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어쩌다 사장3’, 미국 한인마트로 간 ‘무빙’ 히어로들

tvN ‘어쩌다 사장3’, 스케일은 커졌지만 소시민의 정감은 그대로

tvN '어쩌다 사장3' 포스터. tvN 제공
tvN '어쩌다 사장3' 포스터. tvN 제공

이번엔 미국 한인마트다? 소외된 지역의 작은 슈퍼에서 시작했던 tvN '어쩌다 사장3'는 이제 미국의 한인마트로 갈 정도로 스케일을 키웠다. 그런데 그 미국에서도 '어쩌다 사장3'가 주는 소시민적인 정감은 변함이 없다.

◆사이즈도 운영방식도 만만찮네

"이거 사이즈가 만만찮네?" 미국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날씨에 기분 좋게 도로를 달려 도착한 한인마트. 어딘가 오래된 느낌의 '아세아 마켓'이라 적혀있는 간판부터 예사롭지 않은 마트에 들어간 차태현은 꽤 넓은 마트 규모에 놀란다. 옆에 있는 조인성 역시 그 사이즈에 놀라다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듯, "근데 이게 뭐가 현대적이지 않은데?"하고 말한다. '아세아'라는 간판 이름에서 어느 정도 감지됐던 것이지만, 어딘지 빈티지 느낌의 이 마트는 넓은 사이즈와는 달리 운영 시스템은 다소 '고전적(?)'이다. 포스기로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가격이 척척 계산되던 '어쩌다 사장2' 전라도 공산면의 마트와는 달리, 상품마다 일일이 스티커로 된 가격표가 붙여져 있다. 그 뜻은 물건 하나하나의 가격을 일일이 찍어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고, 물건이 동나기 전에 그 가격을 미리 알아 놓고 새 물건에 스티커로 하나하나 가격표를 붙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첫날부터 어쩌다 사장이 된 차태현과 조인성은 물론이고 이전 시즌에서 알바생으로 합류했었던 한효주, 윤경호, 임주환이 함께 했지만, 처음 마트를 마주한 이들 역시 당황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이들을 첫날부터 멘붕에 빠뜨린 건, 김밥이다. 단돈 2달러로 이 마트의 시그니처 상품처럼 돼 하루에 무려 300줄이 나가는 김밥이다. 그래서 매일 이 분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 준비를 하는데 만도 몇 시간을 들여야 할 판이다. 엄청나게 쌓인 당근을 잘라 놓고, 어묵을 잘라 소스에 졸이는 작업도 만만찮다. 다음날부터 첫 영업을 해야 하는 이들은 당장 김밥의 재료를 하나하나 손질해 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마트로 시작했지만 마치 김밥집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진짜 난관은 다음날 첫 손님을 받으면서부터 시작된다. 익숙하지 않은 포스기를 써야 하는 데다 미국인지라 영어로 소통하는데도 어려움을 느끼게 되면서 손님들의 계산 줄은 점점 길게 늘어간다. 김밥 찾는 손님이 너무 많아서 그 물량을 대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낯선 미국에서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손님들을 맞아 과연 이들은 한인 마트를 잘 운영해낼 수 있을까.

tvN '어쩌다 사장3' 스틸컷. tvN 제공
tvN '어쩌다 사장3' 스틸컷. tvN 제공

◆여전한 기대 포인트는 현지 주민들과의 소통

'어쩌다 사장'이 시즌3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힘은 슈퍼나 마트 같은 공간을 매개로 해 소외됐던 지역 깊숙이 들어가 그 곳 주민들과 나눈 보다 친밀한 소통과 교감이었다. 첫 시즌에 갔었던 원천리 마을의 작은 슈퍼는 지금은 많이 사라져가고 있는 예전 구멍가게의 정감을 다시 끄집어냈고, 그 곳 마을 사람들과 차태현, 조인성 같은 톱스타들이 한데 어우러져 때론 웃고 때론 이야기를 듣는 따뜻한 소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건 시즌2 공산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즌1보다 규모가 다소 커진 마트를 매개로 했지만 시즌1이 가졌던 소시민적인 정감은 그대로였다. 회가 거듭될수록 그 곳에 사는 주민들의 이름까지 시청자들이 기억할 정도로 그 교감은 깊고 인상적이었다. 이 도시와는 동떨어진 작은 마을에 대한 동경까지 느껴질 정도였으니.

시즌3가 이역만리 미국의 한인마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그 곳 주민들과의 소통이다. 한인마트라는 특징은 미국이라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갖기 마련이다. 이런 '어쩌다 사장'만의 색깔은 시즌3에서도 영업 시작 1일 전 이제 막 마트에 도착한 차태현, 조인성을 통해 여지없이 드러난다. 단골손님이 김밥을 찾자, 오늘은 장사를 안 하는 날이라면서 사장님이 팔 수 있는 기한이라고 정한 시간을 살짝 넘겼다는 이유로 돈을 받지 않고 김밥을 건네는 이들의 모습이 그것이다. 농담이지만 "살짝 아플 수 있다"는 말로 돈을 내지 않는 손님의 마음까지 편하게 해주려는 두 사람의 너스레가 손님을 한껏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또 이 마트와 거래하고 있는 채소 농장 박 사장님이 전화를 했을 때도 조인성이 많이 도와달라며 "커피 한 잔 드시러 오라"고 말하는 대목도 그렇다.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는 배우들이지만 영락없는 신출내기 마트 사장님의 털털함이 이들의 면면에 묻어나온다.

tvN '어쩌다 사장3' 스틸컷. tvN 제공
tvN '어쩌다 사장3' 스틸컷. tvN 제공
tvN '어쩌다 사장3' 스틸컷. tvN 제공
tvN '어쩌다 사장3' 스틸컷. tvN 제공

◆어쩌다 모인 '무빙' 히어로들

이번 시즌이 특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최근 조인성과 차태현이 함께 출연했던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만들었던 '무빙'에서 조인성은 김두식이라는 공중부양 초능력을 가진 인물로 역시 초감각의 초능력을 가진 한효주가 연기한 이미현과 연인에서 부부가 되는 달달한 케미를 보여준 바 있다. 그래서 시즌2까지만 해도 없었던 '무빙'의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어쩌다 사장3'의 출연자들에 대한 새로운 아우라가 생겼다. 마침 첫 회부터 알바생으로 한효주가 합류하면서 조인성과 함께 서 있는 투샷은 '무빙'의 한 장면을 이 한인마트로 끌어왔다.

"아까 저기서 잠깐 주방 일을 하는데 네가 주방에서 이런 느낌으로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다음 날 장사를 준비하며 조인성이 슬쩍 꺼내놓는 그 말은 '무빙'에서 한효주가 홀로 아들을 키우며 운영했던 남산돈까스 가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자 한효주도 조인성의 이 말에 맞춰 마치 그가 연기했던 이미현으로 돌아간 듯 "혼자 애 키우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다고" 하며 귀엽게 투덜댄다. 여기에 조인성은 빙긋이 웃으며 답한다. "아유 고생했어, 고생했어. 남편 잘못 만나가지고."

'무빙'에서 차태현은 번개맨 전계도 역할을 연기했고, 조인성과 한효주는 각각 안기부 요원인 김두식과 이미현 역할을 맡았다. 예고편에 나왔지만 여기에 알바생으로 앞으로 합류할 박병은 역시 '무빙'에서 마상구라는 안기부 요원을 연기했다. 물론 이런 '무빙'의 아우라가 '어쩌다 사장3'에 얹어지게 된 건 전혀 의도한 게 아니고 우연적인 일이다. 그건 차태현과 조인성은 시즌1부터 이 프로그램의 메인 주인공들이었고, 한효주는 이미 시즌2에 알바생으로 합류한 바 있으며, 박병은 역시 매 시즌마다 후반부에 참여해 회 써는 솜씨를 매번 발휘했던 알바생이었다. 그러니 이들이 모두 '무빙'에 함께 하고, 그 이미지의 아우라를 가진 채 시즌3에 합류한 건 말 그대로 '어쩌다' 벌어진 일이다.

과연 이들 '무빙' 슈퍼히어로들의 슈퍼 영업은 어떨까. 이미 시즌2까지를 경험했던 시청자들이라면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듯, 또 한 번 그 지역 주민들과의 훈훈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점이라면 미국이기 때문에 당연히 외국인 손님들도 온다는 것이고, 또 재미교포들의 삶 또한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날 거라는 점이다. 이런 기대를 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어쩌다 사장' 특유의 서민적인 정서를 만들고 유지해온 유호진 PD 덕분이다. 스케일이 제 아무리 커지고, 출연자들의 새로운 아우라가 생겼지만 그럼에도 '주민들이 주인공'이라는 걸 결코 잊지 않는 연출자에 대한 신뢰가 '어쩌다 사장3'에 대한 여전한 기대를 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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