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승진시켜준대"…파출소장에 불려나온 여경 강제추행 80대, 檢 송치

파출소장, 근무 시간 중 여경 불러내 실내 암벽등반장 동행도 요구
여경이 파출소장 고소하자 "후배 잘 해주려 했는데 역효과" 주장, 맞진정

서울의 한 파출소장이 '승진시켜주겠다'는 말로 자신의 부하 직원을 불러내 80대 지역 유지와의 식사 자리에 동석케 한 자리에서 접대와 비서 역할을 요구하다 논란이 된 가운데, 80대 유지 A씨가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장(경감)이었던 B씨가 자신과의 식사 등에 부하 직원 박모 경위를 불러낸 자리에서 박모 경위의 손을 잡고 포옹한 혐의(강제추행)로 전날 검찰에 송치됐다.

앞서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 소속 박 경위는 지난 4월 자신의 상사인 파출소장 B씨로부터 '식사 자리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나갔다가 A씨를 소개 받았다.

B씨는 A씨에 대해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새마을금고에 돈을 많이 저축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저축해둔 돈으로 생활하는 유지이며, 지역 행사 등에도 기부금을 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경위에게 같이 사진을 찍으라고 권유했다. 박 경위는 이를 거부했지만 촬영은 강행됐다.

박 경위는 A씨가 '파출소장 비서'라고 부르며 과일을 깎게 했고, B씨가 A씨를 '지역 유지'라고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또 B씨가 "A 회장이 승진시켜준대"라거나 "회장님 호출이다. 사무실에 잠깐 왔다 가라"는 등 연락을 해왔고, 근무 시간 중 실내 암벽 등반장으로 불러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B씨의 요구와 지시가 이상하다고 느낀 박 경위는 결국 지난 5월 병가를 내고 청문감사관실에 감찰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감찰 결과는 구두 처분인 직권 경고에 그쳤다. 근무시간에 사적인 자리에 불러낸 건 부적절하지만, 파출소장인 B씨의 지시가 갑질이나 강요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B씨와 박 경위의 분리조치도 뒤늦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감찰이 있으면 감찰 대상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것이 원칙인데, 박 경위가 이미 병가를 냈다며 2개월 간 인사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A씨가 내부망에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 7월이 돼서야 해당 B씨에 대한 인사 발령 조치가 있었다.

당시 B 씨는 "경고 처분에 이의는 없다"면서도 "후배에게 잘 해주려고 한 건데 역효과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경위는 A씨를 경찰 고소하는 한편, 자신의 상사로서 A씨와의 자리 참석을 거듭 요청했던 B씨에 대해서도 강제추행 방조·직권남용·무고·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등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박 경위는 지난 5월 서울경찰청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B씨의 징계는 직권 경고에 그쳤다. 오히려 B씨가 박 경위의 근무태만을 주장하며 맞진정을 내면서 박 경위가 감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박 경위는 실명을 공개하면서 피해를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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