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골프고' 둘러싼 얽히고 설킨 갈등…경북도 오락가락 행정이 원인

'산타크로스 골프고 및 골프장조성'사업, 올해 말까지 기간 연장
군위 대구 편입 이후 대구시에 조건부 등록 연장 신청했으나 '불허'
지역개발지원법상 준공 전 토지사용허가 없이 조건부 등록

골프고등학교 설립을 조건으로 들어선 군위의 한 골프장이 10년 넘게 학교 설립 계획을 신청하지 않고 조건부 영업 허가를 받아 운영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해당 골프장 맞은 편, 학교 부지로 허가를 받은 토지 입구에서 길이 끊겨 있다. 학교 부지는 첫 삽도 뜨지 않은 채 관리되지 않은 모습이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골프고등학교 설립을 조건으로 들어선 군위의 한 골프장이 10년 넘게 학교 설립 계획을 신청하지 않고 조건부 영업 허가를 받아 운영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해당 골프장 맞은 편, 학교 부지로 허가를 받은 토지 입구에서 길이 끊겨 있다. 학교 부지는 첫 삽도 뜨지 않은 채 관리되지 않은 모습이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학교 설립과 연계해 지어진 골프장이 학교는 없이 골프장만 문을 연 상황을 두고 학교 설립 계획을 제대로 검토조차 않은 경북도의 이해 못할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골프장은 준공 전 토지 사용 허가 없이 건축물 허가만 받은 상태였지만, 경북도는 골프장에 임시 영업 허가를 내줬고, 공사가 모두 끝난 골프장에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리는 등 '자가당착'에 가까운 행정을 거듭했다.

◆학교 설립 계획 확인 없이 사업 승인·용도 변경

'골프고 없는 골프장' 문제는 경북도가 학교 설립 계획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업 승인을 내주면서 싹트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12월 경북도는 학교법인 일봉학원이 신청한 '산타크로스 골프고등학교 및 골프장조성' 지역개발사업의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이 사업은 2021년까지 군위군 소보면 141만7천534㎡(학교 8만8천55㎡, 골프장 132만9천479㎡) 부지에 민간투자로 713억원을 투입, 골프고와 대중제 18홀 골프장을 짓는 는 게 골자다.

당초 골프고는 프로선수와 골프장 경영, 코스 관리 등 골프산업에 특화된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학생 120명을 모집하고, 골프장은 각종 골프대회와 골프고 학생들의 현장 실습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었다.

골프장 부지는 용도지역이 농림지역 또는 보전관리지역으로 골프장 건립이 불가능했지만, 경북도가 2017년 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하면서 골프장 건축이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그러나 지난 2022년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상 학교 설립 계획이 전무한 상황에서 경북도가 사업 승인을 내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일봉학원은 지난 2011년 이후 경북도교육청에 학교 설립 계획을 한번도 신청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구나 일봉학원측이 학교 설립 절차 없이 골프장·학교 부지와 골프 사업권을 2018~2020년 민간업체에 매각하는 등 승인 내용과 달리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도 않았다.

당시 감사원은 "향후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시행자 지정 취소, 실시계획 승인 취소, 공사 중지 등 적정한 조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경북도에 통보했다.

골프고등학교 설립을 조건으로 들어선 군위의 한 골프장이 10년 넘게 학교 설립 계획을 신청하지 않고 조건부 영업 허가를 받아 운영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해당 골프장 전경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골프고등학교 설립을 조건으로 들어선 군위의 한 골프장이 10년 넘게 학교 설립 계획을 신청하지 않고 조건부 영업 허가를 받아 운영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해당 골프장 전경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미 골프장은 다 지어졌는데… 뒤늦은 공사 중지 처분

이후 경북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을 거듭했다. 골프장이 완공 단계인데도 뒤늦게 공사 중지 처분을 내렸고, 이마저 체육시설업으로 조건부 등록을 허용해 처분 자체를 스스로 무력화시켰다.

지난 2020년 11월 23일 착공한 골프장은 2021년 말까지였던 사업기간을 경북도의 승인을 받아 1년 더 연장했다. 이후 경북도는 2021년 11월과 2022년 11월 사업 기간을 각각 1년씩 연장해줬다.

이후 2022년 6월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자 같은 해 12월 8일 사업을 2023년까지 완료한다는 조건으로 해당 골프장을 체육시설업으로 조건부 등록했다.

대중골프장이 조건부 등록을 받으려면 '체육시설법'에 다라 일정 수준의 시설을 갖춰야 한다. 골프장은 조건부 등록 조건을 충족할 만큼 준공된 상태였고, 지난해 정상 운영됐다.

조건부 등록을 내 준 경북도는 2주 뒤에 골프장 측에 무기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미 영업이 가능할 정도로 조성이 끝난 골프장에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린 셈이다.

2022년 경북도 국정감사 당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감과 협의도 되지 않은 사업이 어떻게 승인이 날 수 있었는지, 승인된 계획과 다르게 추진되는데도 사업 기간을 연장해 주고 골프고 설립 서류가 누락됐는데도 사업이 승인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골프고등학교 설립을 조건으로 들어선 군위의 한 골프장이 10년 넘게 학교 설립 계획을 신청하지 않고 조건부 영업 허가를 받아 운영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해당 골프장 입구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골프고등학교 설립을 조건으로 들어선 군위의 한 골프장이 10년 넘게 학교 설립 계획을 신청하지 않고 조건부 영업 허가를 받아 운영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해당 골프장 입구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준공 전 토지사용허가 없이 조건부 등록

경북도는 지난 2022년 골프장을 체육시설업으로 조건부 등록해줄 당시 관련 법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골프장이 지역개발지원법에 따라 준공 전에 토지 사용 허가를 받지 않았는데도 체육시설로 등록해준 것.

지역개발지원법에 따르면 준공검사 전 또는 공사 완료 공고 전에 조성된 토지 등을 사용하려면 준공 전 사용허가를 받아야한다. 당시 골프장은 군위군에서 클럽하우스에 대한 건축물 임시사용승인은 받았지만, 준공 전 토지 사용 허가는 받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체육시설업 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경북도 체육진흥과는 지역개발사업 담당인 도시재생과에 공문을 보내 조건부 등록과 관련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도시재생과는 "체육시설법에 따라 적기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회신했다.

경북도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골프장 측에서 준공 전 사용허가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아 검토 자체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도시재생과가 준공 전 사용허가신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체육진흥과에 알리고, 골프장 측이 토지 사용 허가를 받은 이후에 체육시설로 등록돼야 정상적인 절차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려면 사업권자의 통제 하에 관련 사안들을 결정해야 한다. 지역개발지원법을 고려하지 않고 체육시설법에 따라서만 조건부 등록을 해준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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