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의수에 신경 연결해 감각까지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

대구W병원 찾은 美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카일 에버린 교수 인터뷰
손·발 접합, 신경통증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 "한국 재건 수술 수준 높아"

13일 대구 W병원에서 특강을 진행한 카일 에벌린 매사추세츠종합병원 교수. W병원 제공.
13일 대구 W병원에서 특강을 진행한 카일 에벌린 매사추세츠종합병원 교수. W병원 제공.

손과 발, 신경 통증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카일 에버린(Kyle Eberlin) 교수가 대한성형외과학회 대구경북지회 초청으로 13일 대구 W병원을 찾았다.

하버드대학병원으로 알려져 있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손 및 말초 신경 외과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카일 교수는 미국에서도 복잡한 말초 신경 수술이나 미세 재건 수술 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카일 교수는 이날 '복잡한 손 외상의 치료:10년간 얻은 귀중한 경험들'과 '신경병증성 통증의 외과적 관리-2023년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를 주제로 특강 차 대구를 찾았다.

- 대구를 방문하게 된 계기와 대구의 의료진을 만나본 소감은.

▶ 손·발 재건 수술을 담당하는 수부외과 의사로써 W병원이 이뤄온 성과를 논문 등을 통해 꾸준히 보고 있었다. 직접 찾아가 병원이 이룩한 성과를 확인하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와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한다. 또 손·발 접합 분야에 관해 실력 있는 의사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직접 만나게 돼 영광이다.

- 한국의 손·발 접합 수술이나 재건 수술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매우 발전돼 있는 상태라고 본다. 특히 기술적 부분에 대한 많은 혁신이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싶다. 미세하고 정교한 수술에 적합한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돼 있는데 미국 사람들이 잘 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발전돼 있다고 느꼈다.

13일 대구 W병원에서 의사들에게 특강을 진행하는 카일 에벌린 교수. W병원 제공.
13일 대구 W병원에서 의사들에게 특강을 진행하는 카일 에벌린 교수. W병원 제공.

- 최근 한국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수술 분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있는데 미국의 분위기는 어떤가?

▶ 미국은 정반대로 정형외과, 성형외과의 사이에서 수부외과와 미세수술 분야의 인기가 높다. 한국 의료 분야의 전반적인 상황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기피 대상이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낮에 이뤄지는 수술보다 밤에도 진행되는 수술의 스트레스 강도가 더 강하고, 밤샘 수술까지 할 경우 이에 대해 자신이 받는 대가를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회를 위해서도 환자를 위해서도 어려운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진은 필요하다.

- 그렇다면 미국은 힘들고 어려운 수술을 하는 의료진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다고 보는가

▶ 미국은 재건성형 수술을 하는 의사도 미용성형 수술을 하는 의사 만큼 충분한 수입이 보장된다. 재건성형이 수술 위험도 높고 수술 이후 처치를 위해서도 병원에 더 자주 와야하는 만큼 의사의 노력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현재 가장 관심있게 연구하는 분야는?

▶ 환자의 절단된 손·발의 신경을 다시 붙이는 수준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접합 부위의 신경을 연결해서 절단 이후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이는 환자가 절단 부위에서 느끼는 통증인 '환지통'을 줄이거나 의수·의족 개발 과정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신경을 연결하는 방법이 계속 발전하면 의수에 신경을 연결해서 뇌의 명령신호로도 의수를 움직일 수 있다.

- 의수와 신경을 연결하는 기술이 흥미롭다. 상용화가 된다면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듯 하다.

▶조금이라도 잘린 부분의 기능을 살릴 수 있다면 환자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게 가능해진다. 만약 신경이 연결돼서 감각까지 느낄 수 있는 수준까지 간다면 절단 환자의 삶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신경과 센서, 센서와 피부를 연결하는 과정 등의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가격이 비싸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많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 10년 간 많은 환자를 치료해 왔는데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가

▶ 절단된 팔을 어떻게든 치료해서 붙여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잘라내야 했던 환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의수와 신경을 연결하는 기술을 계속 연구하는 이유도 팔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에 수술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치료를 계속해왔지만 결국 팔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꼭 도움을 주고 싶다.

카일 에벌린 교수가 13일 W병원에서 특강 후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W병원 제공.
카일 에벌린 교수가 13일 W병원에서 특강 후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W병원 제공.

※ 카일 에벌린(Kyle Eberlin) 교수는?

카일 에벌린 교수는 보스턴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7년 1등으로 졸업했다. 이후 하버드대학 통합 성형외과 프로그램에서 레지던트 교육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정형외과와 수부외과 등에서 임상강사로 수련과정을 거쳤다. 카일 교수는 미국 성형외과학회, 미국 건강정책 위원회 등에서 활동해 왔으며 손·신경 수술 분과 위원회의 의장을 맡기도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