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연 중 무대 이탈한 연주자들…대구콘서트하우스 송년 음악회에서 무슨 일이?

지난달 30일 대구콘서트하우스 특별연주회
교향곡 45번 '고별' 공연 진행 중 연주자들 무대 이탈
하이든이 곡 쓸 당시 기획한 퍼포먼스
관객 호응…백진현 지휘자 "좋은 추억되셨길"

단원들이 공연장을 빠져나가기 전. 이때까지만 해도 조명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연주회와 차이를 알 수 없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단원들이 공연장을 빠져나가기 전. 이때까지만 해도 조명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연주회와 차이를 알 수 없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지난달 30일 펼쳐진 대구콘서트하우스 송년음악회. 무대에 있던 대구시향 단원들과 2층 객석에 자리하던 합창단원들이 공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대구콘서하우스 제공.
지난달 30일 펼쳐진 대구콘서트하우스 송년음악회. 무대에 있던 대구시향 단원들과 2층 객석에 자리하던 합창단원들이 공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대구콘서하우스 제공.
백진현 대구시향 지휘자와 바이올린만이 남아 연주를 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백진현 대구시향 지휘자와 바이올린만이 남아 연주를 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최근 대구콘서트하우스 송년음악회에서 연주자들이 공연 중에 무대를 이탈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특별연주회 '2023 송년음악회'가 진행됐다. 백진현 대구시향 지휘자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 서선영, 메조소프라노 웬 무야(WEN MUYA), 테너 하석배, 바리톤 이동환 등 4명의 성악가와 대구오페라콰이어, 4개대학연합합창단 등이 대규모 공연을 펼쳤다.

일은 이날의 마지막 곡인 하이든의 교향곡 45번 올림 바단조 '고별' 4악장이 펼쳐지는 도중 일어났다.

베토벤의 '합창'을 끝내고, 객석에 앉아 있던 수십명의 합창단원 중 일부가 갑자기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몇 분 후 남아있던 단원들 중 일부가 또다시 공연장을 이탈했다. 이 같은 현상은 수차례 발생했고, 잠시 후 합창단원들이 앉아있던 객석은 텅 비게 됐다.

이 같은 모습은 무대에서도 똑같이 펼쳐졌다. 연주가 진행되고 있는 무대에서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연주자들부터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조명 역시 자리에 남아있는 연주자들만을 약한 푸른 불빛으로 비췄다. 이내 지휘자마저도 자리를 떴고, 무대에는 두 명의 바이올리니스트만이 남아 곡을 끝마쳤다.

이 퍼포먼스는 하이든 교향곡 45번 '고별'의 특징이다. 하이든은 1770년대 당시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는 연주자들을 위로한다'는 의미에서 연주자들이 빠르게 퇴근할 수 있도록 곡과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하이든의 창의성과 유머 감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퇴장 순서로는 먼저 제2오보에와 제1호른이 퇴장하고, 콘트라베이스가 사라진다. 이후에는 첼로, 제2바이올린, 비올라가 순서대로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다. 마지막에는 두 명의 제1바이올린만이 무대에 남아 무대를 마무리하는 순서다. 지휘자의 퇴장 시점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각 무대를 기획한 지휘자들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관객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연주자들이 무대를 떠날 때는 당황스럽다는 듯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객석에서 흘러나왔지만, 지휘자까지 퇴장을 하자 얕은 박수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곡이 끝난 후 지휘자가 다시 무대에 나오고서는 큰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공연이 끝나고도 "재밌었다", "신선했다"는 등의 좋은 평을 말하는 관객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고별'의 퍼포먼스는 해외에서도 종종 펼쳐진다. 2009년 하이든 서거 200주기 기념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서도 마지막 곡으로도 '고별'이 연주됐다. 이를 지휘한 '다니엘 바렌보임'은 아무도 없는 무대를 보며 당황하는 듯한 연기를 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바 있다.

백 지휘자는 "송년음악회에 맞춰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이 곡과 퍼포먼스를 선택했다.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며 "올해부터는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함께 깊이 있는 공연의 매력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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