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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년 만 고국으로' 일본인 소장 안중근 묵서 19억5천만원 경매 낙찰

안중근 의사 생전 남긴 글씨 중 최고가

19일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에서 19억5천만원에 낙찰된 안중근 의사 묵서.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가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 따위의 자태를 일삼으랴!(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 서울옥션
19일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에서 19억5천만원에 낙찰된 안중근 의사 묵서.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가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 따위의 자태를 일삼으랴!(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 서울옥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1879~1910) 의사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던 1910년 3월 중국 뤼순 감옥에서 쓴 묵서(먹으로 쓴 글씨)가 경매에서 19억5천만원에 낙찰됐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고인이 생전 남긴 글씨) 가운데 최고가이다.

추정가 5억~10억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물론, 값으로만 기록을 따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간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게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 한국인이 낙찰 받으면서 113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기록도 작성된다.

안중근 의사. 매일신문DB
안중근 의사. 매일신문DB

이 작품은 19일 진행된 서울옥션 제176회 미술품 경매에서 낙찰됐다.

작품에는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가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 따위의 자태를 일삼으랴!(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라고 쓰여 있다.

글씨 왼쪽에는 '경술년(1910년) 3월 여순(뤼순) 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 씀(庚戌三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安重根書)'이라는 협서(본문 옆 따로 쓴 글)가 적혀 있다. 서울옥션 측은 "사형을 앞둔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시원하고 당당한 필치는 보는 사람에게 경외감을 불러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또 협서 밑에는 안중근 의사의 상징이기도 한 약지가 짧은 '장인(掌印)'이 찍혀 있다. 안중근 의사는 러시아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패한 후 살아남은 동지들과 함께 왼손 약지를 스스로 자른 바 있다.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전하는 뮤지컬 영화 '영웅' 포스터 속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장면. 자료사진. 네이버 영화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전하는 뮤지컬 영화 '영웅' 포스터 속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장면. 자료사진. 네이버 영화

이 작품은 일본 교토에서 보관돼오다 이번 경매를 계기로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1910년 3월 26일 사형 집행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3월에 썼다는 이 글씨는 사형 직전 남긴 묵서인 셈이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다.

이 작품 경매는 이날 4억원에서 시작됐다. 이어 수 명 규모의 응찰이 계속 이어지다 13억원부터는 2명의 입찰자가 전화 응찰로 경합을 벌였고, 이 가운데 한 사람이 19억5천만원에 최종 낙찰 결과를 얻었다. 이로써 안중근 의사의 해당 묵서는 쓰여진 지 113년 만에 중국과 일본을 거쳐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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