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경비원 상 좀 주세요”…아파트 입주민들이 국회의원 찾아간 사연은?

월서초 인근 아파트 경비원 김태현 씨…3년 간 교통지도 펼쳐
윤재옥 국회의원 표창장 수상…"협조해주신 시민들 덕분"

21일 오전 8시쯤 대구 달서구 월서초 인근 회전교차로에서 경비원 김태현(51) 씨가 교통지도에 나서고 있다. 박성현 기자
21일 오전 8시쯤 대구 달서구 월서초 인근 회전교차로에서 경비원 김태현(51) 씨가 교통지도에 나서고 있다. 박성현 기자

"삐익! 잠시만요!"

21일 오전 8시쯤 대구 달서구 월서초 인근 회전교차로. 짙은 남색 점퍼를 입은 한 중년 남성이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 지도에 나서고 있었다. -10℃에 머무는 매서운 추위에도 몸으로 차를 막아선 그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모두 건너자 그는 다시 인도로 몸을 피해 차들에게 지나가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맨 앞에서 기다리던 차량에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3년 넘게 매일 아침 학생들의 등굣길 안전을 책임 지던 아파트 경비원 김태현(51) 씨가 입주민들의 뜨거운 관심 덕에 지역구 국회의원의 표창장을 받았다. 김 씨의 열정적인 교통지도에 고마움을 느끼던 아파트 입주민들이 직접 나서 포상을 요청한 덕분이다.

김 씨는 월서초등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이다. 그는 등교 시간 때 교통지도를 도와달라는 학교 측의 부탁을 받고 격일마다 도로로 나서고 있다.

교통지도를 할때는 늘 횡단보도 위에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등굣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따뜻한 인사도 건넨다.

아이와 함께 나선 한 학부모는 "회전교차로이다 보니 출근시간에 차가 많이 몰려 횡단보도를 건널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면서 "김 씨가 교통지도에 나선 덕분에 안전하게 건널 수 있고 늘 밝은 표정이어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후 2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월서초에서 인근 아파트 학부모들과 황순자 대구시의원(오른쪽에서 3번째)이 아파트 경비원 김태현(오른쪽에서 4번째) 씨에게 윤재옥 국회의원 표창장을 전달했다. 박성현 기자.
지난 18일 오후 2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월서초에서 인근 아파트 학부모들과 황순자 대구시의원(오른쪽에서 3번째)이 아파트 경비원 김태현(오른쪽에서 4번째) 씨에게 윤재옥 국회의원 표창장을 전달했다. 박성현 기자.

김 씨 역시 아침마다 만나는 아이들의 얼굴이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그는 "3년 넘게 지키다보니 이제 아이들 대부분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며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신기할 정도"라고 했다.

바쁜 출근시간에 차량을 막다보면 예민하거나 거친 운전자들도 만나기 마련이다. 김 씨는 "어린이보호구역인데도 거칠게 운전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경찰관도 아닌데 길을 막는다고 짜증을 내거나 욕설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10초만 참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의 선행은 학부모들을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인 윤재옥 의원에게도 전해졌다. 지난 18일 윤재옥 의원의 표창장을 받은 김 씨는 "바쁜 시간에도 협조를 잘해주신 주민들 덕분에 이런 상을 받게됐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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