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이지만 '여의도'(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엘리트 검사 출신의 등장에 정치권 전체가 한 전 장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는 21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한 전 장관을 만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고 한 전 장관은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
한 전 장관은 곧바로 법무부 장관직 사의를 밝히고 오후 이임식을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 전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현직 국무위원에서 여당 대표로의 변신을 위한 절차가 착착 진행 중이다.
윤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의견을 종합해 오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추천하기로 했다"며 "한 장관에게 전체적인 비상대책위원장 인선과 관련된 당의 입장을 전달했고 한 장관이 공감하고 수락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기자간담회에 이어 화상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오전 전국위원회에서 비대면 ARS 투표를 통해 최종 의결되면 한 전 장관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이후 비상대책위원 인선을 거쳐 비상대책위원회는 연내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정치개혁 추진강도 ▷대통령실-여당 관계 재정립 ▷대야관계 등에서 보여줄 정치력 ▷대통령 측근 이미지 변신여부 등이 한 전 장관의 정치권 연착륙 여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전 장관이 당권 접수 후 가장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과업은 정치개혁이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자신의 이력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맞상대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리스크에 휩싸여 있어 더욱 한 전 장관의 가치가 빛날 수 있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한 전 장관이 비상대책위원장 취임과 함께 기성정치의 폐단을 뿌리 채 흔드는 주문들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이 높을수록 한 전 장관에게는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 재직시절부터 지근에서 근무해 온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여부도 관심사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수직적인 관계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여권 지지층의 주요 이탈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두 사람이 함께 국민 앞에 서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수평적인 관계를 상징하는 언행을 한 전 장관이 시도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대야관계에서 보여줄 한 전 장관의 정치력도 한 전 장관의 운명을 가를 요인이 될 전망이다. 국무위원 자격으로 국회에 출석했을 때는 '쎈 발언' 후 부처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이제부터는 원내과반의석으로 보유한 국정 파트너와 협상(주고받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직 대통령 최측근 이미지를 어떻게 벗느냐도 한 전 장관에게 주어진 중요한 숙제다. 내년 총선을 넘어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선 한 전 장관 나름의 위상을 구축하고 팬덤도 형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층이 온전하게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로 옮겨가지 않은 이유는 문 전 대통령이 대권주자로서 입지구축이 늦었기 때문"이라며 "한 전 장관 역시 더 큰 꿈이 있다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한 전 장관의 정치권 입문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전 장관을 선택한 여권 주류는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된 이력과 행보가 중도성향 유권자들에게 참신함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반색하면서 현직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여당 대표이기 때문에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도 훨씬 긴밀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윤석열 아바타'(분신) 프레임을 앞세워 특권계급의 반서민 정치가 판을 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한 전 장관은 검사 경험 밖에 없기 때문에 종합예술인 정치영역에 연착륙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