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87> 다정한 무관심

한승혜 지음 / 사우 펴냄

한승혜 지음 / 사우 펴냄
한승혜 지음 / 사우 펴냄

"가장 나답게 살고 싶다면, 보이지 않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면 우리 모두 개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내가 한 사람의 '개인'으로 존재하기 위해 그리고 타인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위해서 개인주의라는 태도가 얼마나 유용한지 들려준다.

개인주의는 전체주의나 집단주의와 대립되는 사상이다. 개인주의란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중시하며,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이기주의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라면, 개인주의는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과 동등한 존재, 똑같은 욕구를 지니고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언어가 평등하지 않으면 관계도 평등하지 않다」 라는 단락에서 '한국에서는 나이에 따라 호칭이 달라진다. 가까워진 뒤에도 나이에 따라 한쪽은 존댓말을 쓰는데 다른 한쪽은 반말을 하는 식으로 상호 동등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조금씩 변해왔다. 위 단락은 유교 문화를 지녀온 우리 나라에서는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위·아래 질서를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말을 놓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사회 현상이다. 말을 놓는다는 건 친근하다는 표현의 하나로 보기도 하지만, 윗사람의 반말 속에 숨겨진 무례함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은 당연스레 '그럴 수 있지' 받아들여야 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예의, 버릇없는 행동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나와 상대는 나이로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과 어떠한 방식으로 상대와 소통하는 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봐야할 문제인 것 같다.

「노키즈존을 말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이라는 단락이 있다. '상영관에서 아이들이 내는 소음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는 관객들이 있다면서 '노키즈관'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아이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영화 볼 권리가 있다."는 대답 쪽이 78퍼센트로 압도적인 선택을 받은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 자신이 배려받기를 바라는 만큼 상대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노키즈존에 이어 「키즈케어존(kids care zone」 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여러 사람들이 같이 이용하는 '공공장소'는 단어 그대로 나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과 같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사회 속에서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깨닫고 서로가 불편해하지 않을 규칙을 제시하여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신세를 지지 않는 무해한 존재로 살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최대한 자신의 해로움을 줄이려 애쓰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기대고 폐를 끼칠 수밖에 없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직시하는 것, 동시에 타인을 감내하고 이해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승호 경상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 사서
신승호 경상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 사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