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 경제인] <39> 손병태 알에스미디어 대표 "웹소설·웹툰 한류 콘텐츠 날개…세계 사로잡겠다"

영덕에 K-STORY 대안학교 준비…"젊은이여 지역에서 도전하라"

손병태 알에스미디어 대표는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손병태 알에스미디어 대표는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웹소설‧웹툰 콘텐츠를 세계에 적극 알리고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웹소설 원작을 웹툰으로 제작 서비스하면서 이름 붙인 미디어 믹스 콘텐츠인 노블코믹스. 숨막히는 호흡과 회오리 같은 전개,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담아 한류 수출 콘텐츠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손병태 알에스미디어 대표는 "한국의 도서 대여 산업은 IT 플랫폼 기업을 만나 웹소설을 기반 삼아 웹툰을 만들어 내는 노블코믹스를 펼쳐보였다"며 "2000년대 후반부터 인기 장르문학 작품이 모바일로 서비스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장르소설이 전자책으로 바뀌어 서비스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한류 콘텐츠로, 문화 산업으로 날개를 단 한국의 웹소설‧웹툰으로 세계를 사로잡고 돈을 벌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았다. 웹소설을 웹툰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영화나 드라마의 지식재산권(IP)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늘어난 만큼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는 "지방소멸의 시대"라면서도 "지역에 관계없이 온라인으로 시장을 넓혀갈 많은 사업이 있다"고 지역에서의 도전을 강조했다.

-어떤 회사인가?

▶업계 최초로 설립된 작가매니지먼트이다. 웹소설과 웹툰 콘텐츠 제작‧유통 전문기업으로 작품의 가치를 믿고, 다양한 재미와 감성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2008년 이전 PC시장이던 전자책 시장이 모바일을 고리로 활성화 될 것을 예상해 73명의 작가와 계약을 진행하고 작품을 전자책으로 변환해 교보와 리디북스를 시작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웹소설부터 웹툰‧드라마 원작 공급에 이르기까지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쟁력은?

▶원천 IP라고 할 수 있는 웹소설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인기 있는 웹소설이 웹툰의 원작이 되고 그 웹툰중 일부는 드라마화 되는 게 현재 시장의 흐름이다. 그런 웹소설 제작에 있어서 3백여 명의 작가와 함께 작품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에만 179종의 소설을 출판했다. 웹툰은 17종을 런칭했고 드라마 원작 공급은 4종 했다. 원천 콘텐츠 창작 부분에 있어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 쪽 분야에 뛰어든 계기는?

▶2005년 무협작가로 등단했다. 이후 집필 활동을 하던 중 모바일 시장이 열리고 콘텐츠 시장의 흐름이 변할 것을 예감했다. 더 많고 다양한 콘텐츠가 소비되는 시장으로 성장될 게 명확하다고 판단, 작가를 모으고 새로운 흐름의 콘텐츠 제작에 들어갔다.

웹소설‧웹툰 시장에서 AI 활용 방안을 작자들과 논의하고 있는 손병태 대표. 이무성 객원기자
웹소설‧웹툰 시장에서 AI 활용 방안을 작자들과 논의하고 있는 손병태 대표. 이무성 객원기자

-어려움이 없지 않았을 텐데 극복 노하우는?

▶현업 중 가장 큰 난관이라면 구글인앱 결제로 인한 수수료였다. 구글이 약 30%의 수수료를 통과세로 가져간다는 것에 대응해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회장으로서 나섰다. 협회를 포함한 여러 단체와 협력을 바탕으로 여야 국회의원들을 만나 18개월 만에 구글 갑질 방지법을 통과 시킨 적이 있다. 국내 콘텐츠의 흐름에 있어서 난관이라기보다는 외부작용으로 인한 난관이 적지 않다. 그 또한 대처해 나가야 할 일이다.

-경영 철학은?

▶순수문학이나 대중문학과는 달리 장르문학은 재미에 기반을 두고 감동을 느끼게 하는 콘텐츠 아닌가. 재미라는 게 세대별로 차이가 있지만, 그 재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세대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알에스미디어는 신인작가부터 오랜 경력의 작가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감각이 떨어지지 않게 지원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져 온 콘텐츠는 공급의 질을 높이기 위해 편집·교정을 철저히 하고 있으며 번역에 있어서는 윤문이나 현지화 하는 로컬라이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거창할 것 없이 '재미와 감동이 있는 콘텐츠의 확장성은 무한하다'는 게 경영철학이다.

손병태 대표가 알에스미디어의 장기 비전을 들려주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손병태 대표가 알에스미디어의 장기 비전을 들려주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손 대표의 장기 비전은 '글로벌'이다. 현재 일본과 태국·미국 등 수많은 국가에 수출하고 있지만 웹툰 위주의 매출이며, 웹소설은 아직 시장이 무한하다는 판단에 따라 가속도를 붙여가고 있다. 한국의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고 외화벌이를 할 웹소설을 번역해 수출하는 게 가장 큰 비전이다. 이를 위해 올해 단기 계획으로 웹소설 웹툰‧드라마를 콜라보해 출시하는 게 목표다. 이미 여러 드라마제작사와 준비를 하고 있으며 대형IP 생성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손 대표의 미래를 주목하는 이유다.

-해외 진출 전략은?

▶알에스미디어는 2021년부터 해외 시장 탐색을 시작했다. 30종의 작품을 번역하기도 했고, 각종 도서전 등을 매개로 태국과 대만‧인도네시아‧유럽‧미국 등 각국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탐문하고 거래를 진행해 왔다. 현재 세계는 온라인(전자책)으로 수월하게 콘텐츠를 주고받는다. 직접 방문해보니 생각보다 오프라인(종이책) 사업이 활발하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나라의 지하철에선 속된 말로 배터리 없는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스마트폰을 본다. 하지만 지난해 경험한 런던 지하철은 그렇지 않았다. 상당수가 독서를 하는데 대부분 종이책을 들고 있더라. 인터넷 환경 차이가 있겠지만 지면으로 보는 맛, 익숙함 같은 데서 비롯된 게 아닐까.

-방향을 수정했나?

▶한동안 전자책 수출에만 집중하다가 종이책 수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게 된 계기가 됐다. 현재 6개국의 출판사 및 에이전시들과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온라인‧오프라인‧웹소설‧웹툰 관계없이 현지화 번역하고 있으며 효과를 기대한다.

-노블코믹스의 미래는?

▶최근 몇 년 동안 웹툰 시장의 3% 이상을 노블코믹스가 점유 했지만 점점 더 오리지널 작품으로 방향이 틀어질 걸로 예상한다. 물론 이미 인기를 얻은 웹소설 작품이 웹툰화 됐을 때 안정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점유율은 조금씩 줄어 들 걸로 전망해 웹소설 시장에서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집중할 때라고 본다. 새 장르가 열리면 그때 다시 노블코믹스가 더욱 활성화 될 걸로 확신한다.

-과제가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AI다. 현재 웹소설‧웹툰 시장에 AI가 도입되고 있지만 예술의 분야에 소속되어 있는 소설 웹툰 콘텐츠는 AI 제작에 대한 독자들의 시선이 좋지 않다. 하지만 AI가 작품을 모두 만드는 게 아니라 일정부분 어시스트 해주는 부분을 찾아 도입된다면 일종의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을 할 걸로 생각해 그 부분에 대한 준비를 활발히 하고 있다.

2006년 서현이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파천' 표지. 손병태 대표 제공.
2006년 서현이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파천' 표지. 손병태 대표 제공.

-무협소설 작가로 유명세를 탔는 데.

▶무협에서 협은 호협할 협(俠)을 말한다. 친구의 아이가 상해를 입었다고 상상해보자. 현실은 법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가해자를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다. 현실은 불가능한 걸 소설은 가능하게 한다. 사랑하는 여인이 설산(雪山)에서 백년에 한번 피는 꽃잎의 차를 마셔야 죽지 않는다면 그 꽃을 찾으러가는 게 무협이다. 불의에 맞서고 하고자 하는 걸 이루는 과정과 인관 관계‧해피엔딩이라는 결과가 독자를 대리만족 시킨다. 가상세계에선 현실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이루거나 재벌 집 막내아들과 같이 과거로 회귀해 인생 2회 차를 살아가는, 누구라도 그렇게 해보고 싶지만 불가능한 그 현실을 텍스트화한 것. 그게 바로 장르문학이다.

-고향 모임은 어떻게 하고 있고, 대구는 자주 찾나?

▶20년째 매주 금요일이면 대구로 향한다. 모임도 서울에 비해 대구가 많다. 주말이면 대구 집에서 쉬는 게 제게는 충전의 시간이다.

-일과가 궁금하다.

▶새벽 5시쯤 시작한다. 모바일폰이 울리지 않는 시간에 뜨거운 열정과 창의성의 작가들이 보내온 작품을 읽어보고 피드백 준비를 한다. 그때 3시간 정도가 낮의 10시간 이상으로 집중력을 발휘하게 하는듯 하다. 오전 9시 출근 뒤에는 회사 업무와 웹소설산업협회 업무에 시간을 할애한다.

-고향의 후배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발신한다면.

▶하나만 예를 들어볼까. 한 5년 전만 하더라도 아들이나 조카가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걱정이 앞서는지 전화가 오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대학에 보내야 좋으냐고 물어올 정도로 웹소설‧웹툰 시장의 위상이 달라졌다. 온라인 시대 업무에 있어서 회사나 책상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의 효율을 살리는 업무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 지방소멸의 시대라지만 지역에 관계없이 온라인으로 시장을 확 넓혀갈 많은 사업이 있다. 서울로 가는 대신 지역에서 도전할만한 온라인 사업과 일자리 창출을 고민할 때라고 본다. 경북에서 진행하는 U-CITY 사업처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크게 늘어날 거다. 특히 콘텐츠 분야는 특정 지역이라는 게 별다른 의미가 없으니 관심을 가져 보라고 권한다.

알에스미디어에서 선보인 웹소설‧웹툰을 배경으로 노블코믹스의 미래를 진단하고 있는 손병태 대표. 그는 노블코믹스의 도약을 예상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알에스미디어에서 선보인 웹소설‧웹툰을 배경으로 노블코믹스의 미래를 진단하고 있는 손병태 대표. 그는 노블코믹스의 도약을 예상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손병태 대표 누구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회장으로도 맹활약 중인 손병태 대표는 작가와 작품, 독자와 소통하며 장르문학의 저변 확대에 기여해왔다. 행보는 이제 웹툰‧웹소설의 볼모지인 대구경북 쪽에 스토리 산업도시 형성을 준비하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 출발점으로 올해 제1회 'K-STORY 페스티벌 IN 영덕'을 7~9월 사이 영덕군에서 진행한다. 웹툰‧웹소설 작가들의 북 콘서트와 관련학과 입시 설명회 등 다양한 행사를 선보임으로써 그동안 서울로 가야 하는 지방 현실을 타파하고, 대응하기 위한 첫 단계 전략이다.

이미 경북도와 영덕군에 예산이 편성돼 K-STORY 대안학교가 가시화되고 있다. 고교 과정부터 전문적으로 한국의 콘텐츠 스토리 창작을 배우는 교육기관을 설립해 스튜디오를 유치하고, 현장학습이 가능한 과제 위주 대안학교를 영덕군 일원에 준비 중이다.

국내에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학과인 스토리창작과 개설을 대학들과도 논의하고 있다. 웹툰뿐 아니라 웹소설의 스토리가 필요하고 드라마나 영화가 마찬가지인 것처럼 원천 IP인 스토리 창작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과정이 없다는 점에서 개척하고자 하는 길이다. 또 웹툰과는 달리 글을 쓰고 읽을 줄 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장르문학의 문예창작과 스토리창작과를 지역 대학들과 구상하고 있다.

대구가 고향인 전직 소설작가로서 '마류'와 '파천' '광풍가도' '칠절무제' '삼도천' '조동길' 같은 소설이 대표적인 히트작이다. 이어 웹소설산업협회를 이끌고 있으니 속설과는 달리 이름난 선수 출신도 명감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구 대륜고와 대경대 전산정보처리학과를 졸업했고, 2017년 문화체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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