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與 비대위 중책 맡은 한동훈, 과제와 갈길은?

정치개혁 추진강도, 대통령실-여당 관계 재정립, 대야관계 정치력 등 과제 산적
정치경험 전무 이력, 강점으로 전환할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이지만 '여의도'(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엘리트 검사 출신의 등장에 정치권 전체가 한 전 장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는 21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한 전 장관을 만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고 한 전 장관은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

한 전 장관은 곧바로 법무부 장관직 사의를 밝히고 오후 이임식을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 전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현직 국무위원에서 여당 대표로의 변신을 위한 절차가 착착 진행 중이다.

윤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의견을 종합해 오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추천하기로 했다"며 "한 장관에게 전체적인 비상대책위원장 인선과 관련된 당의 입장을 전달했고 한 장관이 공감하고 수락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기자간담회에 이어 화상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오전 전국위원회에서 비대면 ARS 투표를 통해 최종 의결되면 한 전 장관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이후 비상대책위원 인선을 거쳐 비상대책위원회는 연내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정치개혁 추진강도 ▷대통령실-여당 관계 재정립 ▷대야관계 등에서 보여줄 정치력 ▷대통령 측근 이미지 변신여부 등이 한 전 장관의 정치권 연착륙 여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전 장관이 당권 접수 후 가장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과업은 정치개혁이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자신의 이력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맞상대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리스크에 휩싸여 있어 더욱 한 전 장관의 가치가 빛날 수 있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한 전 장관이 비상대책위원장 취임과 함께 기성정치의 폐단을 뿌리 채 흔드는 주문들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이 높을수록 한 전 장관에게는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 재직시절부터 지근에서 근무해 온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여부도 관심사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수직적인 관계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여권 지지층의 주요 이탈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두 사람이 함께 국민 앞에 서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수평적인 관계를 상징하는 언행을 한 전 장관이 시도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대야관계에서 보여줄 한 전 장관의 정치력도 한 전 장관의 운명을 가를 요인이 될 전망이다. 국무위원 자격으로 국회에 출석했을 때는 '쎈 발언' 후 부처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이제부터는 원내과반의석으로 보유한 국정 파트너와 협상(주고받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직 대통령 최측근 이미지를 어떻게 벗느냐도 한 전 장관에게 주어진 중요한 숙제다. 내년 총선을 넘어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선 한 전 장관 나름의 위상을 구축하고 팬덤도 형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층이 온전하게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로 옮겨가지 않은 이유는 문 전 대통령이 대권주자로서 입지구축이 늦었기 때문"이라며 "한 전 장관 역시 더 큰 꿈이 있다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한 전 장관의 정치권 입문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전 장관을 선택한 여권 주류는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된 이력과 행보가 중도성향 유권자들에게 참신함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반색하면서 현직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여당 대표이기 때문에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도 훨씬 긴밀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윤석열 아바타'(분신) 프레임을 앞세워 특권계급의 반서민 정치가 판을 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한 전 장관은 검사 경험 밖에 없기 때문에 종합예술인 정치영역에 연착륙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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