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초겨울 개봉 공포영화 ‘프레디의 피자가게’, ‘여귀교’

미국, 대만 등 자국서 흥행 기록
게임 소재…젊은 세대 취향 저격

'프레디의 피자가게'의 한 장면.
'프레디의 피자가게'의 한 장면.

추운 날씨에 보는 공포영화는 어떤 맛일까.

서늘한 잔치국수 맛? 아니면 겨울에 먹는 냉면 맛? 두 편의 공포영화가 이번 주 개봉했다. 자국에서의 흥행 성공을 한국에서도 이어갈지 기대되는 호러다.

그중 한 편이 미국 영화 '프레디의 피자가게'(감독 에마 태미)다.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공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의 신작이다. 블룸하우스 역대 최고 오프닝, 2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전 세계 62개국 박스오피스 1위 등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마이크(조쉬 허처슨)는 남동생이 납치된 이후 부모님을 잃고 여동생 애비(파이퍼 루비오)과 함께 살고 있다. 이모가 지원금을 노리고 애비를 빼앗아가려 하자 마이크는 폐업한 피자가게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이 피자가게는 80년대에 아이들이 실종된 이후 문을 닫은 곳이다.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 낡고 거대한 동물 기계인형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표정한 기계인형들이 살인무기로 작동한다는 플롯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버려진 가게에서 잔혹하고 섬뜩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면서, 그 인형들이 마이크의 동생 납치사건과 관련된 것이라는 연결고리를 건다. 동생을 납치한 배후를 캐려는 마이크, 그의 꿈에 나타나는 아이들, 세상과 문을 닫은 애비의 그림 속 단서들이 연결되면서 흥미를 쌓아간다.

'프레디의 피자가게'의 한 장면.
'프레디의 피자가게'의 한 장면.

이 영화의 원제는 'Five Nights at Freddy's'로 동명의 호러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제한된 전력과 시야, 제한된 시간 안에 프레디, 보니, 치카, 폭시라는 애니매트로닉스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다. 애니메트로닉스는 움직이는 기계장치로 컴퓨터그래픽이 쓰이기 이전 '킹콩' 등의 영화들에 쓰이던 특수효과다.

기계장치들이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영화의 포인트. 블룸하우스의 전작 '메간'도 그랬다. 인공지능 로봇 메간이 미쳐 날뛰었다. 메간이 살인하기 전 추는 이상한 춤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블룸하우스의 호러영화들은 저예산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건다. 애니메트로닉스라는 점과 그것을 소재로 한 게임의 구동자라면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공포의 기제가 밋밋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109분. 12세 이상 관람가.

'여귀교'의 한 장면.
'여귀교'의 한 장면.

'여귀교' 시리즈는 대학생들의 담력테스트를 소재로 인기를 끈 대만 공포영화다. 대만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해 영화에 힘입어 게임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여귀교'는 여자 귀신이 씐 다리로 2020년 개봉한 영화의 주 공간이었다.

'여귀교-저주를 부르는 게임'(감독 해악륭)은 지난달 13일 대만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시리즈의 신작이다. 학교괴담에 증강현실(AR) 게임을 접목시켜 신선한 맛을 배가시켰다. 학교 괴담을 담은 AR 게임의 테스트를 하던 학생들이 금기의 퀘스트(온라인 게임에서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에 갇혀 괴담의 저주에 고통을 받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세 개의 저주를 부르는 게임이 등장한다. 첫 번째 게임은 엘리베이터 층수를 누르면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 의식'이다. 늦은 밤, 엘리베이터에 혼자 남아 있는 팅(왕유훤). 거울에 비친 정체불명의 실루엣, 그리고 괴담이 현실이 된다.

두 번째 게임 '나 홀로 숨바꼭질'은 제시된 시간 내에 인형을 찾아 저주를 끝내는 게임이고, '구석놀이'는 네 사람이 순서대로 네 개인 방 모퉁이를 돌며 이동하는 게임이다.

'여귀교'의 한 장면.
'여귀교'의 한 장면.

이 영화는 518개의 특수효과 렌즈를 사용해 관객들이 게임에 참여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체험형 공포영화다. 제60회 금마장영화제에서 최우수시각효과상, 최우수액션디자인상 부문 후보에 오르며 기술적 완성도를 확인했다. 개봉 전부터 전 세계 41개국에 선판매됐는데 이는 15년간 대만 영화 사상 최다 기록이다.

히트작 '상견니'의 시백우가 주연을 맡았으며 '여귀교'를 흥행시킨 해악륭 감독이 연출을 이었다.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 두 편의 공포영화는 정통에서 벗어나 게임과 연동을 시도한, 색다른 맛을 주는 영화들이다. '프레디의 피자가게'는 2014년 출시한 게임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보강하는 식이고, '여귀교-저주를 부르는 게임'은 드라마로 시작해 게임으로 증폭된 케이스다. 단계별 게임의 난이도가 다르듯 '프레디의 피자가게'는 3편의 시리즈 중 첫 번째이고, '여귀교-저주를 부르는 게임'은 서로 다른 퀘스트로 차이를 두고 있다.

말하자면 게임 세대에 부합하는 영화들인 것인데, 그래서 그 과녁은 젊은 관객들의 취향이다.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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