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대전 교사 가해자 입장문 논란

사망 교사에 '인민재판식 훈육하지 말고 아이에게 사과' 요청

11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교육청 주차장에 '대전 사망 교사'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와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올린 입장문이 역풍을 맞고 있다. 이 학부모는 악성 민원의 주동자로 낙인찍힌 것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마치 사망한 교사를 탓하는 듯한 내용때문에 네티즌들의 분노만 사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대전 교사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쓴 것으로 보이는 글이 올라왔다.

학부모 A씨는 자신의 아이와 관련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2019년 1학기 초부터 아이의 행동이 이상했다"며 "2학기가 끝나갈 무렵 틱장애 증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보니 아이가 교장실에 갔더라"며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 선생님이 제 아이와 뺨을 맞은 친구를 반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사과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가 학생들 앞에 아이를 홀로 세워두고 어떤 벌을 받으면 좋을지 한 사람씩 의견을 물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이가 무섭고 힘들어 손으로 귀를 막고 있어도 선생님은 손을 내리라 하셨고, 교장실로 보냈다"며 "제가 요청해 교장, 교감, 고인이 되신 선생님까지 다 같이 면담했다"고 밝혔다.

면담 자리에서 A씨는 숨진 교사에게 '인민재판식 처벌방식'을 지양해달라는 요청했다. 또 아이를 일찍 등교시킬 테니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면담에 앞서 선생님께 아이 잘못을 인정했고, 아이에게도 선생님께 사과하라고 지도했는데, 선생님은 면담 다음 날부터 학기가 끝나는 내내 병가를 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선생님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결정했다"며 "학폭위를 열어 선생님 담임 배제와 아이와 다른 층 배정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요구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학폭위는 마무리됐고, A씨는 숨진 교사가 지난해 아들의 옆 교실에 배정되자 대전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것 외 개인적인 연락이나 면담은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말하거나, 퇴근길에 기다렸다 괴롭히거나, 길거리에 못 돌아다니게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글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과 고인이 된 교사를 탓하는 듯한 글의 내용이 네티즌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해당 글은 1시간도 되지 않아 사라졌다.

그러자 A씨는 추가로 글을 올려 "내가 삭제하지 않았다. 왜 삭제됐는지 모르겠다. 뺨 내용은 싸우던 것이 아니고 놀다 그런 것이라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쓴 글이라는 비판에 "변호사 없이 제가 쓴 것이고, 댓글을 고소하려는 의도로 쓴 글도 아니고 악플은 이해하고 있다. 제가 하지 않은 행동이 많아 그걸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네티즌들은 "손이 뺨에 맞았다는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해명 글을 보면 확실히 자기 잘못을 모른다" "일반인과 사고구조가 다른 듯" "갑질이 사실이었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해당 교사는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인 지난 7일 숨졌다.

이 교사는 2019년 대전 유성구 소재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낸 것을 계기로 수년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으며 아동학대로 고소까지 당했다. 올해 근무지를 다른 초등학교로 옮겼으나 줄곧 트라우마(사고후유장애)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