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년 소방대원들 앗아간 문경 공장화재, 붕괴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이 화 키웠다

철골구조에 샌드위치패널 마감…단열재 속 불붙으면 물 뿌려도 소용없고 휘거나 붕괴하기 쉬워
사고 건물도 샌드위치패널 벽면과 철골 구조물이 굽거나 이탈한 모습

31일 오후 7시 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 한 육가공업체 공장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나 건물 일부가 붕괴되고 소방대원 2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31일 오후 7시 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 한 육가공업체 공장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나 건물 일부가 붕괴되고 소방대원 2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청년 소방 구조대원 2명이 인명을 찾다 순직한 경북 문경 육가공식품 공장 건물은 화재 시 붕괴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 탓에 화를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

1일 경북도와 소방,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 불이 난 문경시 신기동 제2일반산업단지의 한 육가공업체 공장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났다.

이 공장은 2020년 5월 사용허가를 받은 연면적 4천319㎡, 지상 4층 철골구조 건물이다. 벽면 등을 샌드위치패널로 마감했다. 불은 이 건물 3층에서 시작한 것으로 일단 추정됐다.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모(27) 소방교와 박모(35) 소방사는 인명을 수색하려 같은 팀의 다른 대원 2명과 4인 1조로 건물에 들어섰다가 3층에서 급격히 번진 불에 고립됐고, 이어 건물이 무너져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는 화재 시 붕괴에 취약한 건물 구조가 화를 키운 것으로 지적된다.

1일 0시30분쯤 문경 육가공업체 화재 잔불정리와 건물 철거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고도현 기자
1일 0시30분쯤 문경 육가공업체 화재 잔불정리와 건물 철거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고도현 기자

샌드위치패널은 철판 사이에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 글래스울, 미네랄울 등 단열재를 넣은 조립식 건축자재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내구성과 보온성을 확보할 수 있어 가건물이나 공장건물, 특히 냉장이 필요한 시설 등에 자주 쓰인다.

쓰기 쉬운 만큼 안전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단열재 자체에 고열이 가해지거나 불이 붙으면 소방용수를 뿌려도 외부 철판에 가로막혀 진화하기가 어렵고, 철판과 단열재가 함께 녹으며 엿가락처럼 휘거나 무너지기 쉬워서다.

이번 사고 건물도 불 붙은 샌드위치패널 등이 건물 내부로 떨어지면서 대원들을 고립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화재 진압을 마친 건물은 샌드위치패널 벽면이 이리저리 굽거나 이탈한 데다, 이를 지지하던 철골 구조물까지 구부러지면서 예전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기울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건축물용 샌드위치패널 단열재에 난연성을 갖추도록 했으나, 바닥면적이 600㎡ 이하인 건물에는 여전히 난연 성능이 없는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할 수 있어 '쪼개기 시공' 편법이 난립하는 실정이다.

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제2일반산업단지의 한 육가공식품 제조업체 화재 현장 모습. 전날 저녁 이곳에서 내부 인명을 수색하려던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모(27) 소방교와 박모(35) 소방사가 불길에 고립돼 순직했다. 독자 제공
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제2일반산업단지의 한 육가공식품 제조업체 화재 현장 모습. 전날 저녁 이곳에서 내부 인명을 수색하려던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모(27) 소방교와 박모(35) 소방사가 불길에 고립돼 순직했다. 독자 제공

경북도와 경찰·소방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고자 조만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감식할 방침이다. 추가 붕괴 가능성을 고려해 민간업체의 구조물 안전진단을 우선 거칠 계획이다.

경북경찰청은 이를 위해 수사전담팀을 편성, CCTV 분석과 관계자 조사 등에 나선다.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고 경북청 강력범죄수사대 2개팀과 과학수사대, 문경경찰서 형사팀 등 총 30명이 참여한다.

순직 구조대원의 유족은 가까운 마을회관에서 심리상담 지원팀과 대기 중이라 알려졌다. 경북도와 소방당국은 장례 형태와 일정, 빈소 위치, 분향소 설치 여부 등을 조율 중이다.

빈소는 문경제일병원 장례식장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례는 경북소방본부장으로 하되, 화장장 예약 일정에 따라 3일장 또는 5일장으로 치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반에 공개하는 분향소는 도청과 문경시, 고인의 고향 등지에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 안전행정실 관계자는 "사고 원인 등을 파악하는 대로 유사 사고를 방지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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