꽉 짜인 구도의 '연지쌍압'은 일찍부터 알려진 심사정의 명작이다. 활짝 핀 연꽃 아래 부평초가 떠 있는 못 위를 원앙 한 쌍이 다정하게 헤엄치는 연못 한 켠 풍경이다.

조선회화사에서 '아름다움'으로 꼽자면 빠지지 않을 작품이다. 한눈에 착 들어와 감기는 이런 유형의 아름다움이 드러난 그림은 조선시대엔 많지 않았다. 화가들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18세기까지 그림의 주요 감상자, 수요자인 양반사대부계층에서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일 것 같다. 유학자들은 감정의 절제를 미덕으로 여겼기 때문에 그림에 있어서도 마음이 설레는 아름다움 보다 담담한 격조미를 선호했다.

산수와 화조를 다 잘 그린 심사정의 화조화도 아름다움을 가라앉힌 문인화풍이 대부분이다. 이 작품은 좀 예외적이다. 이렇게 아름답게 그린 사연은 제화에 드러나 있다. 심사정은 한 쌍의 원앙을 그린 뜻이 더욱 좋다며 드물게 장문의 제화를 써 넣었다.

홍백수미지태(紅白秀媚之態) 완사훈풍생향(宛似薰風生香) 일쌍계칙(一雙鸂鶒) 대부수면(對浮水面) 의취우가(意趣尤可) 사내장학사정석필(斯乃蔣學士廷錫筆) 이호위호낙관안재(而胡爲乎落款安在) 의시부배할거(疑是付褙割去) 심가석야(甚可惜也) 고이사지(故移寫之) 경진(庚辰) 양월(陽月) 현재(玄齋) 사(寫)

홍련 백련의 빼어나고 아름다운 모습은 완연히 훈풍에 향기가 일어날 것 같다. 한 쌍의 원앙새가 짝지어 물결 위로 떠다니니 의취(意趣)가 더욱 좋다. 이는 청나라 학사 장정석이 그린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낙관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마도 배접할 때 잘라내 버린 것 같으니 매우 애석하다. 그러므로 옮겨 그린다. 1760년 10월 현재(심사정) 그리다.

'연지쌍압'의 원본인 섬세한 화조화를 그린 장정석은 전문화가일 것 같지만 사실은 고위직에 오른 청나라 관료로 호부상서를 지내고 황태자의 스승인 태부(太傅)의 지위까지 올랐다. 재능이 많아 관료로서뿐 아니라 학자, 시인, 화가로도 이름을 남겼다. 그런 장정석의 후광이 있었기에 심사정은 이 그림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력을 마음껏 발휘했을 것이다.

조선후기 대수장가 김광국은 심사정의 초년작을 감상하며 '석농화원'에서 "이미 높은 경지에 도달했으니 마치 죽순이 땅에서 나오자마자 구름까지 뚫을 기세를 지닌 것과 같다"고 했다. 대가의 유전자를 타고난 조선시대 화가들이 적지 않지만 심사정은 더욱 그렇다.

청도 유등연지에 연꽃이 만발했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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